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ghokim
김종호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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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사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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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떠나고 싶은 것이 거대 도시의 빌딩 숲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하고 싶은 것일 것이다. 더구나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행이라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마음의 보약 같은 여행이 바로 산행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산과 숲과 나무가 있는 곳을 찾게 될 때마다 가슴깊이 느껴지고 신선하고 맑은 공기와 나무들의 내음, 오염되지 않은 계곡의 물에서 마음의 안위와 평안감마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나마도 주말이면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근교의 공원을 찾아 복잡스럽고 혼탁한 도시를 잊고 잠시 가슴과 몸 속에 쌓인 스트레스와 불순물들을 털어낼 수 있는 자연의 공간을 갖는 것은 우리 누구나가 공통적으로 갖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자연 속의 산과 숲, 나무들은 우리에게 삶의 활기와 의욕을 북돋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는 터다. 


따라서 주위의 야산이나 초원,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고, 맑은 공기 속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내일을 살아갈 우리 후대를 위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의 자연 공간을 고스란히 살리고 보존시켜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친구 덕택으로 이번 본 한인교회 시니어 대학 야외소풍으로 블루마운틴(Blue Mountain)에 있는 시닉 케이브(Scenic Caves) 자연 탐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토론토에서 버스로 2시간이 걸리는 6월의 원거리 산행으로 여름 마중을 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계절만큼이나 싱그럽다. 


버스 여행은 언제나 묘한 감상과 여유를 안겨 준다. 커다란 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를 보노라면 어느새 멀어진 고운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올라 낭만적인 기분이 되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더없이 정겨워진다. 때마침 교회 봉사자들이 건네준 빵과 물을 달게 먹는다.


 북쪽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멀리 보이는 블루마운틴 산의 허리를 휘감은 구름이 바람에 쫓겨 흩어지다가 산 위로 달아난다. 하늘에는 구름이 군데군데 떠있어 햇살도 요란하지 않고 바람이 수시로 간들거리며 불었다.


 정오가 가까워서 컬링우드(Collingwood)와 블루마운틴 스키장 주변의 관광명소 시닉 케이브에 도착했다. 컬링우드 지역은 5대호 중에서 두번째로 큰 휴론 호수로의 선박수송을 위해 1858년경에 형성된 아주 오래된 마을이다. 이곳 가까운 곳에 담수호 모래사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와사가 비치가 있고 블루마운틴 스키장이 있어서 여름과 겨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블루마운틴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생길 무렵에 생긴 단층의 일부로, 높은 산이 없는 온타리오 주에서 산으로 많이 애용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단층이 생길 당시에 생긴 돌더미와 동굴들이 있는데 그것이 관광지가 되면서 오늘날 시닉 케이브라 불리는 자연공원이다. 


이곳에는 작은 동굴들과 계곡에 설치된 현수교,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짚라인(Zipline)이 있다. 이곳 짚라인은 멀리 아름다운 조지안 베이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캐나다 최장의 840m 길이로 상쾌하게 숲속을 내려간다. 또한 숲속에는 잘 조성된 산책로도 있어서 작은 동굴 지역과 숲속 하이킹 트레일을 걸으며 한나절 놀기 좋은 곳이다. 

 

 대자연의 캐나다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닉 케이브 협곡 속에서 즐기는 동굴 탐험, 조지안 베이 경치구경, 짚라인 타기, 흔들다리(Suspension Bridge) 건너며 경치구경, Trail 걷기 등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못가의 공원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이 있었다. 우리는 교회 봉사단이 정성들여 준비해온 점심을 먹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잎이 넓은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산에는 이제 온통 푸르고 푸른 여름이다.


 시닉 케이브는 이름 그대로 경치가 아름다운 동굴이다. 이 지역의 역사는 수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빙하와 기후, 물이 변모시킨 이 동굴은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에 의해 신성시됐다고 한다. 여름 기온이 섭씨 약 4도인 “자연 냉장고”, 한여름에도 얼음과 눈을 볼 수 있는 “아이스 케이브(Ice cave)” 등 환상적인 동굴안 지하세계를 탐험할 수 있었다. 이곳의 또하나의 명물은 2003년 6월에 개통된 현수교다. 온타리오에서 가장 긴 현수교라고 하는 이 흔들다리는 총 공사비 100만 달러를 들여 해발 300m에 길이 126m로 이 지역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우리들은 무리를 지어 나무판자를 줄로 이어 만든 이 흔들다리를 건넜는데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리는 나무판자 틈새로 땅이 함께 흔들린다.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쫙 돋는다. 좀체 발이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자 뒤에 있는 아내가 겁없이 길을 재촉한다. 


내 딴에는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다.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현기증이 나기 시작해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떨어질까 봐 두려워 머리털이 곤두서고 심장이 뛰는 독특한 체험을 경험한다. 젊은이들은 이 쾌감을 맛보려고 산에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상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무더운 날씨에 급하게 산을 오르느라 지친 데다 배불리 먹었고 바람마저 살랑거리니 이 순간 한숨 눈을 붙이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 중의 하나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고 즐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공원 잔디에 드러누웠다. 얼굴을 가린 모자 사이로 하늘과 나무들을 보고 있었는데 간간이 부는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인생은 신기하고 신비롭고 값있는 일이며 만남의 연속이라고 했다. 날마다 태양은 뜨고 지지만 매일이 다른 날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새날을 맞는 기대와 긴장감이 인생의 묘미라면, 새로운 인연과 자연을 만나는 사랑의 감동은 바로 산행의 묘미일 것이다.


 시닉 케이브 탐험, 이런 기회는 흔치 않을 듯하여 용기를 내었더니 역시 만용이다. 여러 사람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이 들뜬 기쁨을 오래 간직하고, 그들의 고마운 마음은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더운 날씨인데도 준비해온 풍성한 점심은 그 많은 사람들을 먹이고도 남았다.


 교회에서 출발해서 안전하게 그 많은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세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본 한인교회 김창일 목사님과 행사준비위원들, 그리고 교회봉사단원들의 희생적인 봉사활동에 찬사를 보낸다. (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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