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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leed2017

 

 몇 년 전에 백두산 관광을 다녀왔다. 북경에서 비행기 편으로 연길로, 연길에서 자동차로 6시간인가 7시간을 가는 긴 여행이었다. 연길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도중에는 10번 넘게 차를 세우고 손님들에게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일러주었다. 병원에 가면 나와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백두산에 가니 관광을 온 사람들이 우리 이외에도 정말 많았다. 마치 주말에 안동 하회마을에나 온 것처럼 관광 온 한국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런데 연길에서 백두산까지 가는 동안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 것은 10번 이상 자동차를 세운 그 화장실이었다. 10번 넘게 자동차를 세우고도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중국 농촌의 화장실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도록 민망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되어 있다. 비도 오지 않는 날 화장실 가면서 우산을 들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문은 물론 칸막이고 가리개고 없는 화장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집행" 할 때 하반신은 그대로 내놓고 남들이 다 보는 데서 해야 하는 그런 열린 화장실이니 우산이라도 있어야 가리개로 앞을 가리지 않겠는가. 


 나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불결한 화장실은 어느 정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의 마지노선이 이번 백두산을 통해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너무 지저분해서 도저히 집무수행 불가능이었다. 자동차를 세울 때마다 그 소중한 것을 꺼내서 무슨 중범자나 되는 것처럼 바깥 공기를 한번 쐬고는 다시 집어넣고 말았으니 말이다. 중국 농촌 화장실이 러브 호텔급이라면 우리나라 농촌 화장실은 신라호텔 특실이다. 우리나라는 농촌이라 해도 우선 문만 걸어 잠그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가.


 연암 박지원이 중국 북경에 다녀와서 쓴 기행문 [열하일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 중국에서는 가장 더러운 냄새를 고려취(高麗臭)라고 하는데 조선사람들은 목욕을 잘 하지 않아 발 냄새가 흉하다는 것이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동이(動夷)라고 말하는바 이는 동이가 훔쳤다는 의미다. " 동이란 중국 사람들이 그들의 동쪽에 있는 나라나 종족들을 멸시하여 일컫던 말이다. 자세히는 중국 황하의 중간쯤으로부터 하류의 동쪽 이민족을 말하는데, 곧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방예의지국에 사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묘사다. 


 그런데 "려"자 발음을 "리"라 하니 혹시 발 "고린내 난다"는 말이 "고려 냄새"에서 유래한 것은 아닐까?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어쩌다가 그 중국 사람들까지 고려취라고 빈정댔을까? "똥벌레가 제 몸 더러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더니 중국 사람이 우릴 보고 발 냄새가 난다고?


 일본은 화장실에서는 중국의 반대다. 몇 년 전 일본에 갔을 때는 그네들 화장실이 캐나다보다도 깨끗하여 놀란 적이 있다. 중국 화장실에 비교하면 지옥과 천당이다. 일본 도시와 중국 농촌과 비교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일본 대도시 중앙을 흐르는 청계천보다 작은 개천에 팔뚝만 한 잉어가 뛰놀던 것을 생각하면 일본 농촌은 안 가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쓴 중국 기행문을 보면 화장실에 대한 얘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조선 때의 화장실도 중국의 그것과 별 차이 없었지 싶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남녀 화장실이 같이 있어서 소변 보는 남자 옆에서 아주머니들이 손을 씻으러 왔다 갔다 하고(이쪽을 힐끔힐끔 보던 아줌마, 공짜관광하면 안 돼요)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여럿이 왁자지껄해서 “집무” 하는 동안 가슴이 조마조마하던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면 우리 화장실이란 것도 88올림픽 전에는 선진국 여행자들의 화젯거리였지 싶다.


 아무튼, 요사이 우리나라도 화장실이 무척 깨끗해졌다. 대학 시절 미국 유학을 갔다 온 선생님들께서 “화장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하는 말을 듣고 속으로 “별 신기한 화장실도 다 있구나” 싶더니 요사이 우리나라도 대부분 화장실에서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만큼 깨끗하다. 앞으로 10년만 더 있으면 국제공항이나 큰 공공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 앞에 “아침 식사 배달됩니다” 하는 친절한 광고도 나붙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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