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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아준 아주머니
hongsungwon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나는 한 주 걸러 영/스틸(Young  St./Steels Ave.) 근처로 첼로(cello)를 배우러 다닌다. 70살의 다 늦은 나이에 새삼 뒤늦게 무얼 배우러 다니냐? 고 묻는 사람도 있고, 달리 무엇인가 좋아하는 것을 택해 배우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잘하는 일이라고 격려해주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토비코(Etobicoke ) 지역 서남쪽에 살고 있으니, 꽤 먼 거리를 운전하고 다니는 셈이다. 어느 날인가도, 배움을 마치고 스틸 거리에서 더프린 가도 쪽으로 내려오는 시간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더니, 이내 폭우로 변하여 앞의 시야를 분별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빗길에 고속도로(Hwy 401)로 들어서는 것이 안전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어디서라도 쉬었다 가려는데, 오른쪽 상가 쪽으로 K식당의 큰 한글간판이 보여 일단 그쪽에 주차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 만두 국을 하나 주문해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밖에는 계속 굵은 비를 뿌려대고 있었다. 점심을 잘 먹고 비 멎기를 기다리면서 앉아있는데, 식탁 위에는 반찬과 후식으로 내놓은 파전도 그대로 남아있다.


식당에선 손님에게 한번 내놓았던 음식을 모두 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 터여서 주인 아주머니인 듯한 분께 물어보았다. "남은 반찬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드네요. 남은 것을 싸주실 수 있으면 집에 가져가서 잘 먹겠는데요"


"네, 싸드릴게요"


잠시 후에, 아무래도 너무 많아 보이는 양의 음식이 담긴 봉투를 건네주면서 그 아주머니는 말했다. "이후 어느 때라도, 식사를 꼭 안 하셔도 좋으니 찬(반찬)이 필요하시면 언제고 오셔서 말씀하세요. 조금씩 담아 드릴게요.”


이 착하고, 예쁜 말! 그리고 그 마음씨!


그분은 여자 특유의 직감으로, 내가 노년을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임을 알아차렸나 보다. 


비는 어느덧 멎어있고, 좋은 인정을 얻어 가슴에 품고, 깨끗이 닦인 길을 운전해 집으로 왔다.


저녁때가 되어 식사를 하려다가 또 한번 "어-" 하고 말았다. 다섯 개의 스티로폼 용기에는 먹다 남았던 반찬이 아니고, 가득가득 새 반찬이 담겨 있었다.


"아! 착한 사마리아 여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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