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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2017
송향 김수잔의 시

부동산캐나다의 칼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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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 3박 4일 침묵 피정(2)
kims2017

 

2007년 10월 4일(목요일). 제네시(Genesee) 트라피스트 수도원 피정 둘째 날이다. 오전 6시 아침기도(Lauds Mass)에 참석하기 위해서 5시 30분 출발 시각, 산골이고 외등이 없어 더 깜깜하다. 그래서 새벽 기도를 위해 숙소에 몇 개의 손전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평소 남편 토마스의 기상이 알람 없이 아침 5시인데, 더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신경을 쓴 덕분에 제시간에 일어나서 한밤중같이 자는 나를 깨웠다. 수녀님들 발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방에 불빛이 없는 것 보니 벌써 가신 것 같다.


잠자리가 바뀌어도 대체로 잘 자는 편인데 지난 밤은 제대로 못 자서, 아침 잠이 많은 나는 눈을 겨우 뜨고 비몽사몽으로 갈 준비를 서둘렀다. 새벽이라 춥고, 칠흑 같은 어두운 길을 토마스와 손을 꼭 잡고 갔다.


기도 중에 좀 피곤했지만, 수도자와 함께 기도에 익숙해 보려고 애써가며 시편을 그레고리안 성가로 합창하니 너무 아름다워 새벽기도가 은총의 시간이었다. 어제 저녁부터 침묵이 시작되었고 피정 지도자가 있는 것이 아니고, 먹고, 기도하고, 산책, 묵상 등 다 자기가 알아서 하라고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우린 새벽기도 다녀와서 간단한 아침 식사 후 묵주 들고 숲을 향했다. 울창한 나무들과 사이사이 이름 모를 숲으로 숲길이 꽤 깊었고, 숲에서 들리는 온갖 산새들의 노래와 맑고 시원한 공기를 한껏 마시며 성모상이 보이는 길을 택해 천천히 걸었다. 이곳에 오게 된 것에 감사와 지금까지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하며 같이 묵주 5단을 바치고 옆길이 보였으나 완전하게 같은 길로 되돌아오면서 언젠가 읽어본 헨리 뉴엔((Henri J.M Neuwen) 신부님이 쓰신 제네시 일기 속의 숲 속을 마음으로 그려 보았다.


7개월 이곳 수도원에 머무시며 쓰신 깊은 영적 일기인데 우린 3박 4일 동안 머물면서 무엇을 얼마나 느껴볼까 생각도 해보면서, 이번에는 중앙 길을 걸어가는데 도중 옆길이 또 보였지만 다음날 산책길로 남겨 두고 돌아오는 길에 숲에서 조용히 드리는 기도를 토마스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함께 오기를 참 잘 했다고 주님께 속으로 깊은 감사를 드리는데 우리의 눈길이 마주치며 평화와 사랑이 가득함을 두 손을 꼭 잡으면서 더 느꼈다.


 산책에서 돌아와 수녀님들께 쪽지를 하나 썼다. 침묵 피정이라 할 말이 있으면 쪽지로 서로 전했다. 여러 갈래 숲길이라 혹 길을 잃으실까 염려가 돼서였다.

 

 

+찬미 예수님


존경하올 김 이시도라 수녀님, 손 레로 수녀님!
저희는 아침 기도 다녀와서 식사 후 
숲속 산책길 다녀 왔는데 참 좋았어요.
숲에서 혹 길을 잃으실까 해서
가실 때 저희 필요하시면 같이 가겠습니다.
언제든지 좋습니다, 쪽지 남겨 주세요.

 

- 김 토마스 수산나 부부 올림

 

 

11시 15분 수도원 기도(Sext)에서 수녀님들 뵈었다. 아마도 산책에서 바로 오신 것 같았다. 우린 여전히 라틴어 기도에 어색했지만, 수도자들의 거룩하신 기도 모습과 천상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그레고리안 성가에 조금씩 빠져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기도 후 점심은 어제 남은 Chicken Stew에 국수를 삶아서 비벼 먹었고, 이시도라 수녀님은 준비해 온 반찬에 밥을 잡수셨다. 반찬은 넉넉히 해왔기 때문에 전기밥솥에 따뜻한 밥과 먹을 것은 늘 넉넉했다.


Genesee Abby Retreat Center 2 에서는(우리 숙소 이름) 수도원에서 수사님들이 직접 굽는 Abbey of the Genesee bread store에 자기가 알아서 돈(Monics bread) 넣고 원하는 Monk bread와 각가지 잼도 사와서 기도하다 배고프면 각자가 알아서 먹기로 한 며칠간 네 사람이 먹을 빵을 넉넉히 사오니 부자(富者) 같았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바로 옆에 계시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해가 저물어 함께 머물면서 빵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줄 때 비로소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했는데 나도 수사님의 빵을 먹으면서 마지막 만찬을 묵상하며 눈이 열려 예수님이 항상 내 옆에 아니 내 안에 항상 계심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깊은 신앙심을 바라며 화살기도를 힘차게 쏘면서 빵을 나란히 정리했다.

 

 

+아멘


사랑하는 토마스 수산나 부부님!
쪽지 잘 읽었습니다. 저희도 다녀 왔는데 숲길이 참 좋았고
몇 갈래 길을 왔다 갔다 했어요.
다음에는 두 분 따라가겠습니다.
사랑의 배려에 다시 감사 드립니다.

 

- 손레오 수녀, 김 이시도라 수녀 드림

 

 

4:30 오후기도(Vespers) 후에 미사가 있었다. 수사 신부님들의 엄숙하고 거룩한 합동 미사였다. 거룩한 기도 분위기에 주님께서 저를 가까이 부르시는 것 같아 첫날은 뒷자리에 앉았는데 조금씩 앞자리로 가고 싶어졌다.


일반인들 자리는 긴 벤치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 앞을 지나기 미안하고, 한번 앉으면 옮기기 쉽지 않아 내일은 처음부터 앞자리에 앉으려는 용기도 생겼다


6:40 저녁기도(Compline) 후에 수사님 한 분이 나오셔서 나가는 사람마다 거룩한 밤이 되길 빈다는 기도를 하시면서 성수를 뿌려 주셨다. 너무 황송하고 은혜로워 머리를 푹 숙이고 받았다. 그리고 수사님 한 분이 쪽지를 이시도라 수녀님께 주시면서 유진 신부님이(한국신부님) 우리를 찾는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김수녀님이 미리 P 신부님을 통해 연락이 된 듯했다.


쪽지 내용이 내일 우리에게 고백성사를 줄 수 있다고 하셨다. 몇 년 전에 이 수도원으로 오셨다는데 한국신부님을 뵐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하고 이곳에서 고백성사를 볼 수 있다 해서 기뻤다. 


보통 고백성사 준비를 할 때면 걱정이 좀 되었는데 어쩐지 이번에는 가슴이 콩닥거리며 설레는 마음이 마치 수도원에 입회라도 하는 기분이 되었고 총 고해를 볼 수 있다는 수녀님 말씀을 듣고 찬찬히 준비를 한다고 하고는 마음을 좀 가라앉히려고 준비해 온 공책에 성서 쓰기를 열심히 했다.


주님, 이 밤도 이 죄인과 함께하여 주십시오~ 잘 시간이 되어 침대에 들었으나 잠이 안 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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