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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 그 무렵에-초록비타민의 서러움 혹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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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경, 포경, 포경, 포경, 포경…


 그 무렵엔 신문만 펼쳐들면 바다가 넘쳤다. 날마다 명함 크기만 하게 찍혀 나오는 바다, 웬 고래가 그리도 많이 잡히는지, 우리나라에선 장생포에서만 고래가 잡힌다고 책에서 배웠는데 신문만 펼치면 네모 칸에 갇혀 끊임없이 실려 나오는 포경, 포경, 포경, 포경…


 지구가 네모 아닐까 헷갈렸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부터 혼자서 터득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와 세상 사이에는 엄청난 굴헝이 비리처럼 가로막혀 있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는 장부와 보이지 않는 비밀장부를 따로 만들어야 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기는 누구에겐가 보이기 위한 일기이며 진짜 비밀일기는 가슴에 쓴다는 것을,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어지러웠다. 


 그 후로는 내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끼어들었다. 끼어들어서, 나와 세상 사이에, 나와 친구 사이에, 나와 시 사이에, 심지어는 나와 나 사이에 괄호나 블랭크를 만들어놓아서 갈팡질팡 흔들려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꿈과 현실 사이에서, 도리와 명분 사이에서, 가식과 진실 사이에서, 앞모습과 뒷모습 사이에서, 겉과 속 사이에서, 말과 행동 사이에서, 웃음과 혀 사이에서 나의 어지럼 증세는 깊어져갔다.


 알수록 모르겠고 믿을수록 못 믿겠는 세상살이에 서툰 나머지 곧잘 두통을 동반한 현기증을 일으키곤 했는데, 두통이 평생 지병이 되리라는 걸 그땐 몰랐다.


 생각해보면 포경과 고래잡이를 혼동했던 그 무렵부터, 바다는 늘 그렇게 내 안에 스며들어서 멀미를 앓게 했고, 바람 잘 타는 나에게 세상공부를 시켜주었는데 그 후로 나는 익사하지 않는 방법까지,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낙법까지 터득하기 시작하면서 『슬픔』이라는 만성지병을 얻기는 했지만 푸르고 단단한 지느러미로 바다를 거느리며 때려눕히는 고래 떼들을 보고 힘을 얻었고 그 중에서도 바다를 헤엄쳐 가는 향유고래가 되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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