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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월요일 그리고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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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월요일 그리고 4월! - 졸음운전 조심

  시카고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던 전동차가 선로를 벗어나 오헤어 국제공항 에스컬레이터에 충돌, 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원인은 졸음운전이었다. 같은 날 서울 송파에서도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3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사고의 영상이 공개됐다. 졸음운전의 원인은 피로다. 마침 월요일 아침이었다. 주말의 피로가 쌓여 가장 힘들다는 월요일 아침. 그래서 ‘월요병’이란 말도 생겼다. 언제라고 졸음운전이 없을까만, 그러고 보니 봄이고 4월이다. 월요일에 봄날의 4월. 이래서 4월은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자타가 인정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였던 나도 졸음운전으로 아찔했던 추억이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팔공산 선본사에 가는 길이었다. 대구에서 외곽도로로 빠져 하양시내를 통과하여 선본사로 들어가는 산길의 입구에서 저만큼 몸집이 우람하고 웅장한 공사용 트럭이 앞서 들어서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섰다. 

 대형트럭은 화물을 싣지 않은 상태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달렸다. 평소에도 안전운행이 습관화된 나 역시 속도를 내지 않고 느긋하게 뒤따르고 있었다. 서울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섯 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행의 마지막 코스였다. 계속 오르막인 굽이굽이, 열어놓은 차장으로 들어오는 바람결에 서울에서 묻혀온 세속의 때들을 씻어내며 한껏 상쾌했다. 교통량도 적었다. 어쩌다 마주 오는 차가 있어도 서로 비켜갈 수 있을 정도의 산중 길이었다. 
 

그 해, 3월초, 딸이 대학교에 입학하여 기숙사생활을 시작한 후, 황산스님의 알선으로 선본사에 방 하나를 차지했다. 어디 절에 가서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허실삼아 했던 말을 기억한 황산스님의 배려였다. 한 일 년만 그곳에서 보내기로 작정을 하고 지낸지 한 달쯤 되어서 첫 나들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말을 이용하여 서울집에 가서 부모님들을 뵙고 월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절로 돌아가는 길이었으니, 4월, 딱 이때쯤의 월요일 아침이었다. 
 

산(山)의 사계절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시작한 산사(山寺)생활, 그 첫 봄. 신록이 돋는 산 풍경은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공기는 달고 바람결은 깃털 같았다. 산사생활을 체험할 수 있게 된 그 기회가 마치 횡재 같아 마냥 감사하고 좋기만 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온통 햇살의 비늘이 파닥거리는 산비탈길이 물결 속에 가라앉은 외줄 같았다. 외줄을 타고 8부 능선 쯤 올라가고 있었다. 여전히 앞서가는 대형트럭을 보며, 저 차 운전자가 나를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한 거리를 추월하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따라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느 순간, 외줄이 흔들렸나? 차가 기우뚱하는 것을 느끼면서 퍼뜩 정신이 들었고 발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 섬광 같은 찰나였다. 오른쪽 앞바퀴가 도로와 산자락 사이에 파인 2미터 정도의 깊이에 2미터가 넘는 너비의 물길, 울퉁불퉁한 골 사이, 허공에 떴고 차는 45도 각도로 기울었다. 짧은 동안, 무중력의 공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움직이면 차가 더 기울 것 같아서 꿈쩍도 못하고 눈동자만 굴려 앞뒤를 살폈다. 호흡마저 부담스러웠다.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없었다. 난감했다. 그 순간이 마치 절벽위에 선 기분이었다. 조심조심,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무게가 작용할까봐서 숨을 들이쉰 채 멈추고 몸을 미세하게 움직여 운전석 옆의 문을 밀고 나오기를 시도하였다. 출렁 하는 차의 흔들림이 감지되자 기암 할 것 같아 숨을 삼켰다. 진동이 가라앉자 다시 천천히, 마치 깃털이라도 되듯, 문을 살그머니 열고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그야말로 곡예를 하는 기분이었다. 차체 자체가 기울어있는 상태라 문 높이가 들려져 있어 더 무서웠다. 
 

겨우 빠져나와 잽싸가 반대편 길가로 가서 섰다. 한적한 산길에서 벙벙한 기분으로 기울어진 차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앞쪽에서 조금 전에 구부러진 숲길로 모습을 감춘 대형트럭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아니, 잘 따라오시더니 와 그랬어요?' 차를 멈추고 운전사가 뛰어내리며 한 말이다. 이상하게도 그 말에 안도(安堵)가 느껴져 피식 웃고 말았다. 
 

산길 입구에서부터 뒤 따라 오는 내 차를 계속 사이드밀러로 보며 운전했다고 했다. 흠! 나도 그 생각했지. 추월하지도 않고 다소곳이 따라오기에 지켜보며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보이지 않아서 이상하다싶어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길동무 아닌교?’ 맞다. 서로 같은 생각을 했으니 길동무지. 그래서 안도가 되었구나. '갓바위에 가십니꺼?' 내가 입은 법복을 보고 짐작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짤막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내 차를 앞뒤로 살피더니 자기 차에서 뭔가 장비를 꺼내고 있는데 마침 아래쪽에서 승용차 한대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 세웠다. 승용차의 기사도 금방 상황을 알아봤다. 이어 또 한대의 승용차가 올라왔다. 트럭운전사가 또 세웠다. 
 

'보소, 보소, 힘을 합치면 안 되겠능교?' 트럭에서 꺼낸 쇠줄을 메고, 앞뒤에서 장정 셋이서 차를 들어 올리려고 자세를 취했다. 나도 끼어들었다. '보살님, 비키소. 저만큼 가서 서 있으소' 나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조금 전에 서있던 자리로 되돌아가서 서있고, 으랏차, 으라랏차! 몇 번의 기합소리와 함께 차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손을 털고 떠나는 승용차들, 맨 나중에 트럭운전사가 트럭의 운전석에 뛰어오르면서 이번엔 앞서 갈랍니까? 하고 물었다. 아뇨. 그럼 조심해서 따라 오이소! 피식 웃던 나의 웃음에 대한 답처럼 그가 씨익 웃었다. 트럭을 앞세우고, 나는 뒤따랐다. 아니 트럭이 내 차를 보이지 않는 줄에 매달아 끌고 가는 것 같았다. 

 빵빵 빠앙! 
 

선본사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꺾어 대형차주차장으로 들어가면서 두 번은 짧게 한번은 길게 클랙슨 소리가 울렸다. 
 

빵빵 빠아아앙! 나도 화답을 하고, 주차장 앞을 지나 절 구내 길로 들어섰다.
졸음운전사고가 많이 나는 월요일 그리고 봄날의 4월. 다행히 작은 일로 끝이 났지만, 그리고 지금이야 ‘느리게 살기’로 차 없이 지내지만, 모든 운전자들이 봄날의 나른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폭의 봄날 풍경을 그린 수채화처럼 자리하고 있는 내 안의 추억을 펼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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