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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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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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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부슬부슬 가랑비인 줄 알았는데 차 앞창의 와이퍼로 자주 씻어내려야 앞이 보이는구나. 눈이 녹았다. 골목길에도 물이 흥건하다. 좔좔 흐른다. 뉴스엔 홍수로 곳곳에서 차들이 잠겨있다니 걱정이다. 나무와 풀들은 흠뻑 물을 마셨으니 얼마 있으면 잎이 나겠다.


 2018년도 벌써 두 달이 지나고 꽃 피고 새 우는 새봄이 오고 있다. 해가 길어진다. 어둡고 음산했던 겨울이여 서서히 가라. 산천초목이 푸르게 옷단장을 하는 여름이 기다려진다. 어제도 가게 주차장 옆의 길을 따라 산책을 즐겼다. 물이 불어서 제법 세차게 흐른다. 청둥오리 떼들과 다람쥐들도 가끔 눈에 띄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희망찬 새봄을 기다리자. 


우리네 인생길에도 봄기운같이 새로운 소생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과 나도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한다. 목이 뻣뻣하고 어깨가 무겁다. 남편이 읽어주는 성경 말씀대로, 그리고 치료하는 광선이 나를 비추고 사랑의 손길로 약도 바르고 한다. 주님 견딜 만 합니다. 늙고 쇠약해도 힘을 내자. 마음먹기에 달렸다.


 나보다 한참 선배이신 O 언니를 보면 반갑고 감사하다. 긍정적이고 열심인 모습이 대단하다. 비가와도 멋진 점심을 먹는다. 역사의 달인답게 청자, 백자 얘기도 들려주신다.


저녁엔 이웃의 후배 Y S 아우가 월남 국수를 대접한다. 아까 들었던 L 사장님의 형수님 별세 소식이 짠하고 안쓰럽다. 더 살아서 세상의 부귀영화도 누리실 나이에 마음에 걸린다.


내가 40도 되기 전(막내딸) 친정 부친이 세상을 떠나셨으니 가슴에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때도 식품점 운영할 당시라 가게 문을 막 열고 요란한 전화 소리에 큰오빠의 울먹이며 “막둥아! 아버지께서 그만 하직하셨구나.” 


갈 수 없던 아버지의 장례식, 불효 막심했던 기억이 있다. 친정어머니가 치매에 동네 어귀 웅덩이에 빠져있더라는 올케의 전화 소리도 쟁쟁하다. 20년 전 엄마가 떠나신 친정엔 아직도 못 갔다.


그 사이에 큰오빠, 작은 오빠, 셋째 오빠의 사망 소식. 이제는 올케언니들 네 분이 과부로 남아 계신 친정에 자주 찾아 뵐 수 없어서 마음만 찡하고 안타깝다. 


허리가 많이 굽으신 86살의 큰언니, 다리가 불편하신 작은 언니는 아들까지 저 세상으로 보냈다. 비가 오니 당신들이 더 보고 싶다. 제가 70을 넘은 노년의 시누이와 동생, 어릴 적 귀여움만 받고 사랑만 받던 저를 용서해 줘요. 큰 형부는 90을 바라보아도 시골에서 아직 농사일로 5남매와 손주를 보살피시고 계신다.  


철부지 적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었을까 언니의 신혼 방에서 학교가 가깝다고 며칠씩 묵었다던 엄마의 말씀. 형부랑 큰언니랑 이 아침에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난다. 허리가 ‘ㄱ’자 모양으로 굽으셨다는데 건강만 하면 외모야 무슨 상관인가.


얼마 있으면 셋째 올케언니가 이곳에 사는 조카 집을 방문한다니 친정 소식을 전해 듣겠지. 고국의 뉴스를 보면서 마음은 고향으로 달려간다. 봄기운이 완연한 고향 동네와 아직도 고향집을 지키시면서 혼자 사는 넷째 올케언니도 몹시 보고 싶은 아침이다.


“언니들, 이곳 캐나다에도 봄기운이 돌아와요. 막둥이 시누이 잘 지내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올케언니들과 언니들 관광으로 이곳을 다녀가시면 좋겠어요. 오빠들이 먼저 떠나고 홀로 남은 당신들이 애잔합니다. 박경자, 이순예, 유순자, 설동순, 설동춘 언니들 모두 사랑합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손자들이 조금 더 크면 손잡고 고향을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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