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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숙 스테이징

부동산캐나다의 칼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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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와 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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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내 아버지의 직업은 ‘건축 청부업’이었다. 그때는 그게 뭐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이 아버지 하시는 일을 물어오면 엄마가 그랬듯이 ‘청부업이요.’라며 무심하게 대답했었다. 


 아버지는 자주 지방으로 나가서 공사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오시곤 했는데 더러는 그 기간이 수개월인 때도 있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그것이 대략 ‘집 짓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마침내 아버지의 분야는 배관과 용접, 여기 말로 ‘plumbing’ 이라는 모든 구체적인 사실을 알았다. 


 그 분야가 배관이든 페인트이든, 집이나 건물을 짓는 일은 모두 남자들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때였으므로 더 이상의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으며, 단지 그것은 아버지의 영역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약학을 전공한 나는 졸업 후 당연히 약국을 개업했는데, 도무지 하는 일이 재미가 나질 않았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니 환자상담이 반가울리 없고, 하루 종일 약국 안에 갇혀있는 것이 무척이나 따분하고 답답했으며, 처방약 조제 및 의료보험 청구 등 반복되는 업무는 창의적인 것이 하나도 없어 쉽게 진력이 났다. 


 그러니 기회만 있으면 약국 문을 닫고 나가기 일쑤였고, 그나마 오는 손님들은 돈 없는 시장 노점 아줌마라고 약값을 안 받거나, 다리 절뚝거리며 폐지 주워 파는 할머니는 불쌍하다고 공짜로 약주고 하다 보니 약국이 잘 될 리 없었다. 


 결국은 3년 만에 약국을 그만두고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나의 길이구나.’ 할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다. 오래 묵은 예술가라도 된 듯 폼을 잡고 미술관 나들이를 하고, 전시회를 참석하고, 미술 관련 책들을 사들이면서도 전혀 아까움이 없었다. 


 그러다가 캐나다에 이민 와서 다시 한동안 약국 일을 했지만 재미없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오히려 내겐 홈디포에서 하는 레노베이션 세미나가 더욱 흥미진진했으니, 매주 참석하며 마룻바닥 Flooring하는 것도 보고, 페인팅 하는 것, 실내 분수 만드는 것 등을 보며 이런 작업들을 누구나 직접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틈만 나면 홈디포에 가서 공구와 부속, 목재들, 페인트 색상 등을 구경하곤 하다가 어느 날 여러 가지 모양의 스크루 드라이버가 손잡이에 모두 달려있는 세트를 구입했는데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러웠다. 


 그것을 시작으로 집에 있던 커튼도 바꿔 달고, 페인팅도 새로 했으며, 식기세척기까지 교체했는데, 전혀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는 이런 일들을 하면서 힘들고 번거롭다는 생각보다 이렇게 재미난 일을 직업으로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이건 순전히 아버지의 피물림이었고, 내 속에 있었던 아버지의 유전인자를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었다.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역마살 때문에 주로 지방의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던 아버지, Nine to Five(9 to 5)의 쳇바퀴 같은 일상을 못 견디는 나, 하나하나 구상하고 조립하는 꼼꼼함과 완성된 결과물에서 얻어지는 성취감에 뿌듯해 하는 나는 우리 아버지의 딸임이 분명하다. 


 스테이징 일을 시작하고 전기드릴을 구입하면서 또 얼마나 행복했는지 스크루 드라이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전기톱이나 전동 네일건(Nail Gun)을 사게 되면 나는 아마 감격 충만으로 까무러칠 지도 모른다. 


 이제는 집 짓는 일이나 건축공사와 관련된 일이 더 이상 남자들만의 직업이 아니다. 스테이징이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짓는 것만큼 힘든 중노동은 아니지만 물건을 싣고 나르고 옮기고, 못을 박고 나사를 조이는 등의 육체적인 노동과 함께 미술적인 안목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작업인데, 이 두 분야를 모두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딱 맞는 환상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까다로운 손님도 예쁘고, 복잡한 작업에도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오로지 재미있다. 게다가 작업을 끝내고 나면 이제는 소주 한 잔까지 생각이 나니 드디어 ‘망치와 드릴’을 벗 삼는 노가다에 입문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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