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shon
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www.budongsancanada.com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78 전체: 223,267 )
일부변경선 동(東)과 서(西) (6)
jsshon

(지난 호에 이어)

 여러 층으로 굽이를 튼 인터체인지의 고속도로가 끝없이 뻗어나간 위로 각양각색의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그 속에 한 점처럼 우리가 탄 자동차도 달리고 있었다.

 높고 우람한 빌딩 옆에는 또 그만큼 넓고 큰 주차장이 있고 색색의 자동차들이 빈틈없이 들어차서 내려 비치는 태양광선에 제각기 찬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비행기위에서 내려다보이던 금문교를 이제 물위로 건너게 될 때 머리가 핑글핑글 도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광활한 바다위에 걸쳐진 다리. 거기 무쇠와 같은 인간의 의지가 자동차 바퀴 밑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 덜커덕, 덜커덕, 지-잉, 덜컹 -

 미국! 미국의 관문을 들어서는데 자꾸 자신이 서러워지는 위축감에 사로잡혀 갔다. 이런 기분은 줄곧 따라다니더니 다음날 ‘버펄로’로 가는 비행기에서 더욱 고조되었다.

 ‘동경’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창밖으로 푸른 하늘과 흰 구름만이 보였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버펄로’까지는 붉은색이 전부였다. 새빨간 점토들. 비행기를 무려 6시간이나 넘게 날아도 끝이 없는 대지. 도대체 이 땅덩어리는 얼마나 넓을까?

 미국은 크다. 미국은 많다. 미국은 넓다.

 버펄로 공항, 처음 만난 사람들

 솨-아, 솨-아 소리에 눈이 떠졌다. 여러 가지 소리가 한데 합친 것 같이 근원을 알 수 없는 맑고 상쾌한 소음들이 낮게 공간을 밀려다니고 있었다.

 -아 참. 그렇지-

 퍼뜩 자신의 위치가 환하게 알려지면서 늦잠을 잔 민망함이 스쳐갔다. 밤새도록 잠이 안 와서 애를 쓰다가 새벽녘에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어제 밤늦게 도착한 ‘숙’을 남편과 같이 마중 나왔던 ‘웨슬리’가 이곳에 내려주고 갔다. 남편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는 닥터 ‘게일 거트너’의 집이다.

 방안은 어린아이의 방인 듯 옷장 하나와 어린이 그림책과 장난감들이 어지럽게 늘어진 책상 하나가 있고, 씽글 베드 하나와 그 옆에 임시로 들여 논 간이침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남편이 잔 간이침대는 이미 비어 있었다. 밖은 맑고 청명한 날씨였다. 어제 밤 공항에 내렸을 때는 비가 와서 사방이 젖어 있었다.

 바람이 몹시 부는 비행장을 걸어 ‘영’의 손을 잡고 구내에 들어서기까지 남편은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열심히 밖을 내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키가 큰 외국인이 허리를 굽히고 손바닥으로 유리창을 닦으며 같이 찾고 있었다.

 마지막 승객이 빌딩 안에 들어올 때까지 그러고 있던 그들은 실망한 표정이 되어 허리를 죽 펴며 일어서다가 거기 빙긋이 웃고 서있는 ‘숙’을 발견하였다.

 ‘하이 마미. 하이 태영.’

 금세 얼굴이 활짝 개이면서 달려와 ‘영’을 번쩍 안아 올렸다. 남편의 인사에 마주 대답을 하려는데 갑자기 돌아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 웨 스. 웨 스. 이리 와 -

 키가 큰 그 외국인이 돌아서서 급히 몇 발자국을 떼고 있었기 때문이다.

- 자 내 와이프 ‘수지’이고, 이게 ‘태영’이야 -

- 하이 ‘수지’ 반갑습니다. ‘웨슬리 바움가드너’입니다. -

 키는 크지만 어려 보이는 얼굴이 수줍게 물들면서 악수를 청하더니 - 저 짐을 찾아 가지고 올 테니 천천히 오십시오 저쪽 입구에서 만납시다. - 하면서 후다닥 자리를 피해 달아났다. 남편의 웃음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 나하고 같이 있는 대학원 학생인데 반년 만에 와이프가 온다니까 입술이 다 타겠다며 놀리지 않아. - 웃는 소리가 대글대글하였다.

 비행기가 연착된 것 말고는 무사하게 도착되어 안심이 된 탓인지 피로가 몰려왔다.

 발은 아직도 퉁퉁 부어있고 온 몸이 뻐근하니 쑤셨다. 더 누워있었으면 좋겠는데 벌써 해가 저렇게 높이 떠있으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주름을 잔뜩 잡은 하얀 커튼을 살짝 들고 밖을 내다보았다.

- 솨 - 솨

 하늘을 찌를 듯 끝도 없이 뻗은 키 큰 포플러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소용돌이를 치며 불어가면 나뭇잎들은 저마다 바람결에 쫓기며 숨가쁜 소리를 내 지르고 비둘기만큼이나 큰 새까만 새떼들은 나무 끝에 매달려서 - 자르륵 자르륵 - 울어댔다.

 아스팔트 길이 하얗게 반사하면서 멀어져간 저쪽 끝은 고속도로와 교차되는지 가로지른 그 길엔 수 없이 많은 자동차들이 각가지색의 점을 찍으며 달려가고 달려오는 게 보였다.

 벌써 아침이 많이 기운 듯 동네 애들 서넛이 신을 벗어서 어께에 메고 짧은 바지에 러닝셔츠 만 입고 맨발로 보도를 달려갔다. 그 뒤로 커다란 불독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가는 것이 퍽 한가로운 한여름 낮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집안은 고요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