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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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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변경선 동과 서(55)-레이크 챔프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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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하순, 뉴욕 주 ‘알바니’근처 ‘스케넥타디(Schenectady)’에 있는 ‘프레드 바움가드너’(Fred Baumgardner) 목사 댁을 방문하였다. 하루 이틀 묵고 챔프레인 호수에 있는 여름별장에 가서 함께 지내기로 한 것이다. 


대개 별장으로 초대하는 일은 아주 특별한 친분관계가 아니면 하지 않는데 ‘웨슬리’ 부모가 닥터 ‘쏭’ 가족을 초대했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라워하였다. '게일‘은 호숫가 별장은 자기도 가보고 싶은 곳이라며 아주 부러워하였다.


 “우리 집은 에어컨도 되어있고 호숫가에 여름 별장도 있으니 얼마간 지내기에 좋을 것입니다. 애들도 보고 싶고 하니 휴가를 얻어서 꼭 좀 다녀가십시오.” ‘릴리안’의 편지는 포기와 좌절로 우울하던 일상에서 훌쩍 벗어나 호기심과 기대에 찬 즐거운 고민을 하게하였다. 


‘게일’은 다른 생각 말고 어서 가서 놀다 오라고 떠밀듯이 권하였다. 


“남 들은 경비를 들여가며 휴가를 다니는데 우린 레이크에나 가보자구.” 덧붙여 미국 상류사회는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은 것도 숨은 이유였다. 


‘웨슬리’가 그려준 지도 한 장 들고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90번 국도를 6시간 넘게 달렸다. 창문을 전부 열어놓고 달렸어도 얼굴에서는 비지땀이 흘러내리고 세찬바람결에 머리카락은 엉킬 대로 엉켜서 부수수하니 새 둥지 같았다. 


차 안을 여기저기 만지작거리며 몸을 뒤틀던 ‘영’은 그 손으로 땀을 문질러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이 얼룩덜룩 검둥이가 되어 있었다. 


‘스케넥타디’에 들어와서도 한 시간 정도 더 뱅글뱅글 돌고서야 ‘릴리안’네 집 앞에 도착되었다. 모두가 지쳐서 후줄근하니 늘어진 모습들이었다. 


“하이, ‘수지’ 하이, 우리 귀염둥이들!” 약간 경사진 긴 드라이브 웨이에 들어서자 ‘릴리안’과 ‘페이스’가 달려 나왔다.


“‘웨 스’가 아침 9시경에 떠났다는 전화를 해 주어서 2시경부터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하니까, 두 시간 이상을 밖을 내다보며 기다려 준 것이다. 어머니 품을 떠나온 이래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마음 샘 깊은 곳에서 불쑥 두 줄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현’을 받아 안고 가는 ‘페이스’의 뒤를 따라 구부렸던 다리를 겨우 펴고 일어서 나온 ‘숙’은 잠시 거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게 뻗어오던 길이 열쇠 끝처럼 둥근 광장을 끼고 돌게 되어 있었다. 일종의 막다른 골목(Cul-de-sac) 형상인데 중앙에 자리 잡은 광장은 숲 인지 공원인지 아름드리 울창한 전나무들이 하늘 높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공원의 둘레를 따라 대 여섯 채의 큰 집들이 터를 넓게 잡고 드문드문 서 있고 ‘릴리안’네 집 쪽은 야트막한 언덕이 되어 있어 광장의 나무들 때문에 저쪽은 보이지 않았다.

허리를 구부리고 보면 컴컴한 나무 밑 사이로 하얗게 반짝거리는 차도가 군데군데 보일 뿐이었다.


모두들 퇴근을 하였는지 차고에 넣지 않은 차들이 집 앞에 주차되어 있고 주위엔 사람의 그림자도 없이 조용한데 나무들 사이로 불어가는 바람소리만 솨~아 솨~아 들려왔다. 깨끗하게 정돈되어서 오히려 쌀쌀해 보이는 인상의 주택가였다.


 “‘프레드’는 좀 있다 돌아올 거에요. 집에서 마중치 못해 미안하다고 전화가 왔었어요.”


더블 카 차고의 위 창문으로 수박색 차가 반짝반짝 윤을 내며 들어앉은 것이 보였다. 언덕 위 현관에 이르는 양 옆으로 둥글둥글한 돌들을 고여 조성한 록가든에는 제라늄이니 금잔화, 칸나 같은 꽃들이 어우러져 한창이었다. 


 “야이! 엄마~” 리빙룸에서 ‘영’의 다급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흰털이 길게 늘어진 커다란 개가 으르렁거리며 ‘영’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현’은 푹신푹신한 양탄자 위를 기어 다니며 이것저것 잡아 다니기에 바빴다.


 “푸 씨. 푸 씨.” ‘페이스’가 꾸짖듯 부르자 ‘영’을 따라 다니던 걸 고만두고 혀를 길게 내밀고 헐떡거렸다.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 다시 명령하였다. 


 새 침입자들을 쫓고 있던 ‘푸 씨’는 아직도 미진한지 한참을 헐떡거리며 두리번거리더니 길다란 혓바닥으로 ‘현’의 볼을 쓰윽 핥아주고는 비켜서 쭈그리고 앉았다. 


“아 앙” 깜짝 놀란 ‘현’이 큰 소리로 우는 바람에 모두들 폭소를 터뜨렸다. 


얼음을 띄운 진저에일 한 컵을 받아 들고 소파에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피곤이 새롭게 몰려들었다. 발등이 퉁퉁 부어서 발가락을 꼬무락거릴 수도 없었다. 피아노엔 조금 전까지 누가 쳤는지 악보가 펼쳐진 채 열려있고, 전축에선 부드러운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악보는 ‘페이스’가 칠 곡은 아니었다. 문득 ‘릴리안’이 교회 반주자였다는 사실이 스쳤다. 화이어 플레이스를 가운데로 양 옆 천장까지 올린 높은 선반엔 두터운 책들이 촘촘히 꽂혀 있고 그 한 귀퉁이엔 ‘페이스’의 수집인 듯 만국인형들이 갖가지 모양과 색상의 전통의상을 입고 진열되어 있었다. 브라운 계로 배색된 가구는 오래되어 윤이 흐르고 손에서 닳아 품위가 더해진 것 들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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