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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족의 연가(戀歌)-뉴질랜드 기행문(2)
chojungdae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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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통기타 가수들이 대세이던 시절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되었던 ‘연가(戀歌)’라는 노래의 가사다. 그 당시 어느 곳에서나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 청바지 물결로 노래하고 춤추며 젊음을 풍미하던, 지금은 그리운 추억이 된 시대가 있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글거리는 불빛에 물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르던, 그 사랑의 노래 ‘연가’가 태어난  본적지에  해당되는 곳을 뉴질랜드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젊었던 날 부르던 그 노래는 아름다운 노랫말에 경쾌하고 빠른 박자라 사람의 마음을 절로 흥겹게 만들던 노래로 주로 숨겨둔 사랑을 고백할 때, 또는 그런 기분으로 불렀던 노래로 기억된다.


그런데 막상 본고장에 와 이 노래에 얽힌 전설을 들어보니 뉴질랜드 판 ‘로미오와 줄리엣’에 해당하는 너무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 노래의 무대가 되는 이곳은, 뜨거운 암석층의 지하수가 증기의 입력에 의하여 지면 위로 주기적으로 솟아오르는 간헐천(間歇泉)과 유황 온천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북섬의 관광도시  로토루아(Rotorua)다.


주변지역이 전부 유황지대이다 보니 도시 전체가 유황 특유의 매캐한 냄새로 덮혀 있었는데  이 도시는 인구 6만 5천명 중 80%가 마오리족들이 모여 사는 전통적인 원주민도시다.


마오리 족이 운영하는 Heritage Rotorua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 겸 공연장에서 그들의 전통 음식인 ‘항이식’ 저녁을 먹고 민속공연을 보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출연자 모두가 나와 기타를 치면서 ‘연가‘를 합창했다.


온몸으로 절규하듯 몸부림치며 불러준 그들의 오리지널 ‘연가‘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애절한 슬픔과 연민의 정을 느끼게 했다.


노래가 끝날 무렵 무대의 배경으로 사용한 동영상에는 1000여 년 전에 배를 타고 하와이를 떠나 험난한 풍랑을 이겨내며 뉴질랜드로 찾아오는 그들 선조들의 이주 역사를 실루엣으로 실었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장엄하여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찾아와 피땀 흘려 일구어 놓은 낙원까지 빼앗긴 분통 터지는 오늘날의 현실까지도 포함된 절절한 통한이 어린 노래 같아 너무 슬프게 들렸다.


이 노래의 원제는 ‘Pokarkare Ana’로 이 지역에 사는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설이 얽힌 민요인 셈이다. 이 도시에 인접해 있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로토루아’ 호수와 그 호수 한가운데 있는 섬 ‘모코이아’를 배경으로 한 ‘히네모아’양과 ‘투타네카’군의 애절한 사랑과 추억의 전설이 담겨져 있는 노래다. 밤마다 들려오는 섬에 사는 가난한 청년 ‘투타네카’가 부는 피리 소리에 반한 육지에 사는 추장의 딸인 ‘히네모아’가 목숨을 건 사랑에 빠진 이야기다.


이 사실을 안 추장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고 섬에 사는 천민인 청년에게 섬을 나와 자기의 딸을 또다시 만나는 일이 있으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까지 명령했다. 그러자 오히려 연정을 참지 못한 추장의 딸이 맨몸으로 밤마다 로토루아 호수를 헤엄쳐 모코이아 섬으로 건너가 두 사람은 밤마다 사랑을 나누었다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가 담긴 전설이다.


이 노래가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것은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5,300명의 뉴질랜드 병사들에 의해서다. 대부분이 원주민 마오리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중공군의 제5차 공세를 막아낸 유명한 가평전투에서 200여명이 전사했다. 젊은 나이에 UN군으로 참전했던 그들은 참혹한 전쟁터에서 두고 온 고향과 연인들을 그리워하며 아마 이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을 위로 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마오리족인 뉴질랜드가 낳은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 ‘키리데 카나이’(Kirite Kanawa)가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로 더 널리 퍼져나가 불리게 되었는데, 지금은 뉴질랜드의 국가보다도 더 세상에 알려진 우리나라의 ‘아리랑’같은 노래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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