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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음식
jakim

 

 이번 주가 추석이란다. 한국에서는 한글날과 개천절, 주말 등을 연계해 무려 열흘은 쉬는 황금연휴라 한다. 역시 명절은 그때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 있어 더욱 특별하지 않았을까? 


사실 우리가 자랄 때만 해도 먹는 것이 귀해 점심을 못 먹어도 하소연을 못했고, 무언가를 푸짐하게 먹었던 기억은 그래도 명절 때였다. 추석에는 송편이고, 설날에는 떡국이라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송편이나 떡국은 없다.


 나에게 추억의 음식이라면 어릴 때 가끔 먹던 갈치구이, 콩이 잔뜩 들은 청국장, 집 울타리에서 딴 호박을 넣고 뚝배기에 끓인 된장국, 그리고 밥솥에 쪄서 싸먹던 호박 잎 등이다.


 여름 더운 날 마당 한가운데 있는 평상에 앉아서 호박 잎에 밥을 넣고 된장 한 숟가락 가운데 얹고 먹던 그 맛,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갈치를 숟가락 위의 밥에 얹어먹던 그 맛, 그때의 그 먹거리들이 나를 예전의 그 시절로 되돌려 놓는다.


 세상이 좋아지고 먹을 것이 풍부해지기도 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캐나다에 이민 와 살면서 먹는 것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캐나다에 살면 주식을 양식으로 먹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양식은 그야말로 골프 토너먼트 후에 나오는 스테이크나, 가끔 바삐 돌아 다니다 한식당을 못 찾아 할 수 없이 먹는 맥도날드의 햄버거, 또는 팀호튼의 샌드위치 정도가 내가 일년에 몇 번 먹는 양식이다.


 우리는 결혼해서 집에서 밥을 먹어도 반찬은 주로 사다 먹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집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다. 특히 올해 손녀딸이 태어나니 산모가 잘 먹어야 젖이 잘 나온다고 심심하면 음식을 해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딸네 집에 가잖다. 그러면 나도 손녀딸 보고 싶은 마음에 따라갈 수밖에.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집사람이 해준 음식을 그리워할 텐데, 그것이 그들의 추억의 음식이 될 것이다.


 지난 토요일 아는 분의 장례식을 다녀왔다. 모든 예식이 끝나고 뷔페식당을 갔는데 오른쪽으로는 모두 아는 분들인데 내 왼쪽으로는 모르는 분들이 앉았다. 바로 옆에 앉으신 분이 반갑게 나를 맞으시며 자기를 모르겠느냐고 우리 같이 학교 다녔지 않냐고 하시는데 나는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우리 집사람 이름도 대시면서 어찌 젊은 사람이 자기보다도 기억력이 안 좋으냐고 하시는데 몇 가지 더 여쭤보니 그 분과 돌아가신 분이 1980년도에 세네카 칼리지를 들어가셨단다. 그때 집사람(그때는 약혼자)은 거길 다닐 때였고, 나는 이미 졸업을 했지만 가끔 집사람을 픽업하러 오가다 그분과 인사를 했단다. 성함을 여쭤보고 집사람에게 안부 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몇 시간 일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들어가는 곳이 부엌이다. 가지고 나갔던 컵 등을 가져다 놔야 하고 아니면 냉장고를 열고 보리차를 한잔 꺼내 마시던지 해기 때문이다. 내가 들어서니 아폴로는 잽싸게 올라와 꼬리치며 나를 따르는데, 힐끗 거실을 살펴보니, 펑여사는 소파에 기댄 채로 앉은 자리에서 "하이" 할 뿐이다. 


부엌에 들어가 보니 오븐에 불이 켜져 있다. 스토브는 하루에 몇 번이고 쓰지만 오븐에 불이 켜지는 날은 뭔가 특별한 것을 요리하는 중이다. 사실 오븐을 쓸려면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프라이팬 등을 꺼내놔야 하기 때문에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옷을 갈아 입고 거실로 내려가 집사람에게 그분 이야기를 하니 금방 기억을 해낸다. 그분 오른손을 많이 다치신 아저씨 아니냐고, "당신도 인사 몇 번 했을 텐데 왜 기억을 못해?" 한다. 그러고는 부엌으로 가서 접시에 무언가를 가져오는데 냄새가 구수하다. Cabbage Roll을 접시에 덜어서 주기에 위스키 한잔 따르면서 "여보 내가 왜 스테이크 먹을 때 가끔 Mashed Potato 먹는 줄 알아?" "왜?" "나에게는 Cabbage Roll과 Mashed Potato가 세네카 다닐 때를 기억나게 해줘" "당신은 비싼 것도 먹었네, 나는 맨날 후랜취 후라이나 먹었는데" "당신의 생활수준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내가 당신과 결혼한 거야" 마지막 말은 나 혼자 속으로 삼켰다. 나의 생활수준이 파괴되면 안되니까.


 학교를 다니면서 어머니가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싸줬다. 그런데 밀가루가 영 입에 맞질 않아 좀 먹다가 버리곤 했는데 어느 날 카페테리아에서 본 Cabbage Roll이 무척 맛있어 보였다. 주문하고 먹어보니 나에게는 딱 맞는 음식이었다. 배고픈 학생이 주문한 Cabbage Roll에 토마토소스를 흠뻑 얹혀주고, Mashed Potato(으깬 감자)에 Gravy를 듬뿍 올려주던 그 아줌마들은 아직도 살아 계실까? 


추억의 음식에 술 한잔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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