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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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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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럭키, 삼순(우리 집 견공들). 며칠 전부터 럭키가 삼순이를 더 잘 따라 다닌다 싶었다. 벼락이는 삼순이한테 덤덤한데 비해 럭키는 눈에 뜨일 만큼 삼순이를 챙긴다 싶게 보이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 날도 큰딸아이가 TV드라마 ‘주몽’을 컴퓨터에서 다운로드 해 놓았다고 보라고 하기에 남편과 같이 마치 영화감상이라도 하는 듯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는 오징어와 한국과자를 먹으며 드라마에 흠뻑 빠지리라 싶었다.


오징어를 먹는 동안 이미 벼락이와 럭키가 저희들도 먹을 것을 좀 달라는 듯 얌전하게 옆에 와서 앉기에 오징어를 조금씩 주었다. 우리는 침대에 앉아 등을 벽에 기댄 채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편이 끝이 나면서 남편이 삼순이, 벼락이, 럭키가 어디 있느냐고 묻기에 방안을 둘러보니 럭키와 벼락이도 편하게 누워 있었다. 그런데 삼순이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삼순이가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지를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우리가 방에서 드라마 한 편을 다 보는 동안 삼순이는 계단을 올라오지를 못해 혼자서 아래층에서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남편이 나 보고 삼순이를 안고 올라오라고 했지만 난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아 그냥 두고 있었다. 그랬더니 럭키가 삼순이 혼자서 아래층에 있는 것이 안 되었던지 계단 아래에 있는 삼순이를 쳐다보고 또 내게 와서 쳐다보며 왔다 갔다 했다. 


럭키가 삼순이를 눈에 띄게 따라 다닌다 싶더니 삼순이 곁에 가서 앉기도, 얼굴에 대고 뽀뽀를 하기도, 삼순이 꽁무니에 연실 얼굴을 들이 밀어 이상하다 싶어 삼순이가 벌써 또 생리를 하는가 주의 깊게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삼순이 생리가 시작되면서 럭키가 삼순이 꽁무니만 졸졸 따라 다니며 밤에 잠도 자지 않는다. 수시로 삼순이한테 올라타려 해서 럭키, 하고 소리를 질러대면 놀란 눈을 하고 쳐다본다. 


주방에서 일을 하며 거실 쪽에서 럭키가 삼순이한테 무언가 시도하는 소리가 들려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살금살금 걸어가서 살펴보려면 그 느낌은 어떻게 아는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멈칫한다. 


“럭키, 삼순이한테 그러지 마”하고 아이들 타이르듯 하고 돌아서 보지만 이내 허사가 되고 만다. 내가 잠자리에 들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삼순이가 잽싸게 따라서 들어오는데 그 날은 럭키와 같이 거실에 그냥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 다음 날, 딸들이 하는 얘기가 삼순이와 럭키가 지하실로 내려가서 ‘사랑의 행위’를 하려 밤새도록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는 데야 귀엽기만 하던 럭키가 징그러워 쳐다보기도 싫었다. 


큰딸이 하는 얘기가 개 세 마리를 데리고 나갔는데 길 가운데서 둘이 ‘그 짓’을 하려고 해서 기겁을 했다고 하더니 난 그보다 더한 현장을 목격을 하고 말았으니 지금까지 가슴이 뛴다. 


식구들이 없는 주말 오후 벼락이는 누나 방에서 내려오지도 않는데 내가 주방에 있는 동안 거실에서 럭키가 삼순이한테 다시 또 시도를 하려는 소리가 들려 살금살금 걸어갔다. 


아뿔싸! 그런데 이번엔 럭키의 벌건 고추가 그야말로 웬만한 고추 길이는 되게 나와 있었다. 난 순간 너무 놀라고 속까지 메슥거려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삼순이는 엉거주춤 서서 있는데 럭키 역시도 한 쪽 엉덩이만 바닥에 대고 그 벌건 고추에서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피까지 조금 묻어 있는 상태로. 난 너무 놀라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럭키와 삼순이가 ‘사랑의 행위’를 끝을 낸 다음인지, 그 행위를 시도를 하다가 엄마가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것 같으니 멈추고 말아 그대로 있는 것인지,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머릿속이 띵하니 속까지 메슥메슥 했다. 


그 순간 80도 넘긴 할아버지가 비아그라를 드시고는 성기가 수그러들지를 않아 병원을 찾게 되었다는 얘기가 떠오르며 럭키의 ‘그것’이 저대로 그냥 있으면 병원을 데리고 갈 수밖에 없겠네 싶으니 다시 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럭키의 표정은 혀를 내밀고는 침까지 흘려가며 또 할딱거리며 눈동자도 희미하니 나만 흘끔흘끔 쳐다 볼 뿐이었다. 난 무서워서 우선 그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아 방으로 들어 와서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 상황이 조금 지나 개 두 마리가 또 따라 올라와서 방문 앞에서 엎드려 있었다. 방문을 닫았으니 들어오지는 못하고 방문 앞에서 두 놈들이 앉아 있는데 이젠 그런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으니 한바탕 광풍은 지나갔는가 보다. 


저녁에 식구들이 들어왔기에 낮에 있었던 얘기를 했더니 남편은 럭키를 쓰다듬으며 “럭키가 총각 딱지를 뗐느냐, 애썼다, 잘했다”며 먹고 있던 갈비 뼈다귀까지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보고 개들이 그런 거 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느냐며 별걸 다 가지고 유난을 떤다고 하기에, 왜 꼭 나 있을 때만 그런 짓을 해서 사람을 곤욕스럽게 한다며 어서 빨리 삼순이의 생리가 끝이 나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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