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bokyung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 박사,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정년퇴임)
한국상담학회 수련감독 전문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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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으로 성경을 읽다-우리가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5)
kimbokyung

 

 

 (지난 호에 이어)
선에는 불립문자, 교외별전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그것은 경전이 비록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해도, 그 가르침의 내용이 인간의 생각 그 자체를 떠나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전을 통하여 부처님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깨닫게 할 그 곳으로 가까이 가게 하는 일시적 도구로서는 유용한 것이지만 결국은 생각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경전 자체로부터도 떠나야 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을 암시한다. 


이 말을 이해하기가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전거를 타는 경우, 자전거의 구조나 성질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하지만 그러한 정보는 안내서로 필요하지만 결국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타게 되는 것은 머리로서가 아니라, 몸으로 그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인간의 일거일동 조차 인간의 생각이나 지식과는 별도로 우주자연의 법칙에 일치되지 않는 한 자의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에 따른다면, 인간의 생각이나 지식은 오히려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데 있어서 방해가 될 뿐이다. 


근심걱정과 번뇌망상이 인간의 지혜로운 삶을 방해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생각은 생각 위에 생각을 일으켜, 비록 처음에는 좋은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할지라도 결국은 욕심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둔갑하고 만다.


경전은 꿀맛을 본 사람이 꿀맛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 꿀맛을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더구나 꿀맛을 본 사람이 말까지도 못하는 벙어리라면 그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성경 역시 그렇다. 빛을 어두움이 알아볼 수 없다. 경전도 체득을 요구하고 성경도 체득을 요구한다. 경전과 성경뿐만 아니라 인간의 현실적 삶 자체가 체득을 조건으로 한다. 인간의 현상학적 경험은 실존의 조건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실존을 방해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불립문자이고 교외별전이면 성전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경전의 본의가 무엇인가를 깨닫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므로 선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거룩한 그 무엇”으로 보지 않는다. 경전의 본의는 “별 것”이 아닌, “배가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는 것”이다. “목이 마르면, 차를 끓여 마시는 것”이고 “계피 꽃이 만발한 산길을 갈 때는 계피 꽃 향기를 만끽하는 것”이다. 그것이 본심에 따라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의 낙원에서의 삶 역시 그것과 다를 수 없다. 그것이 낙원이다. 아담과 이브의 치명적인 실수는 비록 뱀의 꼬임에 빠졌다고는 하나 괜한 생각을 일으킨 것이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누가 너의 벗었음을 알게 하였는가?”를 물으셨다. . 


성경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말과 동일시할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이 창조되기 전에 이미 계셨다. 인간은 자신의 극히 제한된 지식과 논리로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려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말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하나님을 “신령과 진리로 섬기라”고 명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말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생각과 말이 신령함과 진리에 일치하도록 격상시키도록 요구하신다. 그것이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고, 하나님의 숨으로 생명을 얻은 인간의 본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알파요, 오메가”며 “시작과 끝”이다. 


예수님은 “누구든 거듭나지 않고는 결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예수님은 어린아이들을 보시고 누구든지 아린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지 않고서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사람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들의 생각은 그들이 경험을 통하여 학습한 것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자신이 아는 것만 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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