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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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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1)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입술은 비웃는 듯 비쭉 내밀고 낡은 비옷을 입은 남자와 함께 마중하며 방문객 앞으로 한 발 나섰다. 


 “인사드립니다. 동무들!”


그 소녀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건장한 어깨와 자그마한 엉덩이에 다리는 발레리나처럼 날렵했다. 


그는 꽉 끼는 바지에 붉은 와이셔츠와 검은 가죽 저고리를 입고 담배는 언제나 비스듬히 물고 있었다. 강하면서도 약간은 섬세한 멋을 풍겼다. 주먹을 쓰는데 재빠르며 여성을 다루는 솜씨도 능숙했다.


몇 사람의 일행이 오리고프 동무와 나디아 페트로프나 동무의 안내를 받으며 빼뽀네와 함께 비행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을 때, 스카못지아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그는 돈 까밀로에게 말했다.


“저 여자, 사람 죽이게 생겼죠? 저 여자의 눈매를 보면 남자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네.”


돈 까밀로는 마음 속으로 주님의 용서를 구하면서 말했다. “더 바랄게 없이 예쁜 여자로구만.”


그가 론델라 동무도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하자, 론델라는 그 미끼에 걸려들고 말았다. 


“저 여자 아주 예쁜데,” 그도 시인했다. 


“하지만 고향엔 더 예쁜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지. 우리나라 여성들은 옷을 입을 줄 알거든.”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렇다 해도 그 여성들에게 페트로프나 동무가 입고 있는 옷을 입혀 본다면 형편 없어 보일 걸세. 이 여자에겐 고전미가 있단 말이야. 우리 도시에서 흔히 보는 그런 인형 같진 않지. 특히 밀라노의 여자들은 모두 판에 박은 듯이 세속적인 데가 있단 말일세.”


“무슨 소리요, 동무!” 론델라가 반발했다.


“밀라노에도 동무가 보고 싶어 안달할 정도의 예쁜 여성들이 있다구요.” “진정해요, 통무.” 스카못지아가 끼어들었다.


“우리나라엔 예쁜 여자들이 많아요, 맞아요, 하지만 이 여성은 뭔가 특별한 데가 있지요.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런 게 있어요.”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느냐가 문제지요. 남자나 여자나 환경이 외모를 만들어내니까. 이건 기본적인 진리요.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

 

 

 

 


론델라 동무는 한두 마디 더 하고 싶었으나, 갑자기 “잠깐만!” 하는 소리가 그의 말을 가로 막았다.


“세관 검사요.”


빼뽀네 동무가 그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알려 주었다. 그리고는 돈 까밀로의 귀에 대고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를 곤경에 빠뜨릴 물건을 가지고 계시진 않겠지요?”


돈 까밀로는 그를 안심시키는 듯이 말했다. “나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아는 사람이요.”


검사는 빨리 끝났다. 빼뽀네가 미리 그렇게 되도록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일행이 모두 똑같은 모양의 싸구려 여행 가방을 든데다가 짐의 무게까지 똑같았기 때문이다. 단지 한 가지 말썽이 생겼는데 그것은 스카못지아의 물건 가운데 들어있는 작은 병이었다. 세관 검사관은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 본 다음 페트로프나 동무에게도 맡아 보도록 그 병을 넘겨 주었다.


“세관원은, 왜 동무가 여성의 향수병을 가지고 다니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그녀가 설명했다


“그건 여성이 쓰는 향수가 아니요” 스카못지아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건 면도한 다음에 바르는 오드콜롱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선 어떤 로션을 쓰지요 가솔린을 쓰나요?”


그 여성은 대답을 하려다가 무례한 이 친구가 자기 분수를 알게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가 말한 내용 중에서 앞 부분만 통역해 주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였다.


세관원도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그 향수병을 여행가방 속에 다시 넣었다.


“이곳에선 사람들이 순수 알콜을 씁니다.” 그 여성이 스카못지아에게 설명했다.


“세관원이 말하기를, 동무가 동무의 개인 용품으로 그것을 간직해야 하며, 절대로 그 물건을 팔아선 안 된다고 합니다.”


그들 일행이 공항을 나온 다음에 스카못지아가 걸음을 멈추더니 여행 가방을 다시 열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이곳의 관습이 남성용 로션이 알콜이라면, 그 관습을 따르겠습니다. 이것을 여성이 쓰는 향수라고 생각하는 이상 이것은 여성이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그 병을 그녀에게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뿌리쳐 버렸다.


“동무는 여성이 아닙니까?” 스카못지아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걸 받으시오. 파는 게 아니고 선물입니다.”


그녀는 당황한 듯했으나 결국 그 향수병을 받아서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 속에 아무렇게나 집어 넣었다.


“고맙습니다, 동무.”


그녀는 겨우 입을 떼어 말했다. “천만에요. 당신은 참 아름답군요.”


페트로프나 동무는 그에게 딱딱하고 거만한 시선을 보내려고 애썼지만, 자본주의 국가의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다른 당원 동지들을 따라가려고 뛰어갔다. 


한편 스카못지아는 그의 여행가방을 도로 닫고 담배에 불을 붙여 만족스러운 듯이 입술 한 쪽에 꼬나 물고 있었다. 버스 한 대가 그들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빼뽀네가 좌석 위에 있는 선반에 그의 짐을 얹어 놓았을 때 돈 까밀로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단장님, 뭔가 좀 바뀐 것 같은데요, 내가 동무 가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빼뽀네는 이름표를 보고 그 여행가방이 정말로 돈 까밀로의 것임을 알았다. 선반에서 그 짐을 끌어내려 보니 까밀로 타롯치란 이름표가 분명했다.


“신경 쓸건 없습니다.” 돈 까밀로가 말했다.


“그냥 바뀐 것뿐이니까요.”


빼뽀네는 돈 까밀로와 마주 앉았다. 버스가 떠날 때쯤 한 가지 더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 여자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세관을 통과할 때 난 당신의 여행 가방을 들고 있었군요.” 빼뽀네가 말했다.


“우연히 그렇게 된거요.”


“그러면 당신 가방 속에 반입 금지품이 들어있던 것도 우연이었소?”


“아, 그건 별거 아니었소. 성화 그림 카드 몇 장하고, 교황님의 사진 한 장, 그리고 성체봉령에 쓸 제기 몇 개뿐인걸.”


빼뽀네는 그 말을 듣고 온몸을 떨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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