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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맞이하기
jakim

 

 벌써 12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세월은 나이가 들수록 빨리 간다더니 올해는 유독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근래 3주간 3명의 지인들 장례식이 있었다. 한 명은 나와 대학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 원호의 장례식이었고, 또 한 명은 노스욕 한식당 O의 사모님이었다. 두 사람은 나와 동갑내기다. 그리고 스키협회 하 형님의 어머님께서 거의 백세 가까이 장수하셨는데, 올 봄에 남편 분을 여의시고 본인도 하늘나라에 올라가시는 복된 삶을 사셨다.


 친구 원호의 입관예배에 참석해서 고인과 인사하기 위하여 관 앞에 섰을 때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3년 전에 볼 때보다 수십 년은 더 나이가 들어 보이게 머리는 하얗게 세었고, 얼굴은 바짝 말라있었다. 


원래 동안에다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던 친구가 갑자기 팍 늙은 모습으로 관속에 누워있으니, 지난 한두 달간 그가 무척 고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 보면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왜들 아등바등 사는 걸까? 죽음 앞에서 다 놓고 떠나가야 하는데… 


 작년 제자 훈련할 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신의 삶에서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라는 질문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거에도 분명히 행복했던 기억이 있었을 텐데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발표한 사람의 많은 수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작년과 올해 교회 시니어칼리지에서 봉사를 했다. 사진을 찍고 밥상을 차리는 일이었는데,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열심히 배우고, 학기말에 자기들이 배운 것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데 사람은 평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분들이 만든 작품 전시회와 공연 등을 보며 많은 깨달음이 왔다. 특히 미술전시회와 서예전시회 그리고 시낭송을 들으며 이런 배움의 자리가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되었다. 미술과 서예는 그분들이 예전에 배움의 기회가 없어서 지나친 것을 이제 삶의 마지막 부분에서 서툰 솜씨나마 모든 정성을 다하여 만든 것이니 너무 귀하게 여겨졌다.


 시낭송은 담당이신 서 집사님이 직접 나에게 자기반의 시낭송 전체 사진을 꼭 찍어 달라고 부탁했기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었다. 그런데 시낭송하는 것을 들으니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의 줄거리들을 시로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었다. 아 저분들이 평생에 시라고는 만들어 본 적이 없었을 텐데 얼마간 배워 저렇게 멋지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에게 더 특별한 것은 그 반에 계신 윤응식님과의 관계가 나의 이민 초기에 캐나다 생활의 기반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윤선생님께 몇 장의 사진과 함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드렸더니 전화를 걸어오셨다. 


너무 고맙다고, 시는 평생 처음 써봤다고 하시며 거듭 고맙다고 하시는데 투자 면에서는 나에게는 훨씬 경제적인 것이다. 식사 한번 대접했으면 인사 한번으로 끝났을 텐데, 그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더 많은 인사를 받았으니 말이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 죽음을 기다리느냐 맞이하느냐 그것은 우리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죽음이 앞에 있으니 그 죽음을 더욱 복되게 하기 위해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에 굴복하는 것이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죽음을 이기는 것이다.


 돌아가신 세분 모두의 명복을 빌며, 올 한해 동안 나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들께 연말 인사를 전하고 싶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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