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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에서
chojungdae

 

 


잔설(殘雪)이 채 녹지 않은
건초 더미 가운데
잔잔하게 피어난 야생 붓꽃. 
크로커스를 반갑게 만났습니다.

 

가까이 엎드려서
연약한 줄기도 만져보고
꽃잎에 입을 대고 불어 보기도 하면서
꽃에게 가만히 물어보았습니다.

 

꽃아, 꽃아.
너희들은 
누구의 힘으로 생겨나서
언 땅을 뚫고 싹 틔우고 올라와
연약한 줄기로 꽃을 피우고 서 있니?

 

꽃은 끝내 대답이 없었고
때맞춰 지나가는 
한 점 바람이
내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훈훈한 하늘 입김으로
꽃잎을 흔들고
나를 흔들면서 지나갔습니다.

 


오늘 아침 산책 길에서는 뜻밖에 반가운 꽃 손님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다가 무심코 바라다본 건초 더미 속에서 야생으로 피어난 붓꽃 크로커스 한 무리를 발견한 것이다.


연약한 것들이 유난히도 혹독했던 지난 겨울의 추위를 잘 견디어 내고 언 땅을 뚫고 꽃을 피워낸 귀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와 같이 부활의 계절을 알리려 피어난 꽃들은 한결같이 고난의 텃밭에서 인고의 뿌리를 내리고 피어났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녹녹지 않은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고난을 영양분 삼아 부활의 꽃을 피워내는 희망의 주인공들이 될 수 있다면 주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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