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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leesangmook

 

크리스마스트리

 

 

한창 푸르싱싱할 때 보기 좋은 놈만 골라
밑동이 잘리는 아픔은 환각이었다
인자의 마을엔 촛불이 켜지고
벽난로엔 평강의 장작불이 타오르겠지
우듬지에서 천사가 지팡이를 흔들 때마다
은빛가루가 솔잎마다 쏟아진다
뭉텅뭉텅 내린 솜눈은 녹지 않고
그 위로 금빛 가슴띠도 둘러주었다
말구유에 아기 인형이 눕혀지고
낙타를 타고 온 사람들이 무릎을 꿇는다
발밑에 경배의 선물을 내려놓을 때마다
색전구를 반짝이며 미소로 화답했다

 

선물의 포장지들이 난폭하게 꾸겨지고
칠면조의 유해를 싣고 한 해가 지나갔다
컵 사이드(Curb Side)에서 청소차를 기다린다
산등성이에서 눈을 맞을 땐
하얀 양털 이불 속에서 온 몸에 피가 돌았다
누워 있는 나를 하늘의 별들이 내려다본다
하지만 손을 흔들 수가 없다
콘크리트 바닥의 한기가 온 몸을
바늘처럼 찌르며 손마디가 말라간다.
인자의 마을을 찾아 태평양을 넘었던
동방박사 한 사람 지나가다 내려다본다
한창 푸르싱싱할 때 그 역시
밑동이 잘리는 아픔은 환각이었다.

 

 


*시작 노트: 1월 중순이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밖에 버려진다. 한때 축제의 아이콘이었던 임무가 끝나자 용도폐기 되는 것이다. 아직 잎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내놓자니 사람들은 언짢은 마음도 없지 않을 게다.

제일 안쓰러운 것은 밑동의 잘려진 단면을 쳐다봐야 하는 일이다. 한참 더 자라야 할 어린 생나무가 아닌가. 


 아늑한 거실에서 축제의 주인공이 돼있는동안 잘려져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었을 게다. 트리 팜(Tree Farm)에서 자랄 때는 눈이 내려도 추운 줄 모르고 마치 양털이불 속에 있는 것처럼 피가 돌았을 거 아닌가. 하지만 청소차를 기다리며 콘크리트 바닥의 한기를 견딜 수 없는 것은 밑동이 잘렸기 때문이다. 


 사람도 밑동이 잘릴 때 그 다음의 운명을 예측하지 못하는 환각에 빠진다. Good Life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그 영화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된다. 젊음의 혈기로 이민을 결행했던 것이 환각의 결정은 아니었는지 버려져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게 묻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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