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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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을 가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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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에서 왔다는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루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약간 뚱뚱한 몸집에 대머리에 안경을 쓰고는 오후 4, 5시쯤에 와서 보통 4, 5시간을 앉아 있다가 간다. 


 매일 같이 와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쿼러 하나씩을 팁으로 주며 매일 같이 오는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더러는 가게에 오는 여자 손님과 얘기를 하기도 하며, 때로는 커피 한 잔씩을 사 주기도 해서 인심이 좋은 남자처럼 알고 있었다. 


 어느 날은 약간은 모자라 보이는 여자와 한 자리에 앉아 무슨 얘기인가를 주고받더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한참 만에 돌아오더니 여자가 20불짜리를 내고는 커피 한 잔을 샀다. 조금 전에 그 여자는 커피 한 잔도 사지 못해 루이가 커피 값을 냈기에 돈이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어느 날도 보니 조금 모자라 보이는 여자와 루이가 밖에서 얘기를 하고 있기에 같은 동네에서 오래 살다보니 아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라며 그날도 역시 인심 좋은 남자라며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날이야말로 살짝 제정신이 아닌 여자가 가게엘 왔다. 그 여자는 하얀 티셔츠를 입었는데 어깨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며 옷이 구질구질한데다가 땀을 흘려 얼굴은 번들번들하고 머리에 기름때는 잔뜩 끼어 있고 안경까지 썼는데 루이와 몇 마디 주고받다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가는 그들을 보며 루이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손님에게 물으니, 나이 든 매일 오는 손님이 친절하게도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루이는 그 여자하고 저녁을 먹고는 룸으로 갈 것이라고 하기에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더니 정말이라고 하기에 서로가 웃고 말았다. 


 한참 만에 루이가 다시 돌아와서는 티를 한 잔 마시고는 몇 시간을 앉아 있다가 돌아갔다. 그 다음 날 친절하게도 루이에 관해 얘기해 주었던 빌이라는 남자가 와서 루이가 나중에 왔더냐고 묻기에 왔었다고 답변해 주었다. 


 그랬더니 루이가 어제 그 여자와 관계를 갖은 다음 여자가 울고 난리가 나는 바람에 구치소에 3시간 동안 갔다가 왔다고 내게 자세하게 일러주는 것이었다. 


 난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매일 같이 커피숍에 나와 앉아 신문을 들썩이거나 정상이 아닌 여자와 말을 건넸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였구나 싶어, 게다가 그 날 그런 차림을 한 여자와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이 너무 우스워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빌이 얘기하기를 와이프와 헤어진 지 15년이나 되어 그럴 수도 있으니 그냥 보아 넘기라는 말투처럼 들리는 것도 재미있어 웃음이 쿡쿡 터져 나왔다. 
 아무리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에 굶주렸기로 치마만 두르면 다 여자로 보인다 해도, 동네에 왔다 갔다 하는 약간은 머리가 돈 듯한 여자와 어떻게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하려 해도 웃음이 터져 나와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다음 날 빌이 얘기하기로는 어제 그 여자는 남자 화장실 키를 들고 들어가는 여자이니 말해서 무엇 하겠느냐며 루이가 아직 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남자 화장실 키를 들고 들어간다 함은 글조차 모르는 여자임을 내게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오늘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며 잠시 지나니 루이가 가게에 나타났다. 난 정색을 하고 물어 볼 수도, 아는 척을 할 수도 없어 매일같이 “루이, 써니, 하아 유”하고 묻던 인사말도 할 수 없이 티 한 잔만 주고 말았다. 


 아뿔싸! 그 후 들리는 얘기로는 동네에 이 여자 저 여자와 관계를 갖는다는 얘기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또 매일같이 오는 전직 경찰관이었다는 아직도 미혼인 백인 남자 왈 “루이가 스투피드하다”고 했다. 그제서야 루이가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허리가 아프다고 하기에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느냐고 다시 물으니, 아마 정부에서 돈을 받지 않겠느냐는 얘기에 하는 일 없이 그 나이에 혼자 살려니 정신이 그 정도라도 되는 것이 다행이라며 서로 혀를 차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얘기를 듣고 보니 루이가 길 건너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을 몇 번 보았는데 그때도 여자를 만나기 위해 그랬음을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식성이 까다롭지 않은 사람은 성격은 원만한 반면에, 식성이 까다롭거나 성깔이 있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를 가까이 할 기회가 있으면 사양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 원하지 않는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여자를 밝히든 여자관계가 복잡하든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사생활인 것이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생각을 해봐도 티 한 잔을 사며 매일같이 쿼러 하나씩을 “훠 유”하며 줄 수 있는 루이의 심성은 다른 여자들에게도 같겠지 싶으니 그의 따뜻한 마음이 오히려 더 고맙게 느껴진다. 부디 몸이나 해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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