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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놀이공원(Dog Park)
baikkj

 

 

 나는 은퇴후 남편이 반복되는 척추 수술과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한 덕분에 풀타임 운전사가 되었다. 그로 인해 매일 매일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아가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는 어디서나 누구를 만나서 대화를 하던 이 모든 순간이 다 우리 삶의 배움의 여정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저자는 신부출신으로서 신부의 옷을 벗고 세상에 나와서 일반인으로 생활을 하면서 쓴 “Growing up somewhere”가 기억난다. 우리는 평생 동안 배움의 터전에서 살다가 자신이 알던 모르던 그 순간에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을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도 나는 남편을 재활원에 훈련 시간을 맞추어서 데려다 주고 한 시간 반이란 자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나의 선택이다. 그냥 재활원에 가서 인터넷을 뒤지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소모하는가, 아니면 숲속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삶에서 밀려오는 복잡한 상념 속에서 혼자 걷거나, 개들의 놀이공원(Dog Park)에 가서 동물들이 마스터에 따라서 어떻게 행동을  하는가를 관찰하는 시간으로 메꾸게 된다.


 순간 순간의 선택이 우리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매 순간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하루가 귀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 재활원 옆에는 아름다운 산책길이 있는데 무더운 여름에 빛을 막아주는 숲속의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운동은 영혼과 육신의 치료제가 된다.


 길옆에 무성히 자라고 있는 잡초들과 이름 모를 나무들은 오늘 또 나와 인사를 나눈다. 기온에 따라서 며칠 전만 해도 벌거벗은 알몸의 나무들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지고, 찬란한 전성시대의 푸른 잎으로 차려입고 산책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 해준다. 


 요즈음은 나이에 따른 시간 속도라 할까! 것잡을 수 없는 남편의 재활훈련으로 나는 출퇴근이 바빠진다. 그래서 꿈에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삶의 장을 여는 이 동물들의 놀이터가 있다는 것을 요즈음에야 알아차렸다. 이곳에선 Baby Sitting이 아니라 Dog Sitting을 하러온 많은 남녀들을 만나게 된다. 


 주인이 직장 나간 사이에 혹은 개를 좋아해도 고령인 경우엔 사람을 고용해 개가 심심해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어놀게 해준다. 주인 대신 개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바른 해석일 것 같다. 


 정말 가난한 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이곳은 동물의 천국이 아닐까? 동물로 태어나도 여기서 태어난 덕분이다. 개장국 아니면 보신탕으로 생명을 다하게 되는 나라들도 있음을 생각할 때 이 동물들은 훈련을 받고, 건강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놀이터로 향하니 얼마나 복이 많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시간이 나에게도 행복한 하루가 아닐 수 없다. 


 개 놀이터에 돌봄이 들이 보통 5-6 마리씩을 데리고 와 주인의 절대 권리인 목에 차고 온 목걸이를 하나씩 풀어주는데, 그때부터 개들은 자기 세상이 된다. 수십 마리의 개들이 이 거대한 공원에서 질서를 지키고 매일같이 만나는 개 친구들끼리의 인사가 무척이나 바쁘다. 


 그런 다음 서로 키스하고 그들끼리만 통하는 언어로 우정을 나누는 소리는 다양하기만 하다. 개의 크기에 따라서 소리도 다 다르다. 우렁찬 소리, 캥캥 거리는 소리, 사나운 소리로 인사하지만 싸움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없다.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다고 생각을 하고 입구에 걸려있는 사인을 읽으면서 이해가 조금씩 가기도 한다.


 어떤 개든지 사납거나 싸움을 할 수 있는 개들은 그곳에 들어올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컷 ,암컷, 수십 종의 개들이 한꺼번에 거대한 공원에서 자유롭게 뛰고, 장난 하면서도 자기의 이름이 마스터로부터 불릴 때 어떻게 잘 알아듣고 따라오는지 정말 영리한 동물들이다. 가끔씩 고집을 피우고 저 혼자 놀고자 하는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말에 절대 복종이다.


 만약에 사나워서 다른 개를 해치려고 하면 그 개는 당장 퇴장된다. 이들도 자기 마스터의 눈치를 살피고 또 보상으로 주는 칭찬과 쿠키를 받아먹고는 좋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 순간은 절대 자기의 행복한 순간이라 생각을 하는 것 같이 보인다. 하물며 동물들이 이렇게 칭찬받기를 원하고 보상을 받고 좋아하는데 사람인들 오직하랴. 


 개들도 자기들의 한계구역에서 이렇게 질서를 지킬 줄 알고, 마스터의 음성을 민감하게 주시하면서 노는 것을 보면, 하키 선수들이 수억 불의 연봉을 받으면서 서로 치고 박고 격투하는 것 보다 더 세련됨을 느낀다. 인간 세계보다 더 의리있고 서로 배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인간사회보다 질서를 더 잘 지키고 어우러지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이 동물들을 통해서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런 일을 직업으로 하는 훈련자들의 수입이 얼마나 될까하는 나의 궁금증이 꼬리를 물어, 개들을 몰고 가는 젊은 남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이 직업의 보수가 꽤 괜찮다고 한다. 특별한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더 좋은 대우가 주어지고, 개를 좋아만 하면 된다고 한다. 이곳은 정부가 지정한 개를 위한 놀이터, 아파트가 수십 동이 들어설 수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대 자연 속에 인가와 떨어져 있어 아무도 그들이 즐겁게 뛰고 짖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조금만 언덕을 올라가면 서니브룩이란 거대한 병원에 수천 명의 환자들이 있다. 갖은 고통으로 신음하는 인간의 소리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개들이 기뻐서 내는 소리, 뛰면서 발산하는 에너지, 마스터가 주는 보상에 좋아서 짖어대는 기쁨의 노래들로 가득하다. 


 나 자신도 이 순간은 남편의 힘든 재할훈련도 다 잊고 이 개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다. 그래서 남편의 긴 재활기간이 그렇게 지루하지 않고 시간의 선택이 기쁨의 한순간을 제공해 줌을 어찌하랴.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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