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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60 전체: 557,235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40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현대판 시지푸스를 보라!” 그는 두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난 나의 돌을 야망의 언덕 꼭대기까지 굴려 올렸네. 그것은 변치 않는 메데스와 페르시안의 법률에 따라 그 곳에 머물러 있어야 하리라. 그것이 머물러 있겠는가? 아닐세, 굴러 떨어져 버리네. 나는 다시 그걸 밀어 올리네. 그리고 또다시 아직도 모르는 어떤 힘이 그것을 내몰아 내게로 세차게 던져버린다네. 침착한 내 친구여, 그게 바로 내 인생이란 말일세. 그게 나의 운명이야.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알리피우스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과일을 집어 먹기만 했다. 어거스틴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난로 쪽으로 가서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술 취한 거지의 행동을 보고 나서, 내 머리 속에 한 가지 떠 오른 게 있네. 인생은 나와 자네가 발견해 온 것보다 더한 무엇이 있음에 틀림없다고 난 확신한다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럼.”


 “그렇지만 어디가서 그걸 찾느냐가 문제로다.” 어거스틴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드는 듯이 작아졌다. “어딜 가서 찾느냐가.”

 

 

        

 

 

                   ∽ 28 ∽

 


 그리하여 인간 생활의 폭풍우 같은 우정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 들어갔습니다. -고백록

 

 새해 들어 넉주일이 지났을 때 멜라니와 아데오다투스가 밀리노에 도착했다. 멜라니는, 난폭한 젊은이가 꿈도 꾸지 못한 성숙한 모습으로, 화려하고 풍요로운 성품을 보이며 나타났다.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동정심과 이해심은 그녀에게 돋보이는 새로운 차원의 아름다움과 잘 어울렸다.


 어거스틴은 깜짝 놀라 그녀에게 더욱 매혹을 느꼈다. 그날 밤 단 둘이 남았을 때 어거스틴은 말했다.


 “무엇하고도 비길 수 없는 나의 종달새, 그대는 내게 이별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구려. 난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얼만큼이나 아름다운지를 몰랐소. 지난번에 헤어진 이후로 당신의 아름다움은 장미가 그 향기를 온 방에 스며들게 하는 듯 황홀하구려.”


 “한시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는걸요.” 멜라니는 수줍은 듯이 말했다.


 “매일 밤을 나는 뜬 눈으로 지새우며 당신에 대한 모든 일을 낱낱이 추억해 보았소. 한참 지나 이런 결론을 내렸소. 마음이란 헤일 수 없는 많은 인상을 감각이 보존해 주는 보물창고임을. 나의 의지는 마음의 인도자, 내가 욕망을 느낄 때마다 숨어 있는 나의 영상이 그 보물 창고에서 고개를 내밀게 해주지. 이따금 바라지 않던 생각이 끼어들면 내가 바라는 것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 때까지 모두 쓸어버렸소. 여보, 그러니까 난 당신과 함께 있어온 거야. 당신과 떨어져서 당신을 생각할 수 있기에 여러가지 참을 수 없는 시간이 즐겁게 가슴 설레는 순간으로 변하는 거요. 바로 내 상상 속에서, 내가 백합의 향기와 오랑캐꽃의 향기를 구별해 내듯이 당신의 뺨과 눈과 턱과 달콤한 이 입술을 수많은 다른 여인들의 모습 속에서 구별할 수 있다오.”


 “내게 신의도 지키셨지요, 여보?”


 “성스러운 모든 걸 걸고 맹세하오.” 그는 열을 내며 말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품 안에서 낙원의 행복을 맛보았다.


 아데오다투스는 소년기를 지나고 있다. 손과 발과 목이 긴 밉상의 청년이 되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의 어색한 몸짓을 모른 체하고 그를 신동이라고 칭찬만 해주었다.


 그는 아들을 밀라노에서 가장 훌륭한 수사학교에 등록 시키고, 동료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아들에게 비싼 선물도 사 주었다. 신통하게 아데오다투스는 조금도 버릇없는 짓을 하지 않았다.


 식구가 다시 모일 무렵에 어거스틴은 몸이 다시 약해졌다. 2월까지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바뀌더니, 밀라노엔 때 아닌 혹독한 겨울이 온 듯했다. 살을 에는 바람이 알프스산에서 불어와 그 도시의 수사학자의 골수에까지 한기가 스며들었다.


 바람이 잔 어느 날, 짙은 안개가 고리모양의 연기처럼 운하에서 몰려오더니, 어거스틴의 지병인 후두염과 폐렴을 악화시켰다. 멜라니는 경험이 많은 간호사처럼 밤낮으로 그의 시중을 들어 주었다.


 3월엔 더 어려운 일이 생겼다. 사람들은 어거스틴에게 자석처럼 끌려왔다. 그것은 모니카가 늘 말했듯이 그의 지도자다움 때문이었다. 밀라노에서 그는 가족과 알리피우스와는 사생활을 오래 갖지 못했다. 어느 날 에브리디우스가 한 달 된 그의 신부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자네가 없으니 살 맛이 나야지.” 하고 그는 어거스틴에게 말했다.


 “정말, 잘 왔네.” 어거스틴이 진심으로 반갑게 말했다.


 “호노라투스가 같이 못 온 게 유감이군.”


 “난 밀라노에서 친구와 함께 일자리를 얻기로 했다네. 그 친구는 법률사무소를 갖고 있네. 난 될 수 있는 한 자네와 같이 있고 싶어. 자네 집 근처에 집을 빌리고 싶네.”


 “더 좋은 생각이 있네. 이 집은 네 식구가 살기엔 너무 크거든. 자네 두 식구가 우리와 같이 지내면 어떻겠는가?”


 로마니아누스가 그 다음에 왔다. 밀라노의 소송사건에 출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내와 큰 아들 이렌티우스를 데리고 왔다. 어거스틴은 네브리디우스와 그의 신부에게 한 것처럼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어린시절의 친구 에보디우스가 제대하고 타가스테에 돌아와 있었다. 어거스틴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다고 해서 그도 역시 밀라노로 날아와 그 일단에 끼었다.


 마침내 초여름 어느 날, 모니카와 나비기우스가 식구수를 늘리며 나타났다.


 “어머니! 나비기우스!” 어거스틴은 그들을 껴안고 소리쳤다.


 “여기서 모시게 되어 정말 기뻐요. 주니아는요?”


 “그 애는 수도원에 들어갔다. 늘 그러기를 원했으니까.” 모니카가 말했다.


 “전 식구가 아홉이나 됩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이 오셨으니 열 한 명이네요. 어머니, 괜찮으시다면 집안 일 좀 맡아 주셔야겠어요. 좀 벅차서요.”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어머니는 무척 기쁜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조용하던 집안에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어 큰 여관이 되어버렸다. 호의와 친교와 수준 높은 세련된 교양이 넘치기도 하는 한편, 서로 느끼면서도 입 밖에 낼 수 없는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모니카가 나타난 다음 날부터 멜라니는 식사 때 외에는 별로 눈에 띄는 일이 없어졌다. 어거스틴은 그녀가 참고 지내는 것을 알고, 어느 날 저녁 단 둘이 있을 때 그 얘기를 꺼냈다.


 “저한테 불만이시지요?” 그녀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당신이 좀 더 내 마음에 맞춰주기 바란다고 원망하는 건가?”


 그녀는 두 손을 깍지 끼고 말했다.


 “여보, 내 입장을 정말 이해해 주셔야 해요. 난 당신의 정실이 아니잖아요. 정상적이고 특수한 관계를 가진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는 당신의 정부란 말예요.”


 “로마나 밀라노에 사는 유명한 인사들도 여러 명의 여자를 거느리고 있소. 우리 사이는 법적인 결혼과 다를 게 없소. 법률은 우리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허락하고 인정해 준다구.”


 “보다 더 높은 법은 어떨까요?” 그녀는 어거스틴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뭐라구?”


 “하느님의 법, 양심의 법 말이어요.”


 “아, 그것.” 그는 가볍게 말했다.


 그녀는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어거스틴은 그녀에게 다가가 팔로 여자를 어루만져 주었다.


 “왜 그래, 여보!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될까?”


 “아, 어거스틴.” 그녀는 입술을 어거스틴의 입에 갖다 대고, 마음껏 키스를 퍼부었다.


 “여보, 날 다른 데로 멀리 데려가 줘요. 식구들이 없는 데루요. 제발 날 다른 데로 데려가 줘요.” 그녀는 격정에 사로잡혀 말했다.


 “식구들이 당신에게 좋게 대하질 않는군?”


 “겉으론 좋은 척하지요. 하지만 난 그들이 내게 화를 내고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들 잘못은 아니어요. 나도 그분들이라면 그랬을 거에요.”


 “멜라니, 내 말좀 들어봐.” 그는 멜라니의 턱을 손으로 받쳐들며 말했다.


 “여기선 내가 주인이야. 어떻게 내가 나갈 수 있겠어!”


 그녀는 어거스틴에게 몸을 던지며 말했다.


 “아녜요, 아녜요. 당신은 떠날 수 없어요. 날 용서해 주세요. 내 약한 마음을 용서해 주셔요. 난 비겁한 여자에요. 너무나 비겁한 계집이어요.” 


 “나의 사랑으로 당신이 힘을 내도록 해주겠소.”


 “그럴게요. 아, 힘을 내구 말구요.”


 “당신은 내 생명이오. 당신은 나의 노래, 꽃들의 한숨, 당신은 꿀이며 향기, 당신은 나의 현재이며 미래, 당신은 나의 영혼, 그대 없이는 내 영혼도 있을 수 없소.”


 “당신을 존경해요.”


 그는 다시 멜라니에게 키스하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주어요. 내 곧 돌아올테니. 자기 전에 면담할 사람이 있거든.”


 “어서 가서 하셔요. 당신이 내게 오실 때까진 살아 있을게요.” 그녀는 힘없이 미소 지었다.


 어거스틴은 모니카에게 가서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시건 멜라니와 결혼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 볼 작정으로 그 방을 나섰다. 그러나 밖에 나온 그는 주저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말해 보았자 소용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괴롭고 답답하여 그는 명상에 잠겨보려고 어둠 속으로 뛰어나갔다.


 침실에 있던 멜라니는 정원에서 울리는 그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멜라니는 뛰어나가 그이를 꼭 껴안고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아, 내 사랑. 당신은 내가 당신의 사랑으로 힘을 얻기를 원했지요. 이젠 내 사랑으로 당신이 이 시련을 이겨낼 힘을 주고 싶어요.”


 그녀는, 그래선 안 돼, 오히려 그이를 당황하게 할 뿐이야, 아니, 다른 방도가 틀림없이 있을 게다, 혼자 말했다.


 멜라니는 갑자기 맥이 탁 풀려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다른 길이 있긴 있었다. 그녀는 양손을 마주 잡고 손가락 끝이 빨개지도록 꼭 쥐었다.


 “내가 그렇게 하면 되는거야.” 그녀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이런 곤란한 지경엔 다른 해결책이 있을 수 없어. 그이를 괴롭혀선 안 돼…오, 하느님,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꼭 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옵소서…”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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