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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ho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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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음악가 시리즈(VI)-'샤넬과 스트라빈스키'(Coco Chanel & Igor Stravinsky)(4)
youngho2017

 


'샤넬 No.5'를 탄생시킨 재봉사와 전위적 
'봄의 제전' 작곡가의 불륜의 사랑을 그린 작품

 


 

(지난 호에 이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가족은 9월 둘째 주에 이사 와서 다음해인 1921년 5월까지 머문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건너 이사하는 모습을 잡은 크레인 샷이 훌륭하다. 샤넬은 늘 검정옷을 즐겨 입고, 단순하면서도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루는 흑과 백의 디자인을 좋아했기 때문에 새로운 저택의 바깥 창들도 모두 검정색이다. 


 샤넬이 직접 방을 안내하며 두 사내애들은 중국 양식의 방, 두 여자애들은 무어 스타일의 방을 배정한다. 이고르 부부가 거처할 방은 원색이 없는 흑과 백의 기하학적 모자이크 무늬의 벽지와 모노크롬의 직물로 장식되어 있다. 이를테면 인정미와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없고 오직 논리와 이성(理性)만 존재하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묘한 공간이다. 


 어느 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카테리나의 방에 문안을 온 샤넬이 "그 분 말로는 사모님이 최고의 비평가시라면서요."하자 "가장 솔직할 따름이죠."라고 겸손히 대답하는 카테리나. 샤넬이 탁자 위의 결혼 사진을 보면서 "어린 시절부터 연인 사이인가요?"고 묻자 카테리나는 "아름다웠죠. 하지만 결혼하고 애가 생기면 모든 게 바뀌게 되죠."라고 대답한다. 결혼해서 애를 낳아보지 않은 펨므 파탈이었던 샤넬이 이 말을 이해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카테리나의 고전적인 화장기 없는 통통한 얼굴과 샤넬의 현대적인 갸름한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다만 샤넬의 허스키 목소리가 실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거북스럽게 들린다.


 방을 나가려던 샤넬이 옷장 문의 단조롭고 차가운 느낌의 흑백 장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걸쳐놓은 색깔있는 러시아 직물을 보고 옷장을 열어본다. 첫눈에 '루바슈카'라는 러시아 전통 의상이 마음에 든다고 하자 선뜻 가지라고 말하는 카테리나. [註: 1922년에 샤넬은 슬라브 전통의상인 러시아 농민들(muzhiks)이 입는 네모진 목 선과 긴 벨트가 달린 블라우스인 루바슈카(rubashka)와 자수를 놓은 머릿수건인 바부슈카(babushka)를 융합한 이브닝 드레스를 디자인하여 선보인다.] 

 

 

 

 


 아침에 가게로 출근한 샤넬이 종업원들의 옷매무시와 향수 뿌리는 것 등을 일일이 점검한다. 종업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지만 당당하게 거절하고 일을 시키는 사업가의 면모를 보이는 샤넬. 어렸을 때부터 고아로 자라 자수성가한 샤넬은 어쩌면 동정심보다는 복수심으로 차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피아노를 치며 작곡에 열중하다가 무료함을 달래려 샤넬의 방에 몰래 들어가보는 이고르. 침대와 의자에 걸린 그녀의 사틴 잠옷을 만져보고 욕실에도 들어가 보며 그녀를 느끼는 듯하다. 


 어느 날 샤넬이 이고르의 조끼 단추를 달아주면서 "작곡은 악보에 하느냐?"고 묻는다. 그는 일단 피아노로 먼저 쳐보고 그것을 느낀 후에 작곡한다고 대답한다. 이에 샤넬도 천의 질감을 먼저 느껴야 하기 때문에 "스케치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음악이나 패션이나 예술은 먼저 '느낌'이라며 동질감을 느끼는 두 사람! 

 

 

 

 


 작업할 때도 머리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말끔히 넥타이를 매고 조끼를 입는 빈틈없고 깐깐한 인상의 스트라빈스키는 매혹적이고 당찬 샤넬의 매력에 이끌려 드디어 그녀 앞에서 서둘러 안경과 옷을 벗어 던지고,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작업실에서 치고있던 피아노 소리가 멈추는 순간, 둘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여자의 감성으로 일찌감치 파악한 카테리나는 남편 그리고 샤넬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둘은 천상의 사랑 유희를 하지만, 샤넬 핸드백, 향수 하나 사기도 힘든 대다수의 관객이 공감하고 동정할 인물은, 이 놀이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지상의 가여운 카테리나, 스트라빈스키 부인이다. 

 

 

 

 


 샤넬이 그라스(Grasse)로 출장을 간다. 향수 프로젝트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칸(Cannes)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라스는 18세기 말부터 향수산업이 번창한 도시로 '세계 향수의 수도'로 불린다. 프랑스 자연향(향수 및 음식향료제)의 3분의 2를 생산하여 관광수익보다 많은 연간 6억 유로를 벌어들이며 많은 조향사를 훈련시켜 2천 가지가 넘는 향을 식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샤넬은 거기서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 프랑스인 조향사(調香師•perfumer)인 에르네스트 보(니콜라스 바우데)를 만나 "장미가 아닌 여자가 느껴지는 향을 원한다."며 닦달한다. 보는 향수의 문제점은 대부분의 향이 빨리 날아갈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면 악취로 변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샤넬의 정수'는 향이 사라지거나 변질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가 만든 샘플을 보여준다. [註: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 1881~1961)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샤넬 No.5'를 창조한 장본인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조향사 훈련을 받은 탁월한 인재로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육군으로 복무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19년 제대하자 프랑스로 이주하여 당시 망명객이었던 드미트리 파블로비치 대공의 도움으로 1920년 늦여름 코코 샤넬을 그라스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의 장례식 때 교회 전체를 완전 장미꽃으로 장식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샤넬이 여러 샘플을 꼼꼼히 테스트 한 후 5번째 샘플을 선택함으로써 세기의 향수 '샤넬 No.5'가 탄생하게 된다. [註: 처음에 '샤넬 No.5'는 1921년 크리스마스 때 최고의 단골고객에게 줄 선물용으로 100병만 생산했는데 곧 소문이 퍼져 수요가 넘치자 1922년에 샤넬 매장에서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긴 출장에서 돌아온 샤넬은 이고르의 가족을 피해 그와 헛간에서 사랑을 나눈 후, 루드밀라(소피 하손)에게 직접 디자인한 세일러복을 선물하고 카테리나에게는 일반인이 가질 수 없는 고급향수 '샤넬 No.5'를 선물한다. 하지만 병약한 그녀에게 그런 향수가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오히려 그녀는 샤넬에게 그이의 음악에 간섭하지 말라며 "너무 하시네요. 죄책감 안 드세요?"하고 묻는다. [註: 루드밀라(Ludmila Stravinsky, 1908~1938)는 어머니에게서 옮은 결핵으로 파리에서 1938년 11월 30세로 요절했고, 카테리나는 4개월 뒤인 1939년 3월에 59세로 사망했다. 이때 스트라빈스키도 감염되어 5개월 입원했다. 한편 막내딸 마리아 밀레나는 미국 LA에서 100살까지 살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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