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8 전체: 145,403 )
따뜻한 비명
bh2000

 
따뜻한 비명 
 

 

 


차 앞 유리창에
잠시 앉았다 간 새 한마리 
급히 볼 일을 보고 간 모양이다

 

물감을 짜놓은 듯
흘러내리는 나른한 배설물 
그것은 똥이라기보다는 비명이었다

 

얼마나 다급했길래
제 속살 훤히 보이는 유리창 붙잡고 
미끄럼타기 수십 번
등줄기에 땀깨나 흘렸겠다 

 

낯선 하늘 아래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 허공길 
퍼덕이다 지친 날개짓 
바람이 분다
불길한 예감이었다

 

이방에서 나도 예외일 순 없다
새가 앉았다 간  자리
시큼하고 냄새나는 
그 눅눅한 기억을 지우듯   
유리창을 닦는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