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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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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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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근불가원” 이라. 전에 아버지가 이 말씀을 해주셨다. 사람관계란 너무 가까이 해도 안 되고 너무 멀리 해도 안 된다는, 거리를 말함이다. 


 불가근불가원의 어원이 참새들한테서 온 것이라 하니 참 재미있다. 가까이 가서 가만히 보면, 참새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다가 특히 전깃줄에 앉을 때, 서로 어느 정도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은 새들이 날 때 서로 날개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새는 날개가 생명인데, 부딪치면 날개가 부러지든가 털이 빠지든가 상처가 나게 될 것임으로. 참새들은 이런 진리를 어떻게 알았을까, 참새들한테서도 배울 점이 있다니 참 고맙고 귀여운 새들. 


 고슴도치도 서로 날카로운 털을 가졌기에 너무 가까이 있으면, 서로를 찔러서 아프고 떨어져 있으면 춥고 쓸쓸하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함께 모여 살아간단다. 
짐승이나 개미, 벌 등 미물들한테까지도 자세히 알고 보면 배우고 감탄할 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진리를 어찌 알았을까? 서로 사는 길을 터득했기에.


 인간(人間)이란 한자도 사람 인(人) 자에 사이 간(間)을 쓰는 것을 보면 사이가 중요함을 볼 수 있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 즉 불가근불가원이란 말은 여기에 해당이 되고, 사이가 좋다, 관계가 좋다는 말은 거리유지를 적절하게 잘 하고 있다는 말로도 풀이가 되겠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너무 친해서 속에 있는 말을 다 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에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고, 기대가 어긋나 결국엔 싸울 수가 있다. 친하다 보면 어떤 비밀이라도 다 털어 놓고 이야기 하고 싶기 때문임으로, 결국엔 상처 받고 상처 주는 관계가 될 수 있음을 보는데, 그게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오호 통재라.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면 싸울 일이 있겠나. 법정스님의 말씀대로 사랑도 괴롭고 미움도 괴롭다며 그러니 사랑이고 미움이고 너무 집착하지 말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것이 수행자의 길이니라. 


 그 길은 법정 스님이나 가는 길. 우리가 사는 속세에는 사랑도 있고 미움도 있어 세월 보내기에는 이곳만큼 좋은데도 없거늘. 친구처럼 좋은 게 어디 있나, 콩 한쪽도 나눠먹는 친구, 항상 함께 있고 싶은 친구, 친구! 친구! 친구에 대한 노래도 많고, 대신 죽어줄 수 있는 하늘같은 우정에 대한 이야기나 친구간의 의리, 명언도 많다. 길은 잃어도 친구는 잃지 말라, 부모 팔아 친구 산다, 친구가 그토록 좋거늘. 


 프랑스의 화가 밀레와 친구 루쏘의 아름답고 풋풋한 우정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관중과 포숙처럼 친구 사이가 다정함을 이르는 관포지교, 단단하기가 황금과 같고 아름답기가 난초 향기와 같다는 금란지교, 나를 알아주는 절친한 친구가 죽었다 해서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 등, 우리에겐 알토란같은 소중한 우정이 있어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밑거름도 된다는 사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았다. 한국의 탈렌트 김혜자와 김수미의 우정, 김수미가 우울증을 겪으며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 위에서 쩔쩔 맬 때, 김혜자가 아프리카에 보내려던 재산을, 아프리카가 여기 있네, 하고 통장을 건네주어 친구를 구해낸 도타운 우정, 적어도 이런 우정을 가진 친구가 있다면 오늘 죽어도 한이 없겠다. 내가 김혜자 같은 친구가 되고 싶다. 가진 것은 없어도 어쨌든 내 모든 것을 주고 싶은.


 불가근불가원이라,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기찻길처럼 유지해야 하는 간격, 그 간격 유지가 안 될 때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 지혜와 인내로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참새만도 못한 모습의 나를 보게 된다. 언제나 성숙한 모습을 지니려나.


 사는 동안 어쨌든 친구와 함께 가련다, 왜 혼자 가나? 만나지 않는 영원한 기찻길처럼 가면 되지 않겠나. 아버지가 불가근불가원이란 말씀을 하시면서 꼭 따라 붙는 귀감이 되는 말씀이 있다. 


“조금 외로운 게 낫다, 외로 우면 책을 읽고 배우는 데서 즐거움을 찾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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