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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가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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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마르틴 루터가 개신교를 개혁한지 5백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해이다. 정확히 말하면, 루터는 종교를 개혁(revolution)한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교를 개혁(reformation)한 인물이다. 그는 강력한 성경주의자로서 당시의 교회(가톨릭)가 면죄부를 파는 등 잘못된 관행에 젖어있는 것에 반기를 들고 성경의 본래의 정신과 노선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폈던 것이다. 


 그가 외골수 성경주의자임을 입증하는 한 예로, 그는 당시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그것은 성경의 내용을 파괴한다고 해서 코페르니쿠스를 강력히 비판했다. 물론 당시 지동설을 반대한 것은 단지 루터만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런 면에서 볼 때, 루터는 종교적으로는 순수하다고 할 수 있어도 사상적으로는 개방적이라고 평하기 어렵다. 어쩌면 그는 희랍사상 같은 것은 거부했거나 무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글의 제목 ‘나그네가 되십시오’는 도마복음에 나오는 말이다. 모두 114절로 되어있는 도마복음서는 예수의 제자 중 하나인 도마(Thomas)가 전한 복음서라고 하는데, 그 중 제42절은 고작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그네가 되십시오’”란 짧은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 기적, 재림, 종말, 부활, 심판, 대속 등의 어휘가 거의 나오지 않는 도마복음서를 읽어가다 보면 마치 노자의 도덕경을 읽는 느낌을 갖게 한다. 


 예수의 행적이나 말씀을 기록한 문서는 원래 네 개의 복음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훨씬 많은 종류의 글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것이 로마제국을 통일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의 신조와 경전내용을 통치이념으로 사용할 마음을 먹고 성서의 통일을 요청함에 따라, 교회가 공의회(니케아 공의회 325년)를 열어 여러 다양한 복음서들 중 네 개만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처분했다고 한다. 


 도마복음서도 그렇게 폐기처분당한 책인데, 일부 교도들이 다른 여러 복음서들과 함께 항아리에 담아 땅 속에 묻었던 것을 1945년 어느 날 이집트의 한 농부가 밭갈이를 하다가 항아리를 발견하여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도마복음을 ‘또 다른 예수’란 책으로 풀이한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위 “나그네가 되시오”를 “집착에서 해방되라”는 말로 볼 수 있다면서 “우리의 인습적이고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생활방식이나 사유방식을 뒤로하고 새로운 차원의 삶, 해방과 자유의 삶을 향해 출발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설해 놓았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위에서 루터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냉정하게 보면 그가 성경만이 절대진리라는 절대편견에 얽매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당시 루터의 자리에 예수가 있었더라면 어쨌을까 생각해보면서, 요즘 상당수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도, 만일 예수가 오늘을 살아간다면 그도 동성애자를 거부할까 생각해보게 된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동성애는 타고나는 것이다. 그것은 도덕적 훈계나 교육적 훈련으로 바꿔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섹스와 관련된 것이라서 도덕적 관념 면에서 수치스러운 바가 없진 않지만, 그러나 마치 빨간 머리카락이나 파란 눈처럼 그가 태어날 때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차원에서 만이 아니고 교회차원에서마저 그들을 죄인으로 취급한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하고 발전한다.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고 새로운 이론들이 끊임없이 산출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새로운 사실과 이론에 힘입어 더 풍요롭고 더 자유롭게 살아간다. 창조의 세계에 절대진리가 없지 않겠지만, 그러나 피조물로서의 우리의 삶은 상대적 리얼리티 가운데서 영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이런 저런 편견이나 아집에서 되도록 벗어날 때 우리는 그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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