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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건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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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Glass Castle>은 미국의 여류 작가 Jeannette Walls이 2006년 발표한 자신의 성장기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다. 알콜중독자였던 그녀의 아버지와 자유분방했던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하였지만 자녀들에게 물리학과 지질학을 가르치고 사회적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자연 친화적인  삶의 가치를 가르쳐주었다. 둘째인 작가를 유난히 아꼈던 아버지는 술기운에서 깨어있던 어느 날 어린 그녀에게 자기가 꿈꾸는 미래에 지을 집의 설계도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Crystal Palace, 1851 Joseph Paxton

 


 바로 모든 벽체가 유리로 감싸인 유리의 성!


 유리로 된 집에 대한 계획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 터파기를 하던 자리가 쓰레기 더미를 모아놓는 곳으로 방치된 채 버려지게 되었지만, 작가의 마음속에는 항상 어린 시절에 못다 이룬 꿈으로 남아있었기에 자전 소설의 제목을 “The Glass Castle”이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방이 유리로 쌓여 외부의 채광과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유리집에 대한 가능성은 건축의 역사상 1800년대에 들어서야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산업혁명으로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던 영국에서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장으로 지었던 수정궁, 즉 Crystal Palace가 세상에 선보이면서 부터였다. 


 정식 명칭이 The Palace of the Great Exhibition of the Works of Industry of All Nation이었던 수정궁은 길이가 563m에 이르고 폭도 124m나 되는, 축구장 18개를 더한 엄청난 크기의 건물로서 Sir Joseph Paxton이 계획하였는데, 지붕과 벽체가 모두 유리로 형성되었고 주철로 만들어진 기둥이 골조역할을 하였다. 아쉽게도 1936년도에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그 건축적 의미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수정궁은 유리의 대량생산이라는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어 가능했던 것이고, 사회 제도적으로는 유리세와 창문세 명목으로 거둬들이던 세금이 폐지되어 유리 가격이 떨어졌기에 가능했던 건축물이었다. 건축에 있어서 유리의 신소재 적용이란 사실상 기존의 건축적 양식으로부터의 완전한 탈피를 의미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재료는 곧 새로운 디테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며 그 물성에 맞는, 그리고 그 장점을 이용하는 구조적 형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명한 유리로 만든 박람회장, 수정궁의 존재가 건축 재료로서의 유리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면 Philip Johnson이 1949년에 자신의 집으로 설계하여 지었던 Glass House는 유리의 일반 주택에 대한 적극적 활용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미국 Connecticut 주의 New Canaan에 위치한 이 건물은 길이 17m, 너비 9.8m, 높이 3.2m의 매우 단순한 형태의 유리상자인 것이다.

 

 

Glass House, 1949 Philip Johnson

 


 당시 이 주택이 지어지자 유리로 주택을 짓는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주택의 개념이 신선하게 여겨졌으며, 소위 bachelor 타입의 평면 형태로 부엌과 식당, 취침공간이 모두 하나의 공간으로 glass wall로 감싸여져 있다는 것이 건축계에 일종의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건물은 그가 소유한 대규모의 property내에 소재하여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자연에 위치함으로써 그 주택의 프라이버시는 사실상 주변 환경에 의해 이미 보호받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Philip Johnson은 이 건물을 디자인할 당시 유리로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우려되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 작품으로 인해서  Philip Johnson은 건축가로서 화려한 주목을 받게 된다.


 이제 현대건축에 있어서 유리는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재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병원건축에서 많이 사용하는 lead lined glass(방사선차단유리)의 사용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며, 각종 안전유리(security glass)뿐 아니라 최근에는 소위 스마트글래스라 하여 전기적장치를 이용하여 투명유리(transparent)가 스위치작동에 의해 반투명유리(translucent)로 바뀌는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글래스가 건축에 사용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건축에 있어서 유리의 활용도는 날로 변화를 겪어오고 있음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다음 주에는 건축에 있어서 유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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