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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트레일을 걸어 마추피추(Machupicchu)까지 (4)
chojungdae

 

 


대망(待望)의 잉카 트레일 첫날

 

 

긴장되고 흥분된 마음을 다스리면서 새벽부터 일어나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고산병 약도 챙겨 먹고 아침식사도 보통 때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먹고 로비로 내려가 코카 차를 마시면서 긴장을 풀었다.


6시 30분, 마침내 봉고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트레일 헤드인 Piskacuchu를 향해 길을 떠났다.


쿠스코에서 82km 밖에 되지 않는 거리지만, 지난 1월 우기 때 크게 손상된 도로 복구가 늦어져 불편한 뒷길을 이용하다 보니 3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야 비로소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우리 일행 16명과, 본사 직원 1명을 포함한 가이드 4명, 그리고 포터 24명, 도합 44명이 함께 떠나는 대장정이다.


가이드가 나누어주는 간식봉투를 배낭에 챙겨넣고 기차역을 지나 체크 포인트를 향해 걷기 시작 했다.
잉카 트레일은 늦은 4월부터 10월까지 문을 여는데,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하며, 매일 등산객 200 명과 가이드와 포터 300 명을 합쳐 총 500 명만 허용된다.

 

 

잉카 트레일에 진입하기 지전에 있는 ‘체크 포인트’에 도착하면, 한 사람씩 여권을 대조해 가면서 본인인가를 확인한 후 여권에 허가도장을 받고 작은 강에 걸려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서면서 비로소 본격적인 잉카 트레일에 들어서게 된다.


너무나 건조한 사막성 기후 탓에 목이 마르고 입술이 타들어오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산 고개 하나를 올라서니, 저 멀리 푸른 하늘 위에서 Kancantie 상봉(6200m)이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햇살 빛나는 얼굴을 하고 우리 일행을 반기고 있지 않는가. 정말 놀라운 장관이었다.


포터들은 우리들의 산행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몸 두배나 됨직한 큰 덩치의 침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는 걸음으로 연신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길가에 지천으로 늘려있는 여러 종류의 선인장들을 곁눈질 하면서 부지런히 걸어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오늘의 목적지인 첫 캠프장 Wayllabamba(3000m)에 도착했다.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는 인디오 몇 가구가 모여 사는 곳이었다.


소, 개, 양, 닭은 물론이고 돼지까지도 밖에 그대로 놓아 키우는 방목이라 사람과 가축이 함께 사는 아주 원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하룻밤 묵고 갈 캠프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텐트들은 다 세워져 있었고, 네모난 플라스틱 세면 그릇에 따뜻하게 데워진 물과 비누가 각 텐트 앞에 놓여져 있고 페이퍼타월을 든 포터 한 사람이 대기하고 서 있지 않는가. 


엉겁결에 손발을 간단히 씻고 식당으로 사용될 텐트 속으로 들어가 하늘색 식탁보가 깔린 긴 식탁을 사이에 두고 모두들 마주 앉으니 곧 바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프가 먼저 나오고, 이어서 찐 생선과 쌀밥, 그리고 식사 후에는 디저트 케이크와 커피를 비롯한 각종 티 종류가 취향에 따라 제공되었다.


이 높고 험난한 이국의 산 속에서 이런 호강을 하다니! 미안한 생각까지 다 들었다.


사방으로 둘러쳐 있는 산들이 너무 높다 보니, 저녁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 해는 저물었고, 금방 온천지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는데, 무심결에 높은 산들 사이로 작은 호수처럼 열린 동그란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통 크고 작은 별들의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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