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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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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남은 12월 달력을 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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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몰 안의 성탄장식을 봤을 때는 별로 느낌이 없었는데 12월의 한 장 남은 달력을 대하면서 만감이 교차된다. 올해 시작이 엊그제 일만 같은데 왜 이리 시간은 잘도 가는지 정말 허무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사한 하루와 건강과 뜻 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며 자리를 박차고 아침준비를 한다. 율무차와 녹차와 연한 커피까지도 아침 입맛은 별로이다. 감자떡을 쪄놓고 고구마 찐 것과 토스트와 계란부침이 풍요롭다.


엊저녁 딸네 집을 다녀와서 외손주 녀석들의 “bye bye 할멈”하고 재롱이 심한 꼬마 녀석이 제법 소년 같은 장난기도 부린다. 벌떡 일어나 뛰고 재주도 넘고, 딸애의 어릴 적 모습이다. 잘만 커 주어라.
딸애가 가게 앞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줄넘기하면서 재주를 넘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노래를 몇 곡 신나게 부른다. 'up! up! like diamond' (반짝반짝 빛나네), 뜻은 알 수 있을까? 기타 치는 시늉에도 개미 쳇바퀴 돌듯 한다. 


오전 11시 넘어 도서실에 왔다. 우리 또래 할망구들이 여기저기 앉아있다. 직원 한 사람이 컴퓨터 사용을 설명해 준다. 시에서 지원하는 각종 행사도 유익하다. 어제 오늘 햇살이 너무 좋다. 기분도 좋아지고 12월엔 행사도 많은 달이다. 
거리가 멀어도 마음이 문제다. 한-카노인회 주최 송년모임도 있다. 늙으면 경험도 지혜도 늘어가지만, 노쇠의 약점이 있다. 그래도 움직이자. 
우리 동네에선 Go-Bus가 편리해서 가볼 계획이다. 지난 5일에 있은 파독 광부들의 동우회 파티에 남편도 하루를 쉬고 싶어서 갔다 왔다.
여중고 동창 송년모임도 중요한 일정으로 이번엔 남편들까지 참석해서 화기애애 친목을 다지고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S Y 후배는 다부진 소감도 밝혔다. 12월은 반성의 달이고 싶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목적을 이루는 데에 노력은 대단했던 나의 일년지계, 후회도 많다. 내일은 친 손주 만나는 날이다. 가는 길에 P여사, Y여사, 친구들도 만난다. 나이도 고향도 같은 우리는 파독의 연분도 있고, 남편들도 서독에서 만난 천생연분의 친구들이어서 각별하다. 멋있는 점심을 대접한다고 P여사의 다짐도 대단하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가 만나고 얽히고설키고 정을 나누는 보통의 삶이면 된다. 특별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17년 뜻 깊게 보내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얼싸안고 아는 만큼 보이고 지식도 갖춰야 한다.


매년 이맘때는 단감 홍시도 너무 많구나. 고향에서 서리가 내릴 즈음 나무에 매달려 있는 감을 정성스럽게 하나씩 따서 장독대의 항아리에 보관했다. 저녁마다 식혜와 시루떡과 홍시랑 먹고, 엄마는 옆에서 버선을 꿰매시면서 막둥이에게 장차 훌륭한 엄마와 내조자의 길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홍시를 대접해 드릴 어머님은 어디에. “지금은 먼 곳에서 지켜보시죠. 잘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끔 아버지랑 만나시면 문안인사 좀, 그리고 막내딸의 불효막심을 용서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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