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이 가장 중요해!

새로이 식당을 오픈 하고 가장 큰 고민이 우리 식당이 새로 열었다는 것을 잠재 고객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알리는가 이었다. 일반적인 방법 – 신문광고, 우편물 사이에 전단 지 넣어 돌리기 등-은 가격도 만만찮을 뿐 아니라 내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고객 군과는 좀 안 맞아 보였다.  고민 끝에 우선 매일 매일 토론토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일들을 소개하는 제법 큰 사이트에 이 메일을 보내 새로운 식당을 오픈 했으니 한번 방문 해 달라고 했다.

이 메일을 보내 놓고도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얼마 후 두 사람이 방문 해 주었고, 우리 집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뉴 몇 가지를 내어 놓았다. 사진과 리뷰가 사이트에 올라간 후 반응은 기대를 훨씬 넘어 매우 뜨거웠고, 그 효과는 수 주간 이어졌다.  마음이 조급했다. 이 열기를 어떻게든 이어 가야 했다. 인터넷을 뒤져 토론토 음식 전문 블로거 중 TOP20를 찾아 이 메일을 보냈다.  20명 중 13명이 방문해 주겠다는 회신을 해 왔고 실제로는 7명이 찾아 와 주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앞에서는 사진도 열심히 찍고 맛 있다고 칭찬까지 해 놓고는 실제 본인들의 블로그에 포스팅 한 사람은 네 명, 게다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천이나 칭찬하는 글이 아닌 음식을 대접 받았으니 마지못해 올려 주는 것 같은 느낌이 그대로 들어 나는 그런 글 들……  게다가 그 중 한 사람은 아주 혹평을 해 버렸다. 생면을 써야 하고, 일본 라면과 같이 진한 육수를 써야 한다는 충고와 함께. 인스턴트 라면의 서러움…… 

그나마 BlogTO를 보고 방문하는 손님들 조차 사이트에 나온 글과 사진을 보고 호기심에 한번 찾아 주었을 뿐 단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정성껏 만든다고 야채 육수를 만들어 썼었는데 한국 라면의 스프 맛이 워낙 강하다 보니 야채의 향이나 맛은 전혀 느껴 지지 않았다.  돼지 뼈와 닭 뼈를 사용해서 육수를 만들어 보았다. 역시 강한 스프 맛 때문인지 큰 번화를 느끼지 못하겠고, 오히려 다소 느끼한 맛이 전체적인 풍미를 해치는 것 같았다.  역시 한국 라면은 맹물에 끓여야 그 매콤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나는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손님을 대접하기 위하여 음식을 만들고, 더구나 그냥 대접하는 것이 아니고 돈을 받는다. 내 입맛이 아니고 손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두어 달을 고민하다가 다시 돼지 뼈 육수를 쓰기로 했다.  손님상에서 나오는 그릇들을 살펴보니 안 먹고 버려 지는 음식이 눈에 띄게 줄었고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드시는 손님이 많아 졌다.

블로거 들에게 다시 한번 맛을 보여 주고 평가를 받아 보고 싶었지만 이미 떠나간 버스였다. 결국 시기를 잘못 선택한 것이었고, 나무 성급했었다.  음식 맛이 완전히 잡히기도 전에 욕심만 앞서 서두른 탓에 한번의 좋은 기회를 그냥 버리고 말았다.

가끔 어떤 일의 결과를 두고 되짚어 보면서 타이밍에 대한 생각을 한다.  고민하고 이것 저것 따져만 보다가 적당한 시기를 놓쳐 좋은 기회를 잃어 버렸던 일도 있고 때로는 조급한 마음에 너무 서두르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있다. 

우선 맛을 확실히 잡았어야 했다.  음식을 재대로 만들어 놓고 홍보를 해야 한번 맛본 사람이 다시 방문 해 주고, 지인들에게 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 집 음식 맛있더라’라고 소문을 내 준다. 무작정 부딪쳐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미국의 유명한 기업가 이자 투자가인 빌 그로스는 ‘모든 사업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타이밍이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며, 시장이 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수용 할 시간에 와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라고 하였으며, 모두가 잘 아는 카카오톡을 만든 한국의 김범수 의장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right time)에 적절한 행동(right action)을 했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사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음식 맛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썰렁한 가게에 소위 잘 나가는 블로거들을 초대해서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음식을 내어놓고 좋은 평을 써 달라고 강요하다시피 했으니 그들도 적잖이 난감 했으리라.  어느 정도 맛이 잡히고 가게에 손님이 좀 늘기 시작할 무렵 시도했더라면 꽤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을 한 장의 카드를 그렇게 허무하게 써 버렸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서두르는 것 또한 잘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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