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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자를 연상시키는 Kim’s Conven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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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차례 주위의 지인들과 딸로부터 추천을 받고도 시간적 여유를 못내던 차에 아들이 이번 주말 가족 프로그램의 첫 번째로 Kim’s Convenience 라는 연극관람을 선정하였다. 


 이곳 토론토에서 볼 기회를 놓치고 나니 Port Hope란 토론토에서 벗어난 시골에서 공연하는 곳을 찾게 되었다. 10년 만에 여유롭게 방문한 아들과 함께 하는 연극공연 관람은 새삼 우리부부의 마음을 더없이 기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한 시간이 넘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족이 함께 볼 연극을 생각하니 그런대로 즐겁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시작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Dream이란 이름의 커피숍에 들러서 아담하게 꾸며진 유럽풍의 분위기에서 커피 향기와 함께 마음을 적시고 난 후 Festival 이란 극장으로 향했다. 들어오는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모두가 하얀 머리와 격조가 높아 보이는 백인 노인들이었다. 동양인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곤 우리 몇 사람에 불과했다. 그래도 우리는 뿌듯한 마음으로 함께 입장을 하고 지정된 좌석으로 찾아갔다. 


 막이 열리면서 스테이지에 꾸며놓은 눈에 익은 한인들 편의점이 진열되어 있다. 가게 주인인 중년의 미스터 김이란 한인이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 그날의 필요한 물품정리를 하면서 우리 귀에 익숙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첫 손님이 들어와서 찾는 진생차로부터 손님과 말 실랑이가 일어나고, 손님이 찾는 진생차와 주인이 부르는 상품명이 다른 데서 발단이 된 논쟁이 시작된다. 주인인 미스터 김은 진생차가 아니라 인삼차로 손님에게 알려서 일본과 한국의 다른 점을 이야기 해준다. 그래서 미스터 김은 일본사람은 진생차, 한국 사람들은 인삼차라 한다고 손님을 가르쳐서 보낸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은 5명(한국인 4명과 흑인 1명)이지만 흑인 한사람이 3인 역을 하며 1시간 반 웃음을 연출해낸다. 한국 고유문화 속의 아버지상과 그의 애국심, 자녀들 간의 관계, 십자가 목걸이에 교회밖에 모르는 아무 힘없는 아내가 보여주는 엄마, 이민 1세의 삶을 그린 코믹한 연극인 동시에 아버지의 깊은 탕자의 귀향 같은 메세지가 담겨있다.


 이곳 사람들에게 주인공의 언어표현에서 주는 웃음과 가슴을 때리는 뭔가 있기에 이 공연이 성공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미스터 김의 세련되지 못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 담겨있는 메세지는 한시간 반이란 긴 시간에도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않게 청중들을 매료시켜 웃음으로 줄곧 이끌어나간다. 


 주인공 미스터 김과 그 말에서 가져다주는 메세지는 청중들을 웃음으로 줄곧 끌고 나간다. 주인공 미스터 김과 그의 곁을 지켜온 딸의 주된 대화는 이곳에 살고 있기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30세 된 사진작가인 딸의 당돌함, 한발치도 양보를 안하려는 딸과 아빠 사이에 일어나는 일상의 대화, 16살 때 아빠와 충돌한 후 집을 나가버린 아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가족들은 알길 없이 지내는 긴 세월에 일어나는 네 사람의 대화이다.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이 좁은 공간에서 이민자의 삶, 미스터 김이 가진 한국인의 꺾지 못할 자긍심, 타민족에 대한 직설적인 편견을 서슴없이 내뱉는 주인공, 긴 세월동안 타 인종에서 체득한 사람들의 특징들도 거리낌 없이 딸에게 가르치는 아빠, 그런데도 청중들은 그의 어색한 언어에도 불구하고 웃음으로 이끌고 나가는 그 재치에 반하고, 우리가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용어들을 아무 제한 없이 써가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통째로 몰고 가는 그의 재능은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가게에 한 흑인 손님이 들어와서 물건을 찾는 동안 아빠는 딸 제넷에게 어떤 사람이 물건을 훔치고 어떤 사람이 물건을 훔치지 않는가를 알려준다. 그러는 동안 손님은 카운터에 물건을 올려놓고 돈을 지불한다. 딸과 같이 있던 미스터 김은 내주어야 할 거스름돈을 내주기 전에 손님에게 그동안 훔쳐간 물건들의 값을 치르라고 황당한 요구를 한다. 


 하지만 손님이 순순히 응하지 않자 한국인 특유의 방어책인 합기도로 손님을 다루는데 그 장면이 관중들의 배꼽을 쥐어잡게 만든다. 결국은 손님은 항복을 하고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서 훔쳐가려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가를 딸에게 보여준다. 그러니 그간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훔쳐 왔겠는가?


 삶의 체험으로 아빠가 손님들의 마음을 모두 꿰뚫고 있다는 것을 본 딸은 그때 몹시 놀란다. 그 손님이 흑인이라 무시한 인종차별이 아니라 그가 오랜 세월 경험에서 얻은 통계인 것이었다. 그런데 딸이 오빠친구였던 흑인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 결혼할 것이라 아빠에게 말한다. 미스터 김은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한 후 허락해 준다. 


 주인공 미스터 김은 자기 편의점 안에서는 절대적인 권위자로 군림한다. 아빠로서, 남편으로, 그리고 이 연극을 이끌고 가는 동안 조국에 대한 대단한 자긍심이 그의 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관중들에게 알려짐을 보게 된다. 


 연극을 보는 동안 내 가슴에는 애국하는 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는 딸과의 대화에서 언제나 사고의 차이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언쟁으로 끝나고, 서로가 양보라는 단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딸에 대한 사랑을 행동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간다. 


 반면 마음 속 깊이 집을 나간 아들을 잊지 못하고 있을 때 아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아빠에게 두 달된 손자가 있다고 알려준다. 이제 아빠는 할아버지가 된 셈이다. 그리고 그는 행복하지 않다고 아빠에게 스스로 고백하고 가게에 헬퍼라도 할테니 일하도록 해달라고 애걸한다. 이 장면을 보는 내 마음은 램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란 그림이 눈앞에 선하게 펼쳐졌다. 성서의 탕자의 이야기처럼… 


 한편 아빠 곁을 떠난 적이 없는 딸은 자기가 가게에서 그동안 일한 시간을 모두 계산해서 $120,000이란 돈을 아빠에게 청구한다. 그러자 아빠 또한 딸을 낳아 키우고, 교육시키고, 캠핑 보내고, 피아노 가르치고 등을 장황히 나열하며 청구한다. 


 그런데 집 나갔던 아들이 자기의 모든 잘못을 깨닫고 도우미로라도 써달라고 하자 아빠는 거절대신 “Change the price and take the store!” 하면서 아들을 놀라게 한다. 키를 던지고 가게를 나가면서 막이 내린다.  아버지가 자기의 모든 것을 애타게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아들에게 기쁘게 주고 떠나는 그 모습에서 정녕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의 그 아버지를 보는 듯했다.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단 한번뿐인 기회를 자신을 배반하고 떠났던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미스터 김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아니겠는가! (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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