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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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지 마라, 절대로. 194.71
kimhail

 

 

194.71

 

끔찍한 기억이다.  지난 2015년5월2일 토요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었던 날. 그날의 하루 매상이다.  그 주 주매상은  $4,701.44 이었다. 주방에 세 명, 홀에 두 명, 나, 집사람 해서 일곱 명이 일하고 있는 식당의 하루 매상.

 

남이 일궈 놓은 식당을 적당한 권리금을 주고 사서 3년간 잘 운영하다가 집사람과 상의도 없이 덜컥 팔아 버린 후 내 식당을 만들어 보겠노라 선언하고 희망에 부풀어 애지중지 가꾸고 꾸민 내 식당, 남들이 무모하다고 말려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케이션이 좋고, 기발한 메뉴 아이디어가 있는데 안되는게 이상한 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하루 매상이 200불도 안 되다니. 절망스러웠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무서웠다.

 

$4,308.64

 

지난 금요일의 매상이다.   지난주의 주 매상은 $21,191.89

 

가게가 북적이고, 손님들이 줄을 서고 하는 것을 보면서 무모하다고 했던 사람들이 당신이라면 해 낼 줄 알았다고, 대단하다고 한다.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은 없는 겁니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을 뿐 입니다.”    식당 지하에 마련된 조그만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 놓은 글이다.

 

어디서 본 글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실리콘밸리의 성공 이야기를 즐겨 읽으니 아마도 그 중 하나 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 무렵, 몹시 힘들고, 시작부터 모든 것들-장소 선정, 메뉴, 인력 등등 식당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에 대한 결정이 잘못 되었다고 후회 할 무렵 읽었던 글이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 라고 했던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다.  그냥 맹물에 끓여 내던 라면을 일본 라면처럼 육수를 내어 사용하고, 메뉴를 점검하여 매출 기여도가 낮으면서 특별한 식 재료를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정리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새로 개발해 추가했다.   광고를 하고 싶은데 마땅치가 않았다.  주 고객이 한국인이 아니니 한국 신문에 광고를 하는 것은 무의미 했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보았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요식업에 뛰어들면서부터 식당 경영에 관한 책이라면  모두 구해 읽었다.   e-book으로 되어 있는 것은 e-book으로, 그렇지 않은 것들은 한국에 주문하여 구할 수 있는 책은 모두 구해 읽었다.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있었으나 결론은 다 똑같이 ‘고객’에 맞춰져 있었다.   특히 “식당의 제일 훌륭한 인테리어는 손님이다” 라는 글은  내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   한참 바빠야 할 시간에 텅 빈 가게, 새로 생긴 식당인 것 같아 밖에서 들여다 보다가 가게가 썰렁하니 그냥 돌아가는 손님, 직원들은 직원들 대로 지은 죄 없이 그냥 내 눈치만 살피고...

 

잠깐 미쳐 보자 싶었다.  손님이 없으니 직원 수를 줄이고, 이익이 나지 않으니 각종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1년 버티다 망하느니 6개월 만에 해보고 싶은 대로 해보고 화끈하게 망해 버리면 나중에 후회도 덜할 것 같았고, 고통의 시간도 빨리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정의 회장의 자서전에서 본 글이 생각이 났다.   직원이 단 두 명인 시절에 회사의 모든 규모를 대기업 수준으로 맞추어 운영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대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이므로.

 

직원을 줄이고 집사람이 주방에서 일을 해 주고, 내가 홀에서 서빙을 한다면 가장 큰 부담인 인건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   

읽었던 책 중에서  ‘망하는 식당으로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언급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장사가 안되니 인건비를 줄인다고 직원 수를 줄이고 그러다 보면 어쩌다 한번 손님이 몰릴 때 서비스가 엉망이 되고,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음식 제공이 늦어져 손님의 불만이 쌓이고, 그러다 보니 몇 있던 단골 손님도 발길을 돌리고, 또 비용을 줄여야 하니 그나마 있던 직원마저 내 보내고 결국은 부부 둘만 남는다.  

 

모든 것을 손님이 만석일 때를 가정하고 맞추었다.  언제 손님이 들이 닥쳐도 충분히 감당 해 낼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다. 직원들이 비용을 아껴 준다는 갸륵한 생각에 손님이 없을 때 에어컨을 끄면 내가 가서 다시 켰다.   언제든지 손님이 들어왔을 때 쾌적한 기분으로 식사를 할 수 있어야지, 손님이 들어오는 시점에 에어컨을 가동한들 그 손님들 식사 다 끝날 무렵에나 좀 시원 해 진다.

손님이 음식을 잘 드시지 않으면 다시 메뉴판을 가져다 드리고 다른 것을 드셔 보라고 했다. 아예 직원 교육 매뉴얼에 명시를 했다.  ‘우리 집 수많은 메뉴 중에 틀림없이 하나쯤은 그 손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찾을 때까지 무한정 새로 만들어 드려요’라고 직원들을 교육했다.   가게에 이익이 되는 것과  손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상충하면 무조건 손님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하라고 했다.   손님이 음식을 너무 많이 시킨다 싶으면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으니 일단 이것만 드셔 보시고 혹시 부족하면 나중에 더 주문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했다. 

“여러분에게 임금을 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고 손님입니다.    나는 손님이 여러분께 드리라고 맡겨 놓은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나누어 드릴 뿐 입니다.   손님에게 잘 해야 하는 이유 입니다.”  라고 카운터에 써 붙였다.  

 

모르겠다.  그만큼 시간이 흘러 가게가 많이 알려 진 때문인지, 우리의 서비스나 맛에 감동을 해서인지, 몇 가지 시도했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던 건지…  어느 시점부터 매상이 조금씩 오르는 것이 그래프의 추세선(Excel  graph에 trend기능이 있다)에 잡히더니 언젠가부터 는 그래프가 매우 가팔라 졌다.

 

직원들에게 적정한 임금을 지급해도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팁이 매우 중요하다.  좀 되는 식당은 시급보다 많은 팁을 가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2-3불의 팁을 가져가면서도 불만 없이 참고 견뎌 준 직원들.  그들이 나를 살렸다.  앞에 고객을 언급했지만 내게는 고객보다 더 중요하고 고마운 분들이 우리 직원들이다. 직원들이 진심을 담아 고객을 대해야 손님이 다시 찾고 직원의 표정이 밝아야 고객이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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