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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날아 간다
leephilboon

 
 
시대가 빨라서 계절도 따라 가는지 바쁘게 살아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 해가 갈수록 아리송하다. 자연의 모습을 보지 못하면, 나 같은 사람은 계절의 경계를 도무지 느끼지 못할 거 같다. 눈 속에서 봄이 오고, 긴 여름날이라 해도 스산한 바람 몇 번 불면, 나뭇잎들 당황하며 얼굴 붉힌다.


‘아 벌써 단풍 물드네!’ 어쩌지 하다, 한 번 느긋하게 쳐다볼 겨를 없이 곱던 나뭇잎들은 낙엽 되어 날아다닌다. 캐나다의 올 겨울은 얼마나 추우려나. 10월인데도 눈이 내리고 앞으로 재현될 날들을 생각하면 두렵다. 그래도 아직은 귀퉁이에 남아 있는 가을이 있어,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어설픈 시인이 된다.


여인에게서 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많다지만, 산다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감사하고 고귀한지. 생각나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겨울나기를 마음 속으로 바래 본다.


단풍 따라 어디 가고 싶은 10월 마지막 주에 죠이풀합창단은 써니브룩 참전용사들을 위한 위문공연을 가졌다. 어쩌면 인생의 계절인 가을을 보내고, 외롭고 쓸쓸한 겨울을 맞고 있는 분 들일지도 모른다. 그 분들을 앞에 모시고 합창과 중창, 고전무용, 그리고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로렐라이 언덕을’ 첫 곡으로 시작해서 ‘가을이 오는 소리’ 등 한국 가곡과 또 그 분들이 젊은 날에 불렀을 법한 곡들을 함께 부르니 단원들이 입은 한복처럼 아름답고 고상했다. 항상 느끼지만 노래도 조금은 친숙한 곡이 듣기도 좋고 부르기도 쉽지 않나 싶다. 사람도 자주 만나는 사람이 편안하고 더 정답듯이.


병동에 있는 그들의 모습에 “수고하셨습니다. 존경합니다”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있다면 해드리고 싶었다. 너무도 힘이 없고 연로하신 모습들을 보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도 이루지 못한 소망이 있다면 하나님이 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랬다. 


자신의 생명과 생각보다 나라와 공동체에 더 순종하며 살았을 세대들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세대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비록 휠체어를 의지하고 생각조차도 힘든 분들이지만, 그 수고와 희생이 땅에 사는 모든 후손들에게 평화를 누리게 한 분들이라 생각하니 고개가 숙여졌다. 


행사가 끝나고 우리가 입은 한복과 노래가 아름답고 예쁘다며 큰 소리로 화답해 주었다. 그렇다.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세상, 노래 가사처럼 서로 보듬어 주고 일으켜 세워주며 함께 가는 인생길.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 다 헤어진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내가 귀염 받던 손녀시절 “치이 그래도 할아버지가 살아 있으니 내 예쁜 얼굴 보고 내 말도 듣지. 애교 부리며 했던 말을 그 분들에게도 마음속으로 전하며 이제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되었다. 소중한 분들. See you again next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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