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289-597-8810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7 전체: 114,342 )
우리가 불편해야 손님이 편해 집니다.
kimhail

 

우리가 불편해야 손님이 편해 집니다.

 

 

열두 시가 좀 넘은 시각, 가게 앞으로 보이는 창문 밖, 엄청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저 사람들 중 일부는 우리 집으로 들어와 주겠지……  그러나 야속하게도 바로 우리 가게 앞에서 양 옆으로 흩어져 스쳐 간다.  단체 미팅을 나갔는데 모든 여성들이 내 앞을 피해 갈 때 마음이 그럴까? 배신감과 자괴감이 이루 말 할 수 없다.  꼭 일년 전 이맘때, 주제도 모르고 가당치 않은 일을 벌여 놓고 매일 매일이 절망스러워 한숨과 후회로 보냈었다.

 

 

오늘, 같은 시각, 한 무리의 군중이 가게 앞길을 건넌다. 저 중 몇이라도 우리 집으로 오면 어쩌지, 빈 자리가 없는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는 손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기 위하여 테이블들을 훑어 본다.  흠, 지금 두 그룹이 기다리고 있으니 한 삼십 분쯤은 기다려야 한다고 해야겠네….

 

 

오늘 점심 시간에 잠깐 직원들을 도와 주면서 ‘아, 그렇구나. 벌써 일년이 지났구나. 작년 이맘때는 정말 암담하고 끔찍했었지’ 하는 생각을 한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어떻게든 손님을 만족시켜 주려고 애써 준 직원들, 한번 와 보고 지인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 주시는 손님들, 인터넷에 좋은 리뷰를 써 주고 사진을 찍어 올려 주는 우리 가게의 팬들, 같이 걱정하고 격려 해 준 가족들, 이렇게 신나게 장사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빌려 주신 건물 주인, 주문을 하면 어김없이 다음날 배달 해 주는 거래처의 딜리버리 맨들 까지 모두에게 너무 고맙다. 아, 감사해야 할 곳이 하나 더 있다. 상호를 문제 삼아 주류 언론에 내 가게를 무료로 홍보 해 준 모 대형 프랜차이즈 회사.

 

 

지난 일년을 회상 하면서 그간 거쳐온 과정들을 돌이켜 볼 때 식당 운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조화와 균형’ 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의 가게에는 그런 일이 없지만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과 홀에서 일하는 직원간에 종종 알력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주방에서 음식을 잘못 만들어 서빙하는 직원들이 손님에게 싫은 소리를 듣거나 사과를 해야 하는 경우, 반대로 서빙하는 직원이 주문을 잘못 받아 음식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 등 서로 상대에게 화가 날 만한 일들이 생긴다. 이런 경우 경영자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 같이 화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저 손님에게 가는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신속히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특정 직원이 유난히 실수가 잦다면 별도로 불러 주의를 주던지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정도라면 차라리 조용히 일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

 

 

직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음식의 맛과 서비스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둘 다 중요하다.  맛, 서비스, 분위기 이 세 가지는 음식점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필수 요소이다.  얼굴의 눈, 코, 입 중 어느 하나의 균형이 안 맞으면 미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간혹 직원들간 주방에서의 역할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홀에서 서비스하는 역할이 더 중요한지를 가지고 장난끼 있는 논쟁을 한다.  이에 대해 필자가 끼어들어 다음과 같이 정리 해 주었다.

 

 

 어떤 음식점에 단골이 되어 자주 가게 되거나, 지인들에게 그 집을 소개하는 경우는 대부분 음식이 맛있거나 특별해서 그렇다.  단지 서비스가 좋기 때문에 특정 식당을 재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서비스가 좋은 들 음식이 형편없으면 다시 가고 싶어 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손님을 끌고 매상을 올리는 역할은 정갈하고 맛난, 또는 그 집 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해 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음식이 좀 그저 그런 수준이더라도 접근성 이나 가격 때문에 재방문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도 아주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어느 수준의 맛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주방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반대로 절대로 그 집에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경우는 대체로 형편없는 서비스를 받았을 때이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불쾌한 대접을 받았다면 다시는 그 집에 발 결음을 하지 않을뿐더러 그 불쾌한 경험을 주변에 이야기 한다.  

 

 

결국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은 음식의 품질이고, 손님을 떨어뜨리는 것은 서비스의 품질이다. 애써 맛난 음식으로 손님을 끌어 모았어도 그 손님들을 단골로 만들지 못하고 한번 방문하고 마는 지나가는 손님으로 만들게 되는 것은 잘못된 서비스 때문이다.

 

 

어제 한 백인 할머니 한 분이 식사를 마치고 계산까지 다 끝난 상태에서 다시 돌아와 우리 직원을 찾는 일이 있었다.  순간 계산이 뭐가 잘못되었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그 직원을 불러 주었더니 손에 지폐 한 장을 쥐어 주며 “네 서비스가 정말 좋았다. 고맙다.” 라고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직원이 뭔가 특별한 것을 그 손님께 해 드린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밝은 얼굴로 손님을 대하고 자주 살펴보면서 물이나 기타 필요한 것을 챙겨 드리고, 불편한 것이나 부족한 것이 없는지 근처 다른 테이블을 서비스하느라 오가며 물어 봐 준 것이 전부이다. 그저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손님에게는 기분 좋은 서비스로 기억된다.  그래서 늘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우리가 귀찮아야 손님이 즐거워 집니다.”

 

“우리가 불편해야 손님이 편해 집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