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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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타령
jakim

 

 눈이 녹고 날이 따뜻해져 오랜만에 아폴로와 산책을 나갔다. 공기도 산뜻하고 햇살도 따스하게 비추는 것이 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며칠 후면 저 앙상한 가지들에서 수많은 이파리들이 피어나겠지. 밖에 나오자 아폴로도 좋은지 펄쩍펄쩍 뛴다.


 집 바로 옆에 있는 마라톤 길을 건너려는데 저쪽에서 신사장님네 부부가 하얀 진돗개 한 마리씩을 줄에 잡고 오고 있다. 신사장님은 우리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남쪽 길로 건너갔고 미세스 신도 따라 건너가려는데 그만 잡고 있는 진돗개가 우리에게 길을 안 비켜주겠다고 으르렁거린다.


 미세스 신이 힘이 달리니까 당기지도 못하고 오히려 개에게 끌려가는 양상이다. ‘제가 길 건너갈게요’ 하고는 남쪽으로 길을 건너자 신사장님네가 북쪽 길로 건너가 지나치는데 진돗개 두 마리가 입에 마개를 한 채 으르렁거리고 난리다. 아폴로는 힐끗 쳐다볼 뿐 별 반응을 않고 그냥 지나친다. 2년 전 한번 물린 적이 있어, 진돗개만 보면 별로 반가워하지도 않고 모르는 체 지나친다. 


 진돗개를 지나치고 아폴로는 깡총깡총 뛰면서 다시 길을 건너려는데 꼬부라지는 길 쪽에서 흰 무늬가 듬성듬성 있는 검은 개 두 마리를 옆집 알빈 와이프와 아들이 한 마리씩 잡고 오고 있다. 나이 많은 ‘오레오’(오레오 과자와 색깔이 같다고 그렇게 이름 지었다)는 오래 전부터 있었으니까 나이가 무척 들었고, 새로운 ‘뽀빠이’는 작년인가 조그만 할 때 왔는데 지금은 커서 둘의 덩치가 비슷하다. 


색깔마저 비슷해 나는 구별하기가 힘들다. 뽀빠이가 처음 온 날 집이 그리운지 밤새도록 끙끙거리고 우니까 아폴로도 심란한지 잠 한숨 못 자고 밤새 뒤척거렸었는데, 이제는 동네 라이벌이 돼버렸다. 아폴로가 지나치려 하자 뽀빠이가 한번 붙자고 난리를 친다. 아폴로는 쓱 쳐다보더니 그저 앞으로 내 달을 뿐이다. 젊잖은 놈. 


 작년 우리 앞집에 한 부부가 이사오면서 개를 한 마리 데리고 들어왔다. 아폴로가 나가다 만나면 둘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서로 냄새도 맡고 주인들 끈에 묶여서도 스킨십을 한다. 그 개는 암놈이고 아폴로는 수놈이라 그런지 더욱 애틋하게 논다. 그러다 얼마 전 하루는 그 개가 우리집 쪽으로 왔고, 아폴로도 마침 일보러 뒤뜰에 나갔다가 그 개를 발견해 둘이서 뛰어 놀고 난리를 치는데, 그때 마침 뽀빠이도 뒤뜰에 나왔다가 그 모습을 보았다.


 알빈네와 우리 집에 울타리가 있고, 우리는 문이 없으니 아폴로가 맘대로 다니는데 알빈네는 문이 달려있어 개들이 나올 수가 없다. 그러니 뽀빠이도 수놈인지라 아폴로와 앞집개가 뛰어 노는 것을 보더니 더욱 열이 받쳐 컹컹 짖어대고 난리를 쳤다. 앞집 남자가 와서 자기 개를 데리고 가고, 나는 아폴로를 불러들여 일을 수습했다.


 그 후로는 아폴로가 뒤뜰에 나가기만 하면 자기집 뒤뜰에 나와 있던 뽀빠이가 경쟁의식을 느끼는지 철망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난리다. 처녀 하나가 들어오니 동네 총각들이 사랑을 차지하려고 온통 난리를 치는 모양새인데, 오레오는 수놈으로써의 기능이 끝났는지 그런 모습을 보고 가만히 구경할 뿐이다.


 며칠 전에 아폴로가 밖으로 나가자 뽀빠이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한 바탕 붙었는데, 그만 나무에 찔렸는지 울타리에 찔렸는지 왼쪽 눈 밑이 조금 찢어졌다. 그걸 보고 집 사람은 속상해서 씩씩거리는데, 아폴로가 또 방안에서 나와 놀다가 어디에 부딪쳤는지 오른쪽 눈 안쪽으로 핏발이 뻘겋게 나타났다. 그것을 본 집 사람 입에서 괴상한 울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거 잘못했다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동물들이 다 그런 거지” 한마디 했더니 울음 소리는 줄어들었는데 아폴로 얼굴을 들여다보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여기서도 개 때문에 난리인데 한국에서 또한 개들 때문에 난리들이다. 어느 지방 경찰청장과 어느 정당간에 서로를 헐뜯고 난리인데, 해당 정당에서 경찰을 ‘미친개’ ‘사냥개’라고 부른다. 그런데 미친개라고 부르면 몰라도 사냥개라면 개들에게 실례되는 말일 것 같다. 최소한 개들은 자기 주인을 확실히 아는데, 한국의 ‘개나으리’들은 자기들의 주인인 국민들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빨리 봄이 되어 노란 개나리들을 보고 싶고, 한국의 개나으리들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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