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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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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호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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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 삼아 동네 길을 걸으면 집집마다 가꾸어 놓은 함박꽃들이 한창이다. 꽃송이가 얼마나 큰지 힘겹고 무거워 고개들을 숙였다. 연분홍 꽃 빨강 복색으로 어우러져 어쩌면 이리도 아름답고 탐스러운지 표현함에 언어의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가 내일 모레다. 아침에는 청명한 날씨에 꽃구름이 아름다워서 나왔는데, 갑자기 남쪽 하늘에 어둑어둑 먹구름이 떠오르더니 후두둑! 소나기가 막 쏟아진다. 우산도 없이 나왔는데 어쩌나, 가까운 어느 아파트 라비 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미안하지만 창문턱에 엉덩이를 조금 걸치고 앉아 초록들을 마구 두드려대는 장대비를 바라본다.


 한국은 가물어서 논밭이 쩍쩍 갈라지고, 충청도 내 고향은 식수도 얼마 없다고 난리라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온타리오 호수 반쪽을 뚝 떼어 보내주고 싶다. 도로변으로 물이 콸콸 흐르며 도로 청소까지 말끔하게 하더니 시원하게 한 15분 이상 퍼붓고 언제 소나기가 왔었느냐는 듯이 하늘은 다시 청명 그 자체다. 


 나온 김에 팀호튼에 가서 모닝커피나 한잔 하고 가자, 하고 들어가서 스몰 레귤러로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는 화장실을 보고 나오는데, 그 앞에 앉은 세 명의 여자가 50대 전후의 일본인들로 보였다. 토론토에서는 일본인들이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고 별로 눈에 띄지 않았는데.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들을 향하여 “오하요우 고자이마쓰” 하니 그들이 반색을 하며 “너 일본인이니?” 하고 되묻는다. 


 나는 일본말로 아침 인사하는 것과 아리가도 고자이마쓰 정도밖에 모른다. 일본말을 꺼냈으나 밑천이 없으니 그 다음은 서투른 영어로 “아니, 나 코리언이야, 토론토에서는 일본인들을 자주 볼 수가 없던데 너희들은 이 근방에서 사니?” 하고 물어 보니,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고 하였다. 세 명의 여자들이 놀래서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팀호튼 커피 좋아하니?” 하고 내가 물어 보니, “좋아하는데, 가끔” 이라고 한 여자가 대답한다. 


 “일본에 고베라고 있지?” 물어보니 고개들을 끄덕인다. 


 “나는 가보지 않았어, 그곳 쌀이 아주 맛있다던데” 그랬더니, “맞아 맞아, 그 쌀은 스시를 만들 때 아주 좋아”라고 했다. 


 “나도 스시 참 좋아 해, 와사비를 찍어 먹을 때면 코를 막고 먹어야 하지만” 내가 코를 막는 시늉을 하니 그들은 막 깔깔댔다. 


 코리아 핸드폰 삼성 갤럭시가 최고라고 하면서 보여준다. 삼성 TV도 가지고 있고 현대차를 탄다고 했다. 나는 혼다차를 탄다고 했고 쏘니 TV 본다고 했다. 화장품도 한국 화장품이 최고라며 계속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나는 시세이도를 영양크림을 쓴다고 했다. 


 한국라면들도 맛있고, 한국 사람들이 만드는 스시가 최고라고 한다. 나도 일본제 밥솥을 쓰는데 또 코를 만지며 코끼리표 일본 내셔널 전기 압력밥솥을 20년째 쓰고 있다고 했더니 오마이 갓!을 연발했다. 그들은 한국 제품 쿡쿠(cuckoo) 밥솥을 쓰고 있다고 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40여 년 전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가전제품이며 그릇들과 양산 등 일본제품들을 선호했었다. 이제는 한국물건들이 아주 잘 만들어져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 무조건 세계최고라 한다. 


 일본 기모노가 특이하고 매화꽃무늬가 아름다워서 좋아한다고 하니, 자기들은 한국드레스가 색도 아래위 다르고 너무 예쁘다고 한다. 우리 한국이 모든 면에서 얼마나 발전했나, 친정인 한국이 잘 살아야 한다. 그래야 해외에 나온 한인동포가 당당하다. 세계 경제 대국 8위에 올라있으니 자랑스러운 조국이다. 슬며시 어깨가 떡 벌어졌다.


 한국 사람이 토론토에 얼마나 사느냐고 물어온다. 광역토론토로 따져서 유학생들까지 한 15만 명 정도라 하니, 일본인들은 약 3만 명 정도라고 한다. 


 내가 “우리 또 만나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하니 악속을 하자 한다. 무턱대고 어느 날짜를 잡을 수도 없고 내가 집에 가서 스케줄을 보고 연락할 테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자, 유미꼬 라면서 냅킨에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꼭 만나자고 나에게 건넨다. 


 사람은 다 외롭다. 이야기를 해도 해도 할 말이 많다. 무슨 말인가 해야 되고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다. 공감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더 솔직하고 싶고, 부담감은 갖기 싫고, 가볍게 웃고 싶고, 만나도 좋고, 안 만나도 되는 그런 만남, 우연히 만나면 더 반갑고, 약속하고 만나면 더 가슴 두근두근 반갑다. 


 가볍게 커피 한잔, 커피라는 것이 생겨서 사람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팀호튼의 커피, 마시기 전 커피향이 먼저 나를 유혹한다. (201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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