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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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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굽혀야 더 멀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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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모임에 가면, 2부는 의례히 여흥순서다. 신년모임으로나 망년모임으로 모이면 더욱 그렇지만, 누구 팔순잔치다 구순잔치다 혹은 웨딩 댄스파티에서 등. 그러니까 좋은 일로 모이는 날은 노래와 춤이 빠질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늘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평소에 흘러간 가요명곡 중에서 한 두곡이라도 연습을 해 놨더라면 한곡 멋들어지게 뽑던가, 춤을 조금만이라도 배워 놨었더라면 그런 때 박자에 맞춰 발을 좀 떼어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항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만 지나면 그 아쉬웠던 마음은 새까맣게 잊히고 또다시 당면한 생활 속에 파묻히게 되기를 반복해 왔다.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인 여유도, 경제적인 여유도 없이 60여세가 되도록 살아 왔으니 한국 엄마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스포츠 댄스, 쏘시알 댄스, 혹은 라인댄스, 줌바댄스, 또는 에어로빅이라 하여 토론토의 한인회관 또는 도산 홀이나 어느 시니어 홀, 커뮤니티 센터에서 가르친다는 광고가 이따금씩 신문에 실린 걸 보았다. 


 환갑이 되도록 춤을 배워 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고, 사실 춤이라는 것은 한국의 옛날식 생각으로 저속하다고만 생각했었다. 환갑을 넘기고 보니 때때로 허리도 아프고, 앉았다 일어날 때는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도 나며 다리도 힘이 없는 것을 느낀다.


 더욱이 양 발바닥이 아파서 대수술을 했으니 운동화는 바닥이 푹신푹신 한 것을 사 신고 구두는 맞추어서 신는 형편이다. 주로 발바닥을 사용해야 하는데 춤이라니 언감생심이다.


 그러면서도 스포츠 댄스라는 것이 무엇인가 늘 궁금했다. 어느 날 한국 신문 귀퉁이에 스포츠 댄스에 대한 작은 기사를 보게 되었다. 현재 올림픽 종목에 들어가 있으며, 볼룸 댄스라는 말은 넓은 장소에서 추는 춤을 의미하고, 1980년부터 국제 올림픽위원회의 권장으로 볼룸댄스(Ballroom Dance)라는 용어가 댄스 스포츠(Dance Sport) 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댄스 스포츠는 국민적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예의와 도덕을 기본으로, 삶의 보람과 신체를 단련하는 생활 체육의 한 분야로, 음악에 맞추어 신체 활동을 통한 율동미를 표현하는 평생 스포츠라고 일컫는다는 것이다. 


 알아보니 이러한 스포츠 댄스를 크게 나누면 스탠다드(Standard)댄스 즉 볼룸 댄스와 와 라틴댄스(Latin)로 나눈다. 스탠다드 댄스에는 왈츠, 탱고, 퀵스텝, 확스트롯트, 비엔나 왈츠, 라틴댄스에는 룸바, 차차차, 삼바, 자이브, 파소도블레로서 총 10가지이다. 


 이러한 댄스 스포츠를 생활화함으로서 얻어지는 효과는, 척추를 비롯하여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고, 치매예방에는 최고이며, 근육의 노화를 방지하고, 폐와 심장의 기능을 강화, 성인병 예방에 절대적 효과, 스트레스 해소, 정신적인 피로 회복, 비만해소, 골다공증 예방, 예술적인 자기정서, 자기표현, 사교적 매너 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지난 년 말에 스포츠 댄스를 배우고 싶어져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에피소드 한 토막이 있다. 


 왈츠의 Turning Lock 이라는 스텝이 있는데, One & Two Three! 이 스텝이 왜 그렇게 안 되던지? 발바닥 앞부분이 아프도록 무려 1시간에 걸쳐 연습을 하고 보니 겨우 모양새를 갖추었다. 캠코더에 찍어가지고 집에 와서 수없이 본다. 눈에 각인되기 까지. 그리고 별것도 아닌 그렇게도 쉬운 스텝을 한 시간 이상 했다는 것을 누가 알까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볼룸댄스에서 기본으로 하게 되는 여자가 도는 부분에서는, 목을 위로 빼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 채 눈은 조금 위쪽을 보고, 허리를 휘어야만 Momentum(탄력)을 받아 쉽게 돌아진다는 것이 정석이다. 


 왈츠를 연습하며 터득한 것은 무릎을 굽혀야 더 멀리 나간다는 점이다. 움츠렸던 개구리가 더 멀리 나가듯, 무릎을 굽혔다가 일어서면서 앞으로 밀고 나가야 걸음 폭의 거리가 길어져 멀리 나가게 되는 것이다. 몸은 꽈배기처럼 비틀어지기도 하고 모양이 물결처럼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댄스가 좋은 것은 연습을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습장에 가보면 남자든 여자든 혼자 연습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중에는 파트너와 맞추어야 하지만, 한 스텝 한 스텝을 배우는데 한 시간도 걸리고 두 시간도 걸린다. 처음이라서 그렇겠지만.


 이렇게 어려운 스텝들을 수백 번 연마한 것이 내 몸에 배기까지, 아니 몸의 근육에 입력이 되기까지, 몸을 S자로 만들며, 오로지 레슨과 코치, 연습인데, 그 스텝들을 순서대로 정확하고 아름답게 여러 종류의 춤을 멋들어지게 추고 싶은 것이 댄서들의 희망이고 꿈이다. 


 루틴(Routine)을 받아 보면 모르는 스텝의 이름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 어찌나 궁금한지 그 스텝을 배워보고 싶어서 잠이 안 온다. 또한 댄스 스포츠를 즐기는 대개의 사람들은, 춤의 자세와 다양한 테크닉을 배우고 기술이 향상 되면서 성취감을 느끼며, 강한 도전 의식이 생긴다. 


 주변에서 보면 스포츠 댄스연습장이나 스포츠 댄스 시합에 가보면 출전자들 중에 단연 중국인들이 많다. 스포츠 댄스 문화는 서양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어떻게 해서 중국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이 보급이 되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동양 쪽으로 볼 때, 일본도 앞서 있다고 하지만, 특히 중국은 상당히 앞서 있다. 그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언제 어디에서나 댄스를 즐긴다.


 물론 대개는 서양의 음악으로 춤을 추지만, 내 발로 맞춰 본 한국음악을 볼 때, 아리랑, 타향살이, 황성옛터, 고향초, 도라지타령 등으로는 느린 삼박자인 왈츠를 출 수가 있고, 흔히 뽕짝이라고 부르는 쿵짝 쿵짝하는 가요들은 거의가 자이브나 차차로 출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말로만 듣던 한국에서 지루박이라는 것이 자이브 정도 되는 것도 알았다. 또한 흔히 한국에서 들었던 부르스 라는 말은, 이곳 서양에서나 스포츠 댄스에서는 없고, 확스트롯트 비슷하고 편하게 추는 댄스라는 것이다.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이 스텝이나 방향에 부담 없이 편하게 추는 바차타, 살사, 스윙, 쿰비아, 매랭게, 트위스트, 맘보 등을 소시알(Social) 댄스라고 하여 사교춤이다. 라틴댄스나 소시알 댄스의 포인트는 상대방과 얼굴을 마주보게 될 때에 서로의 눈을 똑바로 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댄스의 에티켓이다.


 나이 들면서 무슨 운동을 하면 땀을 그리 많이 흘리겠나,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거의 댄스를 하기 시작하여 10분이나 20분 정도 지나면 땀이 나게 된다. 1시간 이상을 하게 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스탠다드(볼룸)는 얼마나 우아하게 추느냐? 라틴은 얼마나 섹시(sexy)하게 추느냐? 이것이 포인트다. 


 춤은 추어 봐야만 그 맛과 멋을 안다. 추워보지 않고는 그 멋과 맛을 논할 수 없다. 나는 초보자라서 그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걱정되는 일은, 지금은 괜찮지만 4년 전 양 발바닥을 대수술한 내가 댄스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다. 


 춤은 아무나 추나, 댄스에 미쳐야 춤을 춘다. 춤에 미친 어느 댄서의 기도를 옮겨 본다. 

 

 

DANCER'S PRAYER

 


I have been dancing for a long time.
I have been cussed and discussed,
ridiculed, talked about, stepped on, 
dropped, pushed, pulled, shoved,
yelled at, embarrassed and discouraged.
The only reason I am staying in the
dancing now is to see what the hell
is going to happen next. 
GOOD LUCK !!!
Dancingly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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