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하게 먹는 것 가지고….

지난번 글에서 유치하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직원들 잘 먹이기’ 라고 했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직원들과 식사 중에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과거 일했던 식당의 식사 이야기다.

특정 가격 이상의 음식은 못 먹게 하거나 심지어는 가장 싼 음식 한가지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상을 따로 차리는 집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장 부부가 먹는 고기 반찬이 있는 상, 직원들이 먹는 김치만 놓인 상을 따로 차리기도 한단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처음 식당을 했을 당시에는 비싼 재료가 들어간 음식은 제한을 두었었다. 가게를 필자에게 매각한 분께 그렇게 배웠고, 필자가 인수한 후에도 직원들이 알아서 그렇게 했기 때문에 굳이 ‘마음대로 먹어라’고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었다. 처음 요식업에 발을 들여 놓았을 당시이니 원가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공부도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두 번째 가게를 하면서는 모든 제한을 없애 버렸고, 오히려 직원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있으면 재료를 사다 주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재료를 사다 주고 ‘이것으로 뭐든 만들어 먹읍시다’ 한다. 특히 인터넷이나 책에서 색다른 음식을 발견하면 재료를 주문하거나 사와서 그 음식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해 주고 점심 시간에 만들어 먹어 보자고 한다.

착한 사장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그렇게 하는 것이 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먹는 것에 대해서는 일절 통제를 하지 않는다.

그리하는 첫 번째 이유는 직원들의 사기 문제이다.

가장 비싼 음식과 가장 저렴한 음식의 판매가를 놓고 계산 해 보면 선뜻 그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루10인분의 식사를 그렇게 비교하면 하루에도 7,80불의 차이가 난다. 한달 이면 이천 불이 넘어간다. 그러나 직원들은 손님이 아니다. 판매가로 계산 할 일이 아니고 식재료 원가만을 계산해야 한다. 원가로 계산 해 보면 직원 다섯 명이 두 끼를 먹는 것으로 계산할 때 월 약 3,4백불 정도의 차이가 나며 반드시 제일 비싼 음식만 먹는 것은 아니니 그보다는 조금 덜 차이가 난다.  월3,4백 불의 돈 보다는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아 지고, 그로 인해 장기 근속자가 많아 진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두 번째로는 직원들은 우리 음식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식사에 관해서는 오직 한가지만을 요구한다. ‘매일 좋아하는 똑 같은 음식만 먹지 말고 우리 집 메뉴의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어 보아라.’가 필자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다.

먹어 보지도 않은 음식을 손님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손님이 “이거 맛있어?” 또는 “이거 얼마나 매운데?”, “재료가 무엇 무엇 들어가는데? “ 라고 물으면 속으로는 ‘나도 안 먹어 봐서 잘 모릅니다.’ 하면서 그저 메뉴에 설명된, 또는 서빙하면서 보아 왔던 수준의 설명밖에 더 할 수 있겠는가?  본인이 맛을 본 음식이라면 좀더 상세하고 자신 있게 손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는 의외의 수확을 기대 해서다. 또한 이미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과거 경험들이 다양하고 기본적으로 요리에 대한 개념들이 잡혀 있다 보니 가끔 꽤 창의적인 메뉴들이 나오곤 한다. 어느 매우 바빴던 날 저녁에 보니 주방 직원이 선채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음이 안쓰러워 그러지 말고 편히 앉아 식사 하라고 하고는 음식을 들여다 보니, 처음 보는 생소한 것 이었다. 뭐냐고 물으니 바빠서 그냥 대충 만든 음식이란다. 다음날 저녁에 어제 그것 만들어 달라 해서 먹어 보니 맛도 괜찮고 양은 많으면서 원가도 얼마 안 들어가고, 조리도 매운 간단했다. 향후 저렴하고 푸짐한 메뉴의 추가가 필요해 지면 조금 다듬어 정식으로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가게의 히트 메뉴 중 몇 가지가 그렇게 탄생했다.  맥도날드의 빅맥과 에그 머핀이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한다. 본부에서 개발 해 지점으로 내려간 메뉴가 아니고, 펜실베니아의 어느 지점에서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만들어 먹던 것이 본부의 눈에 띄어 정식 상품으로 개발되었고, 지금은 맥도날드의 간판 상품이 되어 있다.

또한 우리 한국인도 즐겨 먹는 오므라이스도 일본의 어느 음식점에서 직원들이 에그 스크램블을 만들다가 배가 고파 밥 위에 스크램블을 올려 먹던 것이 그 효시라 한다.

필자의 전화기에는 이미 수십 가지의 예비 신 메뉴들의 사진이 있다. 점심 시간에 직원들이 만든 음식 들이다. 조금만 다듬어 언제든지 신 메뉴로 내어 놓을 수 있는 예비군이 얼마든지 준비 되어 있는 셈이다.  그 중 하나를 9월초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한달 이상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점심 시간에 만들어 직원들과 맛보고, 품평을 하면서 완성한 작품(?)이니 만치 아마도 대단한 히트를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건 또 뭐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이상한 음식을 간식으로 만들어 왔다. 피자? 돈까스? 아무리 보아도 재료가 뭔지 알 수 없는……  물어 보니 밥을 납작하게 눌러 튀김 옷을 입혀 튀기고 불고기를 토핑으로 올렸단다. 묘한 맛이다. 잘 어울릴 소스만 찾아내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메뉴가 될 것 같다.

치사하게 먹는 것 가지고 직원들 눈치 줄게 아니라 그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그게 바로 윈-윈 아닐까?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