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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꽃
앞마당에는 곧 떨어질 꽃들만 피었다
한사나흘 붉게 타오르던 작약
비바람에 고개 들지 못하고
넝쿨장미 난간에 몸을 의지한 채
하얗게 질려서
뚝
지고 있다
여름 초입에 들어온 치매환자 베티
입속이 붉어질 때까지
울면서 바닥에 오줌을 누었다
굳게 잠긴 문을 잡아 당기며
구멍 뚫린 기억 저편
슬픈 방언을 하염없이 중얼거리다
잠깐 피었다 지는 여름꽃 처럼
뚝
그렇게 돌아갔다
목숨 하나 호명될 때마다
꽃 하고 입을 오므리면
긴 복도를 힘겹게 걸어 나오다
마주친 서늘한 꽃의 체온이란 거
지는 일 어루만지다 보면
꽃물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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