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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백수 아들에게
kimchiman2017

 

 

 아들아! 네가 아다시피 아비는68평생을 경제적으로 항상 쪼들리는 삶을 살아왔다. 가난 탓으로 사람구실 제대로 못해오고 있음을 자인한다. 너는 물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잘 알고 있듯 사람 못난 탓으로 두번씩이나 가정파탄을 겪었으며 내 나이 오십 넘어서야 천만다행으로 17년 전에야 좋은 인연/천생연분 네 어머니를 만나 지금까지 무척이나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 


 나는 말이 어눌하다. 말을 조리있게 잘하지 못한다. 그리고 젊어서부터 찌들어 사는 세월 동안에 이마에 굵은 주름살들이 깊게 패어 가로질러 있어 나이에 비해 폭삭 늙은이의 얼굴이다. 그래서 누구와 얘기를 하려면 내 맘은 그렇지 않은데도 무언가 매우 못마땅한듯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것처럼 보인단다. 그래서 나는 말수가 적다. 어쩌다 누구에게 말을 걸면 자칫 오해받기를 잘한다. 자초지종 설명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결론부터 마치 성난 사람처럼 무뚝뚝하게 불쑥 내던지는 김치맨이기 때문이다. 다른사람들로부터 쉽게 호감을 받기가 어려운 사람임을 나 자신이 알고 있다.  


 그런데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듯, 그 대신 변변치 않은 글쓰기 실력이 조금은 있어 누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게 되면 글로 쓴다. 누구에게 전화하기보다는 이멜을 써 보낸다. 하긴 젊어서부터 연애편지를 그럴사하게 잘 쓴다는 평을 받기는 했다. 그래서 평소에 너와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나는 이렇게 편지를 써 보낸다. 


 아들아! 네가 엄마와 함께 내 삶속에 들어와 우리 셋이서 한가족이 된 지난 17년동안 가난을 벗어나고자 네 엄마와 너 그리고 나! 우리 셋이서 참으로 힘겹게 일하며 살아왔다. 빈털터리 셋이서 힘을 합해 보다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허허벌판 장사 안 될 자리에 편의점 차려 고생 고생하며 99년 3월 첫번째 우리 가게를 셋업 개업했다. 그리고 또 다시 두번째, 세번째 가게를 만들고 문 닫고! 가게를 번쩍 들어 좀더 낳아 보이는 위치로 이전키도 했지 않느냐? 


 그럴 적마다 하이스쿨/칼리지 다니는 네가 힘껏 도와주었음에 대해 고맙다는 마음을 제대로 표하지도 못했다. 너는 서울에서 알파벳도 제대로 못 배운 채 중학교 1학년 1학기 마치고서 이곳 캐나다에 왔다. ESL Course 도 없는 백인 일색의 시골동네 하이스쿨에 입학해서 다니면서 적응하고 공부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을 터인데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매달려 있었던 네 엄마와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채 그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했다. 안타깝고 미안할 따름이다. 


 이제 서른이 넘은 너인데도 아직까지 자립을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워하는 엄마와 Stepfather 인 나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컴퓨터를 공부하기 위해 칼리지를 옮기면서까지 노력을 했고 또 학업을 중단하고 직장에 다니기도 하다가 네가 찾은 적성에 맞는 간호학 공부를 하기 위해 Adult High School 과정을 다시 밟기도 하면서 노력을 하고 있음에 대해 칭찬과 함께 너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청년백수(Unemployed Youth)

 

 내가 요즈음 푹 빠져있는 한국 드라마들에서는 청년실업자/청년백수/취준생(취업준비생) 얘기들이 가끔씩 나온다. 그 표현들을 듣고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이곳 캐나다의 청년실업율 (Youth Unemployment Rate)이 최근 연방정부 통계에 의하면 15%쯤이다. 여기서 청년은 만15세에서 24세까지를 얘기한다. 만 15세-18세까지는 하이스쿨에 다녀야 하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학업을 중단/중퇴(High School Drop-outs) 한 청소년들이 꽤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중퇴율이 무려 10%선이나 된다. 


 물론 너는 30세가 넘었지만 아직은 College 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청년실업자로 집계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도 아직까지 자립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는 부모의 신세를 지고 있기에 넓은 의미의 백수로 간주되겠지? 그런데 엄마와 내가 네 걱정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가 알고 지내는 가정들마다 1-2명씩의 자녀들이 백수 또는 캥거루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캥거루족은 성년이 됐는데도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젊은 자녀(Young Adults)들을 뜻한다. 미국 허핑턴 포스트에 따르면 2012년 기준 18∼31세 미국 젊은이의 36%가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세대’ (Kangaroo Generation/Boomerang Generation 이다. 


 또한 우리의 지인들 중에는 나이가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어 마흔 또는 30대 중.후반인데 아직도 미혼인 채로 있거나 또는실업자 신세! 또는 뒤늦게서야 다시 칼리지 또는 유니버시티 /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는 만학도들이 제법 많아 늙어가는 부모들의 속을 썩이고 있는 성싶다. 우리 아들도 그들 중에 하나로 여겨져 내 마음이 매우 안좋단다. 부디 하루 속히 자립하고 독립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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