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sj
(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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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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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기를 갖고 싶어요. 결혼한 지 5년이 넘었어요.”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머금는다. 그렇지, 여자가 결혼을 하면 애기를 갖고 싶은 건 본능이니까.


 내 컴퓨터가 고장나면 고치러 가고, 컴퓨터에 대하여 물어볼 일이 있으면 으레 가는 한인 PC방이 토론토의 노스욕에 있다. 여러 번 가다 보니 PC방 젊은 주인남자는 물론, 그의 부인과도 정이 들어서 살아가는 깊은 이야기까지도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토론토에 일가 친척이나 친구 하나 없이 살다 보니 외로운 건 물론, 속말을 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때론 답답하며 캐나다 이민생활이 서글프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이민자로서 느끼는 그것을 그녀라고 못 느낄 것인가. 그런 건 다 덮어두고라도 본능 중에 본능인 애기를 갖고 싶다는 것, 나는 그 말을 어깨 넘어 남의 말로 흘려버릴 수는 없었다. 


 내가 그녀의 엄마뻘 되는 나이고 보니 엄마처럼 생각이 되어서 그런지, 간절한 말로 자기의 소원은 애기를 갖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어떻게든 그녀의 소원을 도와주고 싶었다. 


 다음날 아침 그녀한테 갔다. 병원에 가서 검사는 해보았느냐고 물어보니, 물론이라며 철분검사는 정상이라고 하는데, 배란이 좀 규칙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더니 “저 사람 수가 얼마 안 되고, 안 움직인대요.” 말끝을 흐리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나는 얼른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 말은 정자 숫자가 적고, 정자가 안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어머나,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생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하고 물으니 정자 숫자를 늘리고, 정자를 움직이게 해야 하며, 여자 배란도 규칙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이도 저도 병원 약 먹은지 한 2년 정도 되었어요.” “아, 그래요”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양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남자는 컴퓨터에 매달려 사는 사람이다 보니 운동 부족은 물론, 햇볕 쏘일 시간도 없었을 터이고, 행동하는 것도 보면 나이든 사람처럼 굼떴다. 


 전자파 속에서 살다 보니 정자도 숫자가 줄어 얼마 안될 것이겠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도 이해가 갔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도와 줄 수 있을까?


 나도 한국에서 딸 둘을 낳고, 35여 년 전에 아들을 낳고 싶은 소원이 있었는데, 내 소원을 전해들은 수양할머니께서 대장간에 가서 작은 쇠도끼를 두개를 만들어 와서, 아들 둘을 낳으라고 남편의 베개 속 깊은 곳에 넣어주었다. 그때는 그런 일들이 있었다. 


 남편한테는 아들 둘 낳을 때까지 말하지 말라 하며, 수탉 세 마리를 해 먹으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준 그 할머니의 정성때문인지 기다리던 아들을 낳았다. 그 할머니는 내가 아들 낳았을 때, 너무 좋아하시며 덩실덩실 춤추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거늘. 


 나도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었다. 백방으로 알아보던 차에 우선 내가 친하게 지내는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인 여자한의원 원장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니, 특별한 처방이 있다 하며 부부에게 자기가 지어주는 한약을 먹이면 90% 이상은 애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믿을만한 좋은 비방을 알아냈으니 둘이 다 한약을 먹고, 소원하는 애기를 가져 보자고 강력하게 말했다. 


 얼마나 애기를 갖고 싶었는지 그들은 단숨에 한의원으로 가서 부부가 먹을 약을 지어 왔다. 나는 날마다 전화를 했다. 오늘은 남편 약을 잘 챙겨 먹였느냐? 자기 약은 정성껏 잘 마시고 있느냐? 하루 세 번 정신 차려서 마시느냐? 내가 그 입장이라 해도 짜증이 날 정도로 보챘다.


 가게로 가보기도 하고 수시로 전화를 해대어 확인했다. 그럴 때마다 늘 고맙다고 하며, 내 말에 순종하는 그녀가 복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약을 다 먹은 후 두 달쯤 되었을 때인가, 가게에 들렀더니, 그녀가 하는 말, “움직인대요, 검사를 해보았는데, 정자가 움직이고 수도 늘었다고 하네요.”


 “어머나, 정말? 이제는 됐구나, 됐어.”


 그녀와 나는 너무 기뻐서 손뼉을 치며 소리쳐 만세를 불렀다. 이 기쁨을 어디에 비할까. 


 “그러면 일찍들 자고 새벽에 합방하여라, 남자는 저녁에 푸욱 자고 나면 새벽쯤이 좋다는구나” 등, 환갑이 넘게 살아온 여자의 인생 선배로서 그녀에게 필요한 것들을 아낌없이 말해 주었다. 


 다시 두어 달쯤 지났을까? 그녀가 하는 말, “저 임신했나 봐요” 


 “뭐라구?” 


 “전기밥솥 뚜껑을 여니 밥 냄새가 확 나면서 구역질이 났어요”


 “아, 그랬어?”


 참으로 감격의 순간이었다. 정말 임신이었다. 다달이 불러오는 배, 나는 “뒤로 서봐, 앞으로 서봐, 뒤에서 보니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모양이 딸인 것 같다. 요즈음은 딸이 금메달이란다”


 하루하루가 감사의 날들이었다.


 2010년 10월 6일, 토론토의 다운타운 세인트 마이클 병원에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3.5Kg의 건강한 딸 미소가 탄생했다. 보잘것없는 나 같은 한인아주머니도 이민와서 이런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에서 만족감이랄까 작은 행복을 느꼈다. 


 우연히 이런 일을 하게 되었지만,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우리의 주변에는 여러 모양으로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줄로 안다. 힘든 이민생활이지만, 이렇게 훈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나 스스로 감동이 되었다. 


 미소는 정상적으로 예쁘게 무럭무럭 잘 자라서 첫 돌이 되었다.


 “미소 예방주사는 다 잘 맞히고 있어? 우리 미소한테 한국말 꼭 가르쳐야 해”라고 힘있게 말하는데, 내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주루룩 내렸다. 


 가슴 속에선 벅찬 감사함과 성취감이 잔잔한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데, 소원을 풀고 미소를 안은 그녀의 얼굴은 함박꽃처럼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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