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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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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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일을 했던 도넛 가게에는 창녀들이 여러 명 드나들었다. 처음엔 그들이 뭐하는 여자인지 몰랐는데 그들이 가게에 오는 손님에게 말을 걸게 되니 나중에는 그 손님이 내게 와서 얘기를 해주어 알게 되었다. 


 얼마 전부터 그동안 보이지 않던 스무 살이 넘어 보이는, 얼굴은 희고 바싹 말랐는데 긴 머리를 하고 있는 얼굴도 밉지 않은 여자가 드나들기 시작했다. 가게에는 밖에 발코니가 있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그곳에 의자를 내다 놓고 앉아 피우기도 한다.


 처음에 몇 번은 가게에 들어오지 않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얘기를 하기도 하며 밖으로 지나다니기만 하였는데 어느 날은 가게 안으로 들어 왔다. 그녀는 소말리아에서 온 사십대 초반의 남자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밀었으나, 그 남자는 그녀가 무엇을 하는 여자인지 알고 있는지라 악수는 하지 않고 웃으며 그녀의 얘기를 들어 주고 있었다. 


 조금 지나 그녀가 나가고 난 후 그 남자가 내게 와서 설명을 해 주었다. 그 남자의 얘기인 즉은 그녀는 창녀이기에 에이즈가 무서워 악수조차 하지 않았으며, 27살인 그녀가 하는 얘기는 20불만 주면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고 했다며, 난 아내가 있기도 하며 무엇 때문에 그런 여자와 관계를 하겠느냐며 웃으며 얘기를 하는 거였다. 
 그 남자는 캐나다에 산 지가 거의 20년 가까이 되었으며 택시 운전을 하며 세 아이의 가장이기도 한 성실하며 가정에 충실한 것으로 보였다. 


 이따금 우유나 과일 아이들 옷도 사가지고 가게엘 들어오기도 하기에 때로는 쇼핑한 것이 무엇이냐며 좀 보자고 하기도 하는데, 친구와 가게에서 지체를 하게 되면 우유나 고기 같은 것은 냉장고에 좀 넣었다가 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 남자는 성격이 모가 나지 않고 인정이 있어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잘 하는데 친구들 찻값을 그가 내줄 때가 많았다. 어떤 때는 잔돈이 없어 내게 팁을 줄 수가 없어 미안하다고 말을 하기도, 어떤 날은 팁이라고 몇 십전씩 지갑에 있는 돈을 다 털어내어 주기도 하는 그런 남자다. 말이 동전 지갑이지 누런 천으로 조그마하게 만든 마치 내겐 어릴 적 갖고 놀던 오자미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지갑이다. 


 그는 향수 쓰는 것을 즐겨 한다. 어느 날은 그가 쓰는 향수라며 냄새가 어떤지 한 번 맡아 보라면서 내 손등에 칙칙 뿌려 주기도 해서 난 향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가 하는 얘기가 냄새 때문에 향수를 자주 쓰곤 한다곤 덧붙인다. 


 그 남자와 그녀가 잠시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또 다른 여자가 그 남자 곁으로 가서 무슨 얘기인가 웃으며 하다가 티셔츠를 걷어 올려 젖가슴을 다 내어 놓고는 남자와의 잠자리는 끝내 준다는 육감적인 몸놀림까지 마치 자신의 상품을 선전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가게에 손님은 별로 없었는데 갑자기 일어난 일이어서 난 어리둥절해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리를 약간 절며 얼굴도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살은 쪄서 짧게 입은 반바지에 허벅지 살은 쳐다보기도 민망하여 눈을 돌려 버리곤 하였는데 47살이라는 그녀는 스트립쇼를 하는 듯한 몸짓을 하기에 그것도 일종의 호객행위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들이 나가고 난 후 가게에 자주 나타나곤 하는 러시아 여자가 그녀는 스무 살 후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예쁜 얼굴은 아니어도 키가 크고 몸매가 적당하게 빠졌고 이따금 강아지를 데리고 오기도 한다. 


 어느 날은 남자 손님에게 무엇이라고 얘기를 했는지 손님이 와서 비프 패티를 하나 사서 주기에 웃으며 내어 주었더니, 손님이 자기의 걸프렌드는 아니라고 덧붙이는 것은 자기는 그런 여자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해명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난 그들이 어떤 사이인지 익히 알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베푸는 그 마음씀이 고마워 고맙다며 얘기를 해 주었다. 


 몇 시간이 지난 다음 자칭 영화배우 메리 깁슨이라며 43살 생일날이 언제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대표적인 건달이 그녀와 이마를 맞대듯 하고 몇 마디 주고받더니, 그 남자가 다시 또 와서 비프 패티를 주문하며 그녀가 자기의 걸프렌드라고 묻지도 않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비록 그 순간 어디 가서 잠자리는 같이 하지 않아도 벌이가 없어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은 사줘야 되겠다는, 별다른 사심 없이 그들의 삶을 알고 이해한다는 듯, 마치도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 오빠처럼 그 남자들의 마음씀이 그냥 좋아 보이기만 하였다. 


 그녀들은 전화를 많이 쓰기도 해서 어떤 날은 수시로 동전을 바꿔달라거나  때로는 손님들에게 동냥하듯 손을 내밀기도 한다. 그녀들이 손님을 만나 같이 가는 듯한 광경은 한 번도 보지를 못했는데, 그 날은 그 27살 먹었다는  여자가 하루 종일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일이 끝나는 밤 열한 시 가까운 시간에 길 건너 거리에 장식해 놓은 돌 화분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손님에게 말을 건네는 그녀를 보며, 비록 얼굴은 예쁘게 생긴 축에 든다 해도 깨끗하게 씻지도 않고, 몸은 바싹 마른데다 긴 머리는 빗질도 하지 않은 듯 엉겨있고, 맨발에 신은 슬리퍼는 다 닳아 뒤꿈치는 고무만 붙어 있는 그런 것을 신고 있어 더 눈길이 갔다. 


 난 그녀들의 그런 저런 모습을 보며 한국의 사창가라는 데를 떠올려 봤다. 그런 주변엔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잡지책이나 TV에서 볼 수 있었던 그런 여자들이 몸치장을 곱게 하고 화장도 진하게 하고 앉아 그녀들의 장소로 유인하듯 하는 그런 장면을 연상케 하는데, 이곳의 창녀들은 화장도 하지 않고 있는 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설령 남자 손님을 운 좋게 만난다 해도 어디로 가는지 그것이 궁금하였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는 남녀가 사랑을 나눌 장소가 넘쳐나는 것에 비해 이곳에선 호텔이나 여관이란 간판을 내어 건 숙박업소도 별로 없어 창녀와 관계를 갖는 것은 말고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그것도 궁금하다고 했더니 그런 경우 집으로 간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숙박업소가 많은 서울에 비해 좀 덜 선정적이지 않나 싶다. 


 시대가 변하고, 결혼관이 아무리 바뀐다 해도 인간으로서 여자들이라면 좋은, 사랑하는 남자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 낳고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도 행복한 삶이지 싶은데, 저렇게 거리에 나와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여자들은 무슨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려나 싶은데,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오늘 그녀들에겐 ‘일용할 양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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