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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삼식이!
kimchiman2017

 

 “야! 동창들은 다들 뭐하고 지내냐?” 얼마 전 김치맨이 50년 만에 만난 서울에서 온 고교 동기동창에게 던진 질문이다. “뭐 특별히 하는 게 있겠어? 우리들 같은 삼식이들이…”

 

 

 


 부부동반으로 토론토 딸네 집에 와서 두 달쯤 머물다가 돌아갈 계획이라는 그 친구이다. 그로부터 ‘삼식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다. 삼식이는 은퇴하고서 별로 하는 일 없이 세끼 밥을 집에서 먹는 사람들이다. 


 은퇴? 그 은퇴라는 단어는 60세가 넘어서부터는 간간히 생각해 본 김치맨이다. 65세가 돼 연금받기 시작하면 나도 은퇴 해야지! 아냐, 아직 건강하니까 70세에 은퇴하고서 여생을 즐겨야지! 


 그런데 막상 지난봄에 7순잔치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루고 나서는 은퇴가 두려워졌다. 물론 장사 형편없는 시골가게이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무얼하지? 아는 친구들 중엔 십년전에 은퇴하고 세계여행을 다닌 동갑내기도 있고, 60대 초에 은퇴하고서 서울에 오락가락 하는 2년 연하도 있다. 은퇴하고 나선 거의 매일 같이 일을 삼아서 골프를 친다는 친구도 있고, 또 교회봉사에 열심인 사람도 있다. 


 그런데 골프나 다른 취미도 없고, 신앙도 안 가진 김치맨이 일손을 놓고나면 과연 무엇을 하며 소일할까? 십여년 전 아내의 건강문제로 하던 가게를 처분하고 몇 달간 놀고 지낸 적이 있었다. 모아놓은 돈도 없고 아내가 병약한 처지라서 어디 맘놓고 여행을 다니기도 뭐했다. 고작 미국 LA와 샌프란시스코의 숙부님 댁들에 놀러갔고, 간 김에 라스베가스와 그랜드캐년 단체관광 투어를 했을 뿐이다. 


 캐나다에 이민 온 동포들의 삶은 큰 변화가 별로 없다. 이민와서 대다수가 남들 하는 것처럼 편의점, 세탁소, 샌드위치가게 등 자영업에 발들여 놓은 후에는 그 생업을 10년, 20년 계속한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판에 박힌 듯한 삶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대학 졸업 후 샐러리맨이 돼서 열심히들 일했다. 특히 해방 후 2-3년 후에 태어난 우리 또래들은 군복무시 월남전에 참가했거나 현대건설 등 직장에서 중동에 파견 나가 고생들을 했다. 


 서울에서는 나이 55~60세에 은퇴들을 한다. 캐나다에서의 은퇴 기준 나이 65세는 커녕 환갑도 안 치른 젊은 나이에 등 떠밀려 집으로 갓! 하게 된다. 은퇴하고서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는 남자들은 앞의 ‘삼식이’ 말고도 아내 뒤만 졸졸 따라 다니는 ‘바둑이’, 또 집에만 붙어 있는 ‘젖은 낙엽’ 등으로 불린다. 


 삼식이? ’내 이름은 김삼순!’ 라는 한국드라마가 있다. 2005년작 MBC 16부작이다. 그 드라마 보지는 않았지만 주인공 삼순이는 형제자매 중 셋째일 걸로 추측한다. 오빠와 언니가 있어 오빠 이름은 김일식, 언니는 김이순일거만 같다. 


 우리 4형제들의 돌림자는 ‘심을 식’(植) 자이다. 우리 형제들뿐이 아니라 사촌형제들도 모두 이름 끝자가 ‘식’이다. 석자로 된 이름의 가운데 자를 좋은 의미의 글자를 골라 썼다. 그런데 석 삼(三)자 삼식이가 있을 법도 한데 없다. 


 만일 김치맨의 조부님께서 큰손자 이름을 일식이라 짓고 차례로 이식, 삼식으로 하셨더라면 셋째가 임삼식이 되었을 터인데. 그리되면 삼식이, 아니 삼식씨는 평생을 자기집에서 편하게 밥먹는 팔자 좋은 처지가 되었을 게 아닐까? 


 캐네디언들의 평균수명은 82세이다. 한편 한국은 80세! 북한은 71세!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나라들의 평균수명은 50세도 안된다. 캐나다에서는 만 65세가 된 남자들은 평균 17년 반을 더 살게 된다. 65세 여성은 평균 21년 반을 더 살아있게 된다. 아직은 심신이 건강한 편인 김치맨은 적어도 12년 이상 더 살아있을 것 같다.


 그런데 김치맨도 삼식이인가보다. 나이 70이 넘어서도 아직도 시골에서 편의점을 계속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래층 가게, 2층 살림집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오르락내리락 하며 삼시 세끼를 아내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지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남성분들 중엔 삼식이 별명 붙여도 될 분도 있고, 또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삼식이클럽에 자동가입될 분도 많을 것이다.


 100세 인생 시대라고들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건 없건! 나이 들어서 할 일, 해야만 할 일이 없다는 건 비극이라고 여기는 김치맨이다. 그래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하겠다 다짐한다. 삼식이 김치맨의 사전에는 ‘은퇴’라는 두 글자는 없노라! 외치고 싶다. (20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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