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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길
bh2000

 
귀가길 
 

 

 

 
해질 무렵  
깃털 헐렁한 새떼들이
하늘을 날아오르다
일제히
전깃줄에 내려 앉는다

 

지친 어깨 파닥거리며
외줄타기 날개짓  
노독으로  삭신이 쑤셔대는지
서로의 깃을 부벼   
몸이 가벼워지기를 기다린다


 
일터에서 돌아오는  시간
붉어진 복숭아 뼈마디 달래며 
몸이 체온을 퍼내려 할 때
한번쯤은 죽도록 아파 보았거나
오래도록 사무친  심연 속에
나를 내려놓고선 먼지 낀 시간 속을 
더듬거려 보아도 괜찮겠다


 
전깃줄에 앉은 새들이     
저들만의 지문을 기억하듯
흔들리며 앉았다간 기억은 따뜻한 것이어서 
이 저녁 눈 내려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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