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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현충일(Remembrance Day)
hongsungwon

 

레이크쇼어(Lakeshore Blvd.) 거리를 서쪽으로 이어가다 보면, 33 그리고 34번가(34th St.)에 이르러 남쪽으로 향하는 길의 별칭이 '롱브랜치'(Long branch)다. 옛날에는 잡목으로 둘러 쌓인 숲이었으나, 택지로 개발된 뒤로는 양쪽으로 널리 주택가를 형성하고 있다.


남쪽 온타리오 호수와 인접한 부분에 아직도 수령(樹齡)이 오래된 참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가문비나무, 백양나무 등으로 이룬 작은 숲 한가운데, 전쟁 중에 전사한 병사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위령탑이 하나 세워져 있다.


그 앞면에는 동판이 위아래로 3개 붙어 있는데, 맨 위에는 세계 1차 대전 때(1914~1918), 가운데에는 2차 대전 때(1939~1945) 전사한 장병들, 그리고 하단에는 한국전쟁(1950~1953) 때 UN군으로 참전했다가 희생된 캐나다 군인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언제나 이 위령탑 앞을 지나다니곤 한다. 11월 11일이 가까워 오면 캐나다 전역의 전몰 유가족, 상이용사회에서 조화로 만들어 파는 빨간 양귀비꽃 4송이를 사서 하나는 내 왼쪽 가슴에 꽂고, 나머지 3 송이는 3개의 동판 모퉁이에 붙여 놓는다.


내 조국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려다 고귀한 목숨을 바친 영령에 감사와 추모의 정이나마 보태고자 하는 뜻에서다.


매년 11월 11일 11시가 되면 캐나다 전역의 관공서, 학교, 회사, 공장, 직장 등에서 2분 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묵념을 하며 추모한다.


세계1차 대전 발발 그 다음해인 1915년 봄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지방에 걸쳐있는 '플랜더스' 격전지에 연합군으로 종군한 캐나다 군의관 죤 맥그레이 중령이 사랑하는 부하 알렉시스 헬머 중위와 다른 전사자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양귀비 꽃 벌판에서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시(詩) <플랑드르 벌판에서>를 지어 그들의 영전에 바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에 감동을 받은 미국의 Y.M.C.A의 전쟁구호 봉사교사 모이나 마이클이 답시를 발표하고 가슴에 붉은 양귀비꽃을 달고 다녔고, 프랑스 여성 게렝은 종이로 만든 양귀비꽃을 팔아서 전쟁고아들을 도왔는데,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종전 후 캐나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등 국가에서 풍습으로 지켜오고 있다.


빨간 양귀비꽃(poppy)은 전쟁의 부상자와 전사자가 흘린 선홍의 피를 상징한다. 세상살이에 휘둘려 분망한 나날을 보낼지라도, 이날 Remembrance day 하루만이라도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의 영령 앞에 머리 숙여 추모의 정을 기리자.

 

 

 

 

 플랑드르 벌판에서
 - 죤 맥그레이 -

 

 


 
 플랑드르 벌판에 줄지어진 십자가 사이
 양귀비꽃이 피어나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알려주네
 하늘위로 종달새 노래하며 날고
 저 아래로 희미한 총소리

 

 이제 우리는 죽은 몸
 엊그제 까지는 우리 살아 있었네
 새벽을 느끼고, 석양을 맞았지
 사랑하고, 사랑을 받았건만
 지금 우리는 잠들어 있네
 이 플랑드르 벌판에

 

 그대여!
 우리대신 적을 무찔러 주오
 이 횃불을 그대에게 드리니
 높이 쳐들어 주오
 만일 그대가 죽은 이들을 저버린다면
 우리는 결코 잠들지 못하리
 이 플랑드르 벌판에
 양귀비꽃이 다시 핀다 해도…

 


 
* '플랑드르'는 플랜더스의 프랑스어 표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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