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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의 하고픈 이야기

"윤치호영문일기-유니스 윤경남 譯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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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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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러니?”


 “로마니아누스 님이 어머니를 뵈러 왔어요.”


 “잘 됐다. 우리가 가지.” 모니카는 일어나면서 말했다.


 “로마니아누스 님이. 굉장히 반가운 일인데.” 어거스틴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 해의 긴 여름날들은, 모니카와 어거스틴 사이에 친근함과 갈등으로 뒤범벅이 된 한 철이었다. 일마다 두 사람을 가깝게 묶어놓았다. 그 당시 여성으로서 모니카는 뛰어나게 박식하고 상식이 많은 분이라고 어거스틴은 생각해왔다. 모자는 정치와 역사, 고전 등에 대해서 한참 동안 즐겁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항상 종교 문제만 비치면 분위기가 긴장되고 두 사람 모두 기분이 상했다.


 8월 어느 날 저녁에 심하게 서로 격론하는 일이 생겼다.


 “넌 말끝마다 빛, 빛에 대해 얘기하고 있구나.” 모니카가 말했다.


 “하느님이 우리의 태양이심을 넌 잊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태양을 찾으면서 개똥벌레를 찾아 헤매 다닐 필요는 없단다.”


 “난 어머님이 교묘하게 빗대는 말씀이 싫습니다.” 그날 밤 유난히 기분이 언짢아 있었던 어거스틴이 말했다. 
 “저의 종교는 개똥벌레 종교가 아닙니다. 그리고 어쨌든 저는 어머님의 답답한 신조에서 아무런 위로도 얻지 못했어요.”


 “당연하지. 죄와 양심이 같은 자리에 있을 수도 없고 서로 위로가 될 수도 없는 법이니까.”


 그들은 집 바깥채에 있었다. 모니카는 물레 앞에 앉아 있었고, 어거스틴은 파트리키우스가 늘 앉아 있던 카우치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방안을 성큼성큼 오락가락했다. 


 “죄, 죄, 죄라고요!” 그는 소리쳤다. “나의 죄는 하늘 때문이라고 비난해야 될까요? 난 그 말만 들어도 토할 것 같아요. 어째서 어머니 같은 정통파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병적이지요?”


 “우린 병적이 아니다. 우린 현실적이다. 마음이란 무엇보다 속임수가 있고 사악하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웃기는 얘기예요!” 그는 현관에 선 채, 문에 걸려 있는 나리풀 줄기를 움켜 잡아당겼다.


 “어째서 나는 항상 도덕적 문둥이란 소리를 듣게 될까?”


 “아우렐리우스, 내 말 좀 들어보렴.” 모니카는 물레를 돌리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다.


 “어젯밤에 난 꿈을 꾸었는데 이건 하느님이 내게 보내주신 꿈이라 믿어지는구나. 꿈속에 내가 나무 제단 위에 홀로 서 있는 걸 보았단다. 갑자기 한 젊은이가 나타나서 내게로 왔어. 그 사람은 명랑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고, 반대로 나는 그의 입장 때문에 슬픔 같은 것에 눌려 있었지. 그는 내게 뭐가 그리 슬프냐고 묻더라. 난 그 사람의 운명 지어진 영혼 때문에 슬프다고 했지. 그는 한 마디의 말로 나를 위로해 주는구나. ‘마음을 편히 가지십시오. 당신이 계신 곳에 나도 또한 있을 것입니다.’ 하지 않겠니.”


 어거스틴의 찡그린 얼굴이 미소로 바뀌었다.


 “멋진 꿈이예요.” 그는 그의 손을 비비면서 계속해서 마루를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난 그 꿈을 확실히 이해해요. 그건 비유에요. 그건 어머니와 내가 오래 떨어져 있지 않을 거란 걸 내게 말해 주고 있어요. 언젠가는 어머니가 저 있는 곳에 저와 함께 계시게 되리란 걸 하느님이 약속하신 것이라고 생각지 않으세요?”


 “아니지, 아니야.” 모니카는 그의 궤변을 꿰뚫어보면서 말했다.


 “넌 그 말씀을 잊고 있구나. ‘당신이 계신 곳에 나도 또한 있게 됩니다’는 얘기지, ‘네가 있는 곳에 나도 있게 되리라’는 건 아니잖니? 하느님은, 내가 너의 신앙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네가 나의 신앙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걸 예언하신 게다.”


 “그럴 리 없어요.” 어거스틴이 다시 소리쳤다.


 “저도 이런 영원불멸의 설교는 많이 알고 있어요. 로마니아누스 님이 저보고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의 별장으로 오라고 하셨는데, 제가 어머니를 개종시킬 수 없다면 그분이라도 개종시킬 자신이 있어요. 그분은 항상 마음 문을 열어놓고 있으니까요. 저는 내일 떠나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는 돌아서더니 급히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마음이 언짢은 모니카는 조용히 의자에서 내려와 물레 옆에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기도를 드렸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오, 나의 아버지시여. 그 아이와 관계되는 모든 것을 온전케 하옵소서.”


 어거스틴이 로마니아누스의 별장으로 떠나자, 모니카는 그 교구의 주교를 방문하고 자기의 처지를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의 아들 좀 맡아주시겠습니까? 그의 잘못을 고쳐주시고 의로운 길로 인도하셔서, 불 속에 낙인찍힌 자 같은 그의 영혼을 구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하고 그녀는 애원했다.


 그 주교는 사자와 같은 용맹과 사랑을 가진 큰 인물이었다.


 “모니카, 지금은 당신의 아들을 전혀 손댈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이단의 신비에 싸여 우쭐해 있습니다. 내 말도 듣지 않을 겁니다. 제가 부인께 몇 가지만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저의 어머니는 가난하고 길을 잘못 든 마니교파 사람이었습니다. 나도 젊어서는 마니교를 믿었었지요. 그들의 글을 읽었을 뿐 아니라 외울 정도였으니까요.”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누가 주교님을 개종시켰나요?”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성경을 읽고 그 함정에서 혼자 힘으로 빠져나왔지요. 하느님의 은총만이 그 일을 해 낸 겁니다. 교회는 거들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놔두란 말씀이군요.”


 “당분간은 그냥 혼자 놔두십시오.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또 그 잘못된 종교의 불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가를 깨닫도록 기도하십시오.”


 “하지만 그 애는 지금 절망 상태에 빠져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요?” 모니카가 물었다. 주교는 빛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니카, 하느님을 믿으시면 돼요. 부인께선 자신의 길만 걸으세요. 하느님이 함께 하실 겝니다. 이 눈물의 아들은 결코 멸망하지 않습니다.” 

 

 

Augustine the Farmers Boy of Tagaste

 


∽ 18 ∽

 


 내가 있어 마음속에 잘못을 저지르고, 그분 없인 내 영혼도 존재할 수 없었더이다. –고백록

 

 로마니아누스의 별장은 타가스테에서 약 8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별장은 들판에 우뚝 선 산처럼 메예다 평원에 솟아 있었다. 까만 자갈이 깔린 오솔길이 사방으로 뻗어 그 집을 수놓은 듯했다. 


 유티카에서 들여온 삼나무들이 벌써 그늘을 만들어주며 잔디 위 여기저기에 서 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연못은 청록색 타일이 깔려있고, 그 안에 뱀장어가 비싼 보석처럼 반짝이며 노닐고 있다.


 호인인 로마니아누스는 여러 친척과 친구를 거느리고 산다. 모든 신이 그를 향해 밝은 미소를 보내준 이래로, 그의 문 안에 들어선 사람은 친구건 적이건 그냥 돌려보내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는 물론 아구스틴을 진심으로 기쁘게 맞아들였다. 


 “만나서 반갑네. 자네에게 제의할 게 한가지 있네. 수사학교를 열려고 카르타고로 돌아갈 게 아니라, 여기 이 별장에서 시작하면 어떤가?”


 “여기서요?” 아구스틴이 놀라서 되물었다.


 “그러네. 이 지역엔 적어도 30여 명의 어린이가 있네. 우리 아이들만 해도 일곱이나 되는 걸. 한 달 전까지 선생님을 모시고 있었지. 그런데 그 선생이 너무 아둔해서 해고해 버렸어. 그 사람 대신 해주지 않겠나?”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아구스틴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언제 시작할까요?”


 “당장이라도 좋아.”


 그 일은 아구스틴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러한 자극이 필요한 때였으므로. 어머니와의 논쟁이 그를 몹시 괴롭혀서 더욱 그랬다. 또한 그는 파산상태에 있었다. 그의 위치로 마니교의 교리를 심을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며, 개인교사로서의 그의 지위가 그 사회에서 크게 상승작용을 할 것이므로, 아구스틴이 자부심을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그 임무를 맡았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그는 전도 사업을 폈다. 개종자와 탐구자들을 위해 저녁반도 열었다. 학생 수가 세 명에서 다섯 명으로, 아홉 명으로, 다시 열네 명으로 점점 늘어났다. 어떤 학생은 부모까지 모시고 나왔다. 로마니아누스 자신도 마니교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해 초가을 어느 날 오후, 아구스틴은 삼나무 밑에 다리를 쭉 펴고 누워 마니교의 진보사상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어떤 젊은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여보게, 아구스틴.” 젊은이가 부르는 소리에 아구스틴이 고개를 들었다.


 “야, 스펜디우스로군. 어서 이리 오게.”그는 반갑게 말했다.


 스펜디우스는 잔디 위에 앉았다. 그는 타가스테 출신으로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어도 아구스틴과 같은 학교에 다녔다.


 “자네가 마니교에 빠졌다는 걸 난 알고 있어.” 그 말에 아구스틴은 약간 비위가 상했다.


 “마니교가 날 흡수했지.” 아구스틴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스펜디우스가 로마 사람 식으로 머리를 짧게 깎고 소매 없는 로마 관례복을 입은 모습이 좋아 보였다. 


 “관심 있나?”


 스펜디우스는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내 누이동생이 자네한테 배우고 있지. 그건 괜찮아. 하지만 마니교를 숭상하도록 영향을 주고 있는 건 나빠. 그만 두면 좋겠어.”


 아구스틴은 배를 깔고 엎드려 팔꿈치에 몸의 균형을 잡아 요술 부리듯 한손에서 다른 손으로 재빨리 책을 옮겨 잡았다.


 “왜 그러나?”하고 아구스틴이 묻자, 스펜디우스는 상을 찌푸렸다. 찡그린 표정이 아주 매력있게 보였다. 아구스틴은 이 친구한테서 어떤 귀족적인 자태를 보았다. 생각에 잠긴 눈동자와 쑥 튀어나온 턱, 심각한 표정 등이 그에게 흥미를 갖게 했다.


 이 친구, 맘에 드는데. 진리를 알게 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군, 이렇게 그는 생각했다.


 “난 무슨 교라는 게 필요 없어. 그게 이유야.” 스펜디우스가 말했다.


 “로마니아누스님이 삼촌이라며?” 아구스틴이 아무렇지 않은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재종 간이지.”


 “아, 그런가? 스펜디우스, 그럼 자넨 그리스도 교인이군?”


 “예비신자야.”


 “그럼, 마니교를 좋아하지 않겠군?”


 “물론이지.”


 “이보게, 오늘의 지성인의 비극은, 마니교만이 진정한 종교이며 신앙의 성숙한 표현이란 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구.”


 “어째서 그렇지? 마니교는 유대교와 페르샤 이교도와 혼합된 종교인데.” 스펜디우스가 열을 올리며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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