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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가 시리즈 (IX)-'세상의 모든 아침(All the Mornings of the World)'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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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에 얽힌 스승과 제자의 애증을 그림과 
음악의 만남, 시적 영상미로 표현한 걸작


 

 

 

 

(지난 호에 이어)
 이윽고 자작곡인 "아라베스크(L'Arabesque)"를 연주하는 마랭 마레. 이 연주에 비로소 만족감을 표시하는 콜롬브는 한 달 후에 오면 그때 말해주겠다며 그를 돌려보낸 후, 이 곡을 오두막에서 혼자 연주해 본다. 이같이 그는 자식에게는 물론 제자가 되기 위해 찾아온 마랭에게도 그저 무뚝뚝하고 엄숙할 뿐이다. 


 어느 날 두 딸이 밭에서 일을 하고 있고, 아버지는 여전히 오두막에서 비올을 연주하고 있는데 오늘도 죽은 부인의 실물 같은 환상을 볼 즈음 마랭 마레가 찾아온다. 


 뜨와넷이 한창 일하고 있는 언니 몰래 달걀 양끝에 바늘로 구멍을 내 후루룩 알맹이를 빼먹는 장면이 우리의 옛날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이 영화에서 모두 심각한 표정들인데 웃음을 보이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다. 


 콜롬브는 연주는 잘 하는 편이고 자세도 좋고 감정도 좋고 기교도 있고 장식음도 매력적이고 매끄러운 솜씨이지만 '음악'은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어서 작곡도 썩 잘하는 편이라 반주자로는 쓸만해서 음악으로 밥벌이는 하겠지만 그래도 '음악가'는 아니라고 말하는 콜롬브. 그는 심장으로 느끼는 음악과 길거리의 음악에서 진짜를 구별할 수 있겠냐며, 잘난 기교 때문이 아니고 고통에 찬 네 목소리 때문에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멀찌감치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나오는 마들레느를 흘깃 쳐다보는 마랭 마레. 얼른 나무 뒤로 알몸을 숨기는 그녀를 강 건너 쪽에서 훔쳐보는 뜨와넷.


 배운지 몇 달이 흐른 어느 겨울날. 손가락이 얼어서 연습을 할 수 없는 마랭이 따뜻한 부엌으로 가서 손을 녹이는데 그의 눈이 마들레느의 눈과 마주치면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사람 보기 힘든 촌구석에 살며 혈기왕성한 나이라 이성에 반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리라. 


 추운 날씨에 콜롬브의 제안으로 스승과 제자는 함께 화가 보쟁의 집으로 간다. 가는 길에서도 세찬 바람소리를 비올의 저음부에서 나는 스타카토의 소리로 해석하며 자연의 섭리에 바탕한 스승의 음악 강의는 그치지 않는다. 

 

 

 

 


 보쟁이 정물화를 그리고 있다. 이때 보쟁 집의 내부장식들을 정지화면으로 보여준다. 박제된 대형 랍스터, 모래시계와 조개껍질, 석류와 테오르보 악기, 데이지 꽃병과 포도주잔 등 아름다운 한폭의 '영상정물화'이다. [註: 영화속 정물화 그림 세팅은 실제 뤼뱅 보쟁이 18세 때인 1630년에 그린 '체스판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Chessboard)'의 구도 배치와 똑같다. 이 그림은 미각, 청각, 시각, 후각, 촉각을 나타내는 정물들의 사진과 같은 정교함과 오묘함이 묻어있어 '오감(五感, The Five Senses)'으로도 불린다.] 

 

 

 

 


 콜롬브가 "죽음은 모든 것의 결산이라네. 세상 모든 환락과의 이별이지."라며 마랭의 손을 붙잡고 "저 붓소리를 들어보게. 연주도 저렇게 하게!" 그림 그리기를 음악에 비유하는 명장면이다. [註: 이와 같이 이 영화는 한컷 한컷이 영상을 종이로, 음악을 붓으로 펼쳐놓은 한폭의 문인화다. 카메라는 고정해 놓고 그 속의 대상이 움직이는 구도이다보니 요즘 현란한 CG에 길들여져 있는 관객에게는 자칫 지루한 느낌을 주겠지만 17~18세기의 분위기를 듬뿍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치 '느림의 철학'을 배우는 듯한.]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마랭이 궁중악사가 되기 위해 궁중에서 연주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콜롬브가 그를 오두막에서 내쫓고는 급기야 그의 비올을 뺏어 벽난로에 부딪쳐 때려부순다. 마들레느는 마랭을 감싸고 뜨와넷은 아버지를 붙든다. 하지만 "재주는 있어도 예술가는 못 돼. 궁전에서 연주해 술값이나 벌어 먹어라"며 그를 내쫓는 스승. 


 문을 박차고 눈물로 떠나는 마랭을 뒤쫓아간 마들레느는 그를 붙들어두기 위해 아버지에게서 배운 연주 비법을 전수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첫 키스를 한다. 이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 마랭 마레가 작곡한 "희롱하기(Le Badinage)"이다. 


 한편으로는 마들레느의 방에서 비올 연주 비법을 전수받고 또 한편으로는 오두막에 이르는 비밀 통로를 통해 몰래 오두막 밑에 숨어 들어가서 스승의 연주를 들음으로써 마랭은 모든 비법을 전수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사랑도 차지하는데…. 

 

 

 

 


 20살이 되던 1676년 여름, 궁정악사가 되는 마랭 마레. 그러나 어느 폭풍우 치던 날 모든 게 들통났다. 오두막 밑에서 엿듣던 마랭이 기침을 하는 바람에 발각된 것이다. 스승은 제자의 뺨을 매몰차게 후려친다. 마들레느가 말리지 않았으면 아마 개죽음이 되었을 것이다. 

 

 

 

 


 상트 콜롬브가 "딸과 결혼하겠는가?"고 묻는다. "아직 모른다"고 대답하는 마랭. 옆에 있던 마들레느가 "뜨와넷은 약혼자가 있어요"라며 대답을 유도하지만 마랭은 애써 피하고 에둘러 스승에게 곡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 그의 대답은 의외 ― "난 작곡한 일이 없다네! 난 열정적인 삶을 보내고 있네." 


 장면은 부활절 날. 상트는 교회에서 연주했다. 테네브레(Tenebrae, 라틴어로 '어둠' '그늘'이란 뜻)라는 촛불 끄는 의식이 있었는데 한 사내아이가 받침대를 놓고 올라가 높은 촛대에 있는 촛불을 하나씩 불어 끄는 동안, 배경음악으로 두 소프라노가 부르는 성악곡과 바소 콘티누오(계속저음) 기악의 환상적인 결합은 종교적 경건함과 열정을 생생하게 불러 일으켜 우리를 천상으로 인도하는 듯하다. 


 유명한 프랑수와 쿠프랭(Francois Couperin, 1668~1733)이 1714년 작곡한 "두 목소리를 위한 세 번째 테네브레 수업(Troisieme Lecon de Tenebres a 2 Viox)"이라는 곡이다. [註: 이 곡은 쿠프랭의 교회음악 중에서 최정점에 도달한 작품이며 방대한 그의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호르디 사발은 쿠프랭을 음악을 산문과 시로 표현한 '훌륭한 시인 음악가(excellent poet musician)'로 묘사했고, 그의 음악을 들으면 실제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은혜를 받는다고 평가했다.]

<YouTube: youtube.com/watch?v=UbREakKFTow>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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