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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꽃
bh2000

  
목숨꽃
 

 

 

앞마당에는 곧 떨어질 꽃들만 피었다
한사나흘 붉게 타오르던 작약
비바람에 고개 들지 못하고 
넝쿨장미 난간에 몸을 의지한 채
하얗게 질려서

지고 있다

 

여름 초입에 들어온  치매환자 베티
입속이 붉어질 때까지
울면서 바닥에 오줌을 누었다
굳게 잠긴 문을 잡아 당기며
구멍 뚫린 기억 저편  
슬픈 방언을 하염없이 중얼거리다
잠깐 피었다 지는 여름꽃 처럼
뚝 
그렇게 돌아갔다

 

목숨 하나 호명될 때마다
꽃 하고 입을 오므리면
긴 복도를 힘겹게 걸어 나오다 
마주친 서늘한 꽃의 체온이란 거
지는 일 어루만지다 보면
꽃물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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