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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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천직(天職)
kimhail

 

번째 천직(天職)

 

 

천직, 하늘이 내려 주신 내게 꼭 맞는 직업, 사전에는 ‘타고난 직업이나 직분’ 이라고 나온다.

 

 

필자는 학교에서 컴퓨터를 공부하고 보병 소대장 겸 전산 장교로 3년간 복무 후 회사에서 16년간을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했었다.

 

 

공부를 참 싫어했었고, 역사, 지리 등 무조건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은 특히 더 싫어했었다.  반면에 수학은 교과 과정을 앞서 스스로 공부할 만큼 좋아했었고, 대학에서도 교양과목 수업은 출석 일수를 때우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강의실에 들어가 있었을 뿐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수학을 비롯한 컴퓨터 관련 과목은 공부가 아니고 취미 생활이라 생각될 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군대에서도, 회사에서도 프로그래밍을 하는 시간이나 과정은 더 없이 즐거웠고 몇 일 밤을 새워 일을 해도 행복하기만 했었으니 그야말로 천직 아니었던가 싶다.

 

 

 

 

코딩이라고도 하는 프로그래밍이란, 컴퓨터 언어로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는 과정이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꽤 복잡한 코드들로 컴퓨터에게 내리는 일련의 명령들을 써 내려가고 그 명령을 받은 컴퓨터가 내가 써 놓은 코드대로 움직여 내가 예측한, 또는 원하는 결과를 보여 줄 때의 그 성취감이 참 좋았었다.

 

 

회사에서는 일반적으로 과장으로 승진을 하고 나면 프로그래밍에서 손을 떼고 주로 관리(Management)업무에 치중한다.  보통 지긋지긋한 코딩 작업에서 벗어나게 되어 시원해 하면서 다시는 프로그래밍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필자는 관리자가 되어서도 그 관리 업무를 스스로 프로그래밍하여 이용했을 만큼 그 일을 좋아했었고 내 직업에 만족해 했다.

 

 

지금도 장부, 급여 업무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일부 업무들을 직접 프로그래밍하여 사용하고 있다.

 

 

세상에 직업과 취미가 일치할 때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취미 생활을 하는데 돈까지 생기니 사는 게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자식들에게도, 젊은 직원들에게도 늘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일,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해라.  일 이년하고 말 것도 아니고 어쩌면 평생 해야 할 일인데, 단지 먹고 살기 위해 그 일을 해야 한다면 너무 슬프지 않겠나?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 일로 돈까지 생기게 되면 그 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나?’라고.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있다.  ‘여덟 방향에서 보아도 역시 미인’이란 뜻일 테고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을 일컬을 때 주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뭐든 좀 하긴 하는데 특별히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에게 조롱조로 쓰기도 한다.  아무리 팔방미인이라도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여러 가지 일을 다 좋아하면서 다 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간디의 직업이 군인 이었더라면, 스티브 잡스가 요리사 직업을 가졌더라면 그 들이 그렇게 역사에 남을 업적들을 이루었을까?  물론 대단히 특출 난 인물 들 이기는 하지만 본인에게 맞는,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였기에 그러한 업적들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캐나다로 이민 후 여러 가지 일을 해 보았지만 그저 가족들과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을 뿐 진정 그 일이 즐거웠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요즘은 일이 즐겁다. 인생 후반기에 찾아낸 제2의 천직인가 싶다. 손님들께 최고의 만족을 드리기 위해 디테일을 고민하고, 우리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 진 새 메뉴가 손님들께 호평을 받을 때, 마치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초등 학생처럼 가슴이 뛰고 설레 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가게로 나가고 싶어 진다. 우리 음식을 맛나게 드시는 손님들을 보면서, 훌륭한 맛과 서비스에 칭찬의 글을 남긴 인터넷 리뷰를 읽으면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새 메뉴북 디자인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면서 큰 행복감을 느낀다.

 

 

요즘 두 가지 새로운 일로 분주하다. 새 메뉴의 출시와 BI(Brand Identity)작업을 새로 하는 일이다.

 

 

물론 필자 혼자만의 능력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메뉴 개발은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고, BI작업은 전문 디자이너와 함께 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토론하고 실험하는 과정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한국의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하여 손주들을 돌봐 주고 있거나 등산, 여행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  그런 느긋한 노후 생활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직 열정을 바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일이 이토록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프로그래밍에 이어 또 하나의 천직을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인가?

 

인간의 직업을 점지 해주는 역할을 하는 신이 있다면 진심으로 그분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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