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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다소곳해야 한다?
leed2017

 

 몇 주 전 대통령이 전국 검사들을 대표한 40여 명의 검사와 면담을 한 적이 있다. 검찰에 대한 인사와 관련된 불평을 가라앉히기 위해 새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여성 후보 K 씨를 대동한 자리였다.


 그때 K 장관이 다리를 꼬고 앉은 자세가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물론 이를 놓칠세라 텔레비전도 집중적으로 몇 번이나 K 씨의 앉은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면담이 있고 나서 또 몇 주 지난 후 K 씨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K씨가 검사들과 면담을 할 때 앉은 자세에 대해서 '공식적인 꾸지람'을 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점잖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세가 무슨 그런 자세가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이 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 중에는 참으로 한심스럽고 무식한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K 씨가 어떻게 앉는 것은 남이 참견할 성질이 아니다. K씨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 앞에 드러눕지 않는 이상 K씨 자세에 대한 불평이 청문회 자리에서 나왔을까?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자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테두리를 무척 좁디 좁게 규정해 놓고 그 테두리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기만 해도 비난을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마치 종이를 돌돌 말아서 그 좁은 구멍을 통해서 세상만사를 내다보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까.


 술좌석에서나 몇 마디 오갈 수 있는 그런 말을 이 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장관의 자질을 알아보기 위한 청문회 자리에서 내놓았으니 국회의원들의 정신적 수준을 잘 보여주는 참으로 한심스러운 행동이다. 인사청문회 같은 자리에서는 후보로 지명된 사람이 일을 잘해나갈 수 있느냐 아니야 하는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자격심의가 그 초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뒤로 미루다시피 하고 앉은 자세에 대해서, 입은 옷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질이 낮은, 영어로 말하면 no class 인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행동은 남성과 비교해 볼 때 여성은 어느 면에서나 열등한 위치에 있고, 문화적으로 창조적이지 못하며 남성의 노리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성(性)에 대한 편견이랄까, 차별의식을 부채질하기 쉽다. 지금부터 64년 전 이 세상을 하직한, 정신분석학 주창자 후로이트(S. Freud)의 여자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지 못한 그야말로 낡고 무례한 행동이 아닐까?


 어둡고 뒤떨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것은 비단 국회의원뿐이 아니다. 지성의 상징이니, 이 사회의 정신적 선도자니 하는 대학교도 남자와 여자 교수의 비율이 수십 년 간 100대 0 붙박이로 고정되어 있다 싶은 데가 있고, 많은 대학이 90대 10을 넘지 못하고 있다. K장관에게 청문회에서 앉는 자세가 나쁘다고 나무라던 사람들도 바로 이런 대학에서 4년을 수학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루면 비행기가 지구를 한바퀴 돌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연인들끼리 전자우편으로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듯 하는 세상에 아직도 이처럼 낡고 무식한 생각을 가진, 그것도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보면 이 나라 남녀평등 의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이면 산천도 변한다는데. (2002)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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