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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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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2)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우연히 그렇게 된 거요.”


“그러면 당신 가방 속에 반입 금지품이 들어 있던 것도 우연이었소?”


“아, 그건 별거 아니었소. 성화 그림 카드 몇 장하고, 교황님의 사진 한 장, 그리고 성체봉송에 쓸 제기 몇 개뿐인걸.”


빼뽀네는 그 말을 듣고 온몸을 떨었다. 버스는 끝없이 긴 평원을 달리고 있었다. 들에는 뼈가 앙상한 소들이 여기 저기 조금씩 나있는 가을 풀들을 뜯어먹고 있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지금 트랙터 공장을 보러 가는 길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호텔에서 만찬과 하룻밤 휴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공장은 R도시의 근교에 있었으며, 북쪽으로 가는 평원 위에 우뚝 솟은 우중충한 회색 시멘트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볼품 없는 모습이라니, 이른바 산업문명의 산물이로군.”


돈 까밀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고향 마을에 갑작스런 향수를 느끼며 서글픈 듯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의 고향에선 벽돌 한 장 한 장을 사람 손으로 쌓아 올렸으며 사람과 사물 사이엔 보이지 않는 끈이 한데 묶여 있었다.


노동자들은 으레 그렇듯이 무심하고 따분해 보였다. 공장의 어떤 부서에는 여공들만 있었는데, 그들은 페트로프나 동무와는 전혀 딴판으로 키가 작고 땅딸막한 여자들뿐이었다. 이제 론텔라 동무 마저 돈 까밀로에게 다가와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무, 여기 있는 여자들은, 우리의 매력적인 통역관처럼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 같지는 않구먼요.”


돈 까밀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답했다. “동무, 동무는 저 공장 여성 노동자들을 마치 미인대회에 나와 있는 사람들로 바라봐선 안되오! 자존심을 가진 공산주의자들은 모두 그 정도의 사실은 알고 있지요.”


지금은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었다. 특히 빼뽀네가 그들을 뻔히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장 방문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어떤 열성적인 젊은 공장장이 페트로프나 동무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통역해야만 하는 꽤 많은 통계 자료를 들고, 별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까지 낱낱이 설명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트랙터 조립의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 돈 까밀로는 완성된 트랙터를 보고는 한 대 얻어맞은 듯이 놀라서 빼뽀네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상원의원 동무, 이 트랙터는 소비에트 정부가 고향에 있는 당신 네 농업협동조합에 선물로 준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그려!”


문제의 그 트랙터는 아무리 해도 작동이 되질 않았었다. 그래서 온 마을 사람들이 그 모양을 보고 웃어댔었다. 이제 그는 억지 웃음을 띄우며, 오히려 소작농들에겐 크게 자비로운 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가 그 신통찮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기계공 솜씨가 튀어나왔다. 그는 기술자 가운데 한 사람을 옆에 불러내어 연료 분출 펌프의 한 곳을 지적했다. 거기에 대해서 그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기계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 기술자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없는지 어깨만 들썩일 뿐이었다. 다행히도 페트로프나 동무가 달려와서 그에게 통역을 해주었다.


“저 사람이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녀가 빼뽀네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당국이 교환해야 할 부분에 대한 필요한 처리를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 기술자는 웃어 젖히면서 무슨 말인지를 더 했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이마를 찡그리며 잠시 주저했다. 드디어 그녀는 빼뽀네 쪽을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 권위주의적인 당국은 일 이 년은 지나야 올 수 있다고 기술자는 말합니다.”


페트로프나가 다시 일행과 합류하려고 발을 떼기 시작했을 때 스카못지아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할리웃의 영화 배우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어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나는 교체 부분에 관한 마지막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공장장에게 말해서 다시 한 번 설명해 주도록 해주겠어요?”


공장장은 새로운 통계 숫자를 들어 보이며 호의를 베풀었다. 그것은 계산기를 압도시킬 만큼의 천문학적 숫자였다 스카못지아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공장장과 악수까지 했다.


“고마워요.”


스카못지아가 페트로프나 동무에게 말했다. 


“동무가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주셨는지 모를 겁니다.”


“동무는 농기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신 모양이지요?” 그녀는 순진하게도 그렇게 물었다.


“아니요. 동무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걸 좋아합니다.”


이 말은 노동의 신성함에 대해 매우 모욕적인 말이었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다시 관료적인 자세로 돌아갔다.


“동무…” 그녀는 헛소리를 내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로마의 트라스테베르 지구에 가본 적도 없었고, 스카못지아가 지니고 있는 그런 눈매를 본 적도 없었다. 그의 두 눈은 페트로프나를 삼켜 버렸고 그녀의 굳은 자세는 곧 사라지고 말았다.


 R시는 약 15만 명의 인구가 사는 전형적인 러시아식의 도시이며, 자동차나 다른 교통 수단이 별로 없는 도시였다. 호텔은 아주 작고 별로 손질하지도 않았다. 돈 까밀로가 든 방도 아주 불편했다. 그는 그 방을 누구와 함께 쓰게될 것인가 궁금했지만 빼뽀네가 그 방에 들어서자 궁금증은 곧 풀렸다.


“나 좀 보세요, 신부님. 아니, 동무.” 빼뽀네가 말했다.


“제발 론텔라를 물고 늘어지는 일 좀 그만 해두세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시더라도 좀 그냥 놔두시라구요.”


“난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돈 까밀로가 말했다.


“당의 이해관계가 걸린 한도까지는 나도 규칙을 지킨다네. 그 친구는 정말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마음 속에 아직 부르조아의 잔재가 남아있네. 그 잔재를 말끔히 없애주는 게 우리의 할 일이 아닌가 말일세.”


빼뽀네는 모자를 벗어 벽에 대고 냅다 내던지며 말했다. “며칠 안에 당신 목을 졸라 버리겠소.” 그는 신부의 귀에 대고 위협하듯이 말했다. 


일행은 어두컴컴한 식당에 모였다. 오리고프 동무는 식탁 가운데에 자리 잡고 앉았고 오른쪽엔 빼뽀네를, 왼쪽엔 나디아를 앉혔다. 돈 까밀로는 어떻게든지 론텔라 맞은 편에 자리잡고 앉아서 빼뽀네의 열이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돈 까밀로가 앉으면서 이마에 손을 올리며 성호를 긋는 시늉을 할 때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동지 여러분,” 그는 말문을 열었다.


“이 자리에 만약 소비에트 연방을 늘 비난하는 어리석은 반동분자들이 함께 있다면 좋겠는데요? 그 사람들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이 장면을 볼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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