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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소야곡
leed2017

 

 오늘은 양력으로 6월 2일, 음력으로는 4월 16일이다. 바로 어제가 보름. 먼 거리 여행을 다녀온 피곤이 풀리지 않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자정이 조금 지나서 화장실을 가느라 깨어 보니 와! 휘영청 밝은 달빛이 내 침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베드에 눕기 전 달빛이 잠든 내 얼굴을 비춰주겠지 하는 바람으로 커튼을 가장자리로 밀어 붙여 놓은 것이 적중한 것이다. 


 조명(照明) 기능을 전등에 빼앗겨 버리고 이제는 관상용(觀賞用) 신세로 전락해버린 가엾은 처지의 달. 그러나 오늘 같은 맑은 밤하늘에 높이 떠서 고고한 빛을 내뿜는 달을 보니 나는 무색하리만큼 연약하고 감상적인 시인이 되어 식탁 앞에 앉아서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달은 우리에게 지난 일, 옛 사람을 되살려 준다. 오늘 같은 달밤에는 가고 이 세상에 없는 가족이나 친구, 스승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언뜻언뜻 지나간다.


 대학교에 갓 입학하고 나서였다. 기타(guitar)를 배우려고 춘천 가는 성동 기차역 맞은편에 있는 어느 허름한 기타 강습소를 몇 주 다닌 적이 있다. 달이 무척 밝은 어느 날, 저녁을 먹고 그 강습소엘 갔더니 50대 늙수그레한 아저씨 한 분이 기타를 배우는 데는 별 흥미가 없는 듯 혼자 기타를 퉁기며 한 가지 노래만 수십 번 되풀이하여 부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들어보니 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의 <추억의 소야곡>이었다.

 


다시 한 번 그 얼굴이 보고 싶어라
몸부림 치며 울며 떠난 사람아
저 달이 밝혀주는 이 창가에서
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너를 찾는
노래 부른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아저씨에게 "왜 그렇게 한 가지 노래만 부르세요?"하고 물어보았다. 그 아저씨의 쓸쓸한 대답, "십여 년전에 국민(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던 외동아들을 병으로 잃어버렸는데 그 녀석 생각이 나서 이렇게 노래를 부르지요." 


 ‘부모가 돌아가시면 청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기타 강습소의 그 아저씨는 잃어버린 지 십 년이 넘는 아들을 잊지 못해서 노래를 부르고, 나는 그로부터 57년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순간에 그때 노래 부르던 아저씨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지금 저기서 외로운 빛을 내뿜고 있는 저 달님 덕택이다.


 대중가요란 이처럼 풀뿌리 백성들의 기쁨과 설움을 그때그때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술가곡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중가요는 예술이 아닌 것으로 뒤로 따돌리려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 삶의 애절한 슬픔과 가슴 벅찬 기쁨을 표현하는 대중가요가 예술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예술인지 물어보고 싶다.


 비행기에서 창문 밖으로 펼쳐진 구름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세상살이 모든 것이 좁쌀알만큼 작고 하찮은 것으로 보이는 것처럼 오늘 같은 달밤에는 사는 데서 생기는 일의 이해득실을 따져 보는 것조차 부질없는 일. 그저 2, 30년 전 일이 여기 조금 저기 조금 편린(片鱗)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으나, 국어시간에 민세(民世) 안재홍의 수필 <목련화 그늘에서>를 배우던 생각이 난다. "목련은 남국의 소산이다,. "로 시작되어 "승당(僧堂)에 그늘 들었으니 잠이나 잘까."로 끝을 맺는 명문장이었다. 내 어린 마음에도 민세의 수필이 대장부의 호연지기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아 그의 글을 몹시 좋아하였다.


 오욕칠정(五慾七情)이 청아한 달빛 속에 녹아서 하나의 거룩한 이념인 양 아름다운 정서가 넘쳐나는 이 외로운 밤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 기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가만히 한자리에 서 있는 줄로 알았던 달도 어느 사이에 하늘 저쪽으로 가버렸다. 오늘은 나도 민세를 흉내 내보자. 원고 쓰던 펜을 밀어두고 잠자리에나 들어가자. (20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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